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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탈 Aug 26. 2022

차라리 우리끼리

달콤한 유혹

# 차라리 우리끼리


가끔은 이럴 바에는 차라리 우리끼리 어울려 살자는 유혹을 받지만 위험한 생각이다. 


도시 탈출자들이 원주민을 외계인 취급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주민을 바라보는 토착민 시각도 비슷하다. 서로 외계인 취급한단 소리는 서로를 인정하는 게 좋겠다는 소리도 되지만, 다른 종과는 더불어 살아가기 어려우니 차라리 같은 종끼리 사는 게 편하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그럴 수만 있다면 그러고도 싶다.


독하게 맘먹고 원주민을 무시한 채 이주민끼리 어울려 살아갈 수 있을까? 결론은 불가능에 가깝다. 독립된 공간에서 원주민과 분리되어 살아가는 귀촌인들이라면 모를까 귀농인은 절대 불가능하다. 귀농인은 농사를 목적으로 이주했기에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야만 한다. 농토가 경계를 공유하듯 농부들도 가슴을 맞대고 살아가야 한다. 


귀농인이 원주민과 담을 쌓고 살아가면 솔직히 본인들만 손해다. 갑갑한 건 귀농인이지 원주민은 아쉬울 게 없다. 시골이 고향이어서 어릴 적 약간의 경험이 있다 치더라도 농부로서는 새내기다. 그러할진대 도시 출신 촌놈들은 말해 무엇하랴. 모든 게 낯설고 어설프다. 농사 천재인 원주민들의 도움이 절실하다. 


농사라는 게 규모가 작더라도 농기계가 필요하기는 마찬가지다. 원시농도 아닌데 손으로 다 해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코딱지만 한 농사를 지으면서 필요한 농기계를 모두 갖출 수도 없다. 어쩔 수 없이 처음에는 이웃 도움을 받아야 한다. 


가족끼리도 오랜만에 만나면 처음에는 왠지 어색하다. 처음 얼굴을 대하는 원주민과는 오죽하겠는가. 원주민과 만남이 숙성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만남에서 오는 어색함과 불편과 약간의 서러움을 이유로 '원주민과 담을 쌓고 차라리 우리끼리 살까'하는 유혹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 이주민과 원주민은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생활 공동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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