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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탈 Sep 16. 2022

공무원 너무 믿지 마라 / 면직원 활용하기

지역 정체성 중심에 선 공무원

# 공무원 너무 믿지 마라


도시 탈출자들이여 지역 공동체 유지의 주역인 공무원을 너무 믿지 마시라.


공무원이 들으면 서운한 말이겠지만 공무원에게 너무 기대지 말라는 소리다. 도시 탈출자들이 마주하는 공무원들은 대부분 면직원들이다. 많이 확장을 해도 군청 직원 이상은 업무상 마주할 기회가 아주 드물다. 그런데 지방직 공무원들은 공무원 생활 내내 군을 벗어나지 않고 순환보직 업무를 수행한다. 더불어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가진 정체성과도 얽혀 있다. 귀농 귀촌자 입장에서는 이 점이 한계로 작용한다.


지방은 지역마다 정도는 다르겠지만 예외 없이 '씨족공동체, 마을공동체 그리고 초중등공동체'라는 정체성을 공유한다. 시골마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마을이 생성된 유레가 쉽게 드러난다. 대부분 씨족 단위로 집단이주를 하면서 마을이 형성된 것이다. 비록 다른 성씨가 섞여 살아가지만 마을을 구성하는 주요 집단은 같은 성씨를 쓰는 사람들이다. 

  

시골마을은 씨족공동체라는 특징과 유사한 마을공동체라는 정체성도 가진다. 예외 없이 마을마다 합일된 의사결정을 보이는 특징을 보이는데 마을을 이끌어가는 소수의 리더들에 의해 방향이 결정된다. 씨족공동체가 큰 마을이라면 당연히 동일 성씨네 최고 연장자가 되지만, 현실적으로는 노인회장과 이장이 그 역할을 대신하기도 한다. 가끔은 상대적으로 가방끈이 긴 공직자 출신이 대신할 때도 있다. 이 리더들은 마을 사람들이 한 목소리를 내게 만드는 권위를 부여받는다.


면단위로 범위를 넓히면 초중등공동체라는 정체성으로 한 덩어리가 된다. 시골에서는 부모가 경제력이 있거나 교육에 관심이 많은 경우 그리고 학생 자신이 공무에 열성을 보일 경우 고등학교는 인근 도시로 유학을 보낸다. 예외적으로 중학교 때 유학생활을 시작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같은 학교를 다니게 된다. 여기서 강력한 초중등공동체가 형성되고 막강한 영향력을 주고받는다. 


귀농 귀촌인 입장에서는 이들이 가진 정체성과 베타성을 이해하고 대응해야만 하다. 그리고 지방공무원들은 위 정체성의 중심에 서있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즉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각종 정보에서 소외되거나 뒤처짐은 물론, 같은 민원이라면 순위에서 밀려날 확률이 아주 높다는 소리다. 


따라서 정보 취득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운 좋게도 기회가 주어지면 순발력을 발휘해 사업을 조기에 매듭지어야 한다. 더불어 공무원은 체질적으로 변화나 모험을 즐기는 집단이 아니며 코치이지 필드 플레이어가 아니라는 사실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지역 정체성의 중심에 서있는 지방공무원 너무 믿지도 기대하지도 말아야 한다.




# 면직원 활용하기


면직원은 귀농 귀촌인들에게 소중한 인적자원이다. 공들여 관리하고 적극 활용해야 한다.


공무원 너무 믿지 말라면서 면직원을 활용하라니 뜬금없다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너무 믿고 기대지 말라는 소리지 활용도 하지 말라는 소리는 아니지 않은가.


지난 글에서 귀농 귀촌인들은 지역의 정체성과 베타성으로 인해 정보 취득과 사업 진행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했다. 심지어 그 정체성 유지의 중심에 면직원들이 있다고도 했다. 역설적이게도 면직원을 관리하고 활용해야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면직원은 정보의 보고다. 면단위에서는 정보 생산자이자 최종 유통자이기도 하다.


이들을 통해 연 단위 군 시책사업을 파악하고 먼저 대응할 수도 있다. 내용에 따라 연초에 모든 게 결정되는 사업도 있는데, 면단위로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설명회만 기다리다간 지나간 버스 기다리는 꼴이 된다.


단발성으로 이루어지는 각종 시책도 적기에 파악할 수 있다. 매월 진행되는 이장회보 내용도 전해 들을 수 있다. 물론 인터넷을 통해서도 알 수 있지만 한발 느리고 서류만으로 내용 전부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행간에 숨어 있는 의도를 읽어내기는 더욱 어렵다.


대부분 사업은 면을 통해 이루어지지만, 간혹 군과 직접 소통해야 할 경우도 생긴다. 이 경우라도 면직원을 통하는 것이 한결 부드럽다. 군을 찾기 전 반드시 면직원과 소통해야 한다. 자칫 괘씸죄에 걸릴 수도 있으니  말이다. 조직 생리는 모두 비슷하다. 필요하다면 면직원을 통해 사전 정지작업도 해야 한다.


시골에서 필요한 정보는 스스로 구하지 않으면 저절로 주어지지 않는다. 면직원이 정보유통의 허브임을 감안하면 적극 활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활용할 수단을 무시하다면 게으르거나 바보 소리 듣기 십상이다. 그렇다고 필요할 때만 찾아 아는척해서야 되겠는가. 평소에 자주 얼굴을 대하고 친밀도를 높여야 한다. 단언하건대 면직원을 적극 관리하고 활용하면 이주민들이 가진 정보 취득의 핸디캡을 상당부문 해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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