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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탈 Sep 16. 2022

과거는 과거일 뿐 / 공짜는 없다

지난 인연에 너무 기대지 마라

# 과거는 과거일 뿐


지난 인연에 대한 환상을 버려라. 과거는 과거일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불편한 진실이 있다. 지난 인연들이 언제까지라도 자신을 기억하리란 착각을 말한다. 설령 젊은 시절 모두를 바친 직장이었어도 그 조직을 떠나게 되면 과거 인연일 뿐이다. 그렇다고 너무 서운해할 필요도 없다. 직장 내 인연이란 그런 것이다.


필자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농산물을 판매하기 위해 전 직장 동료들에게 먼저 노크한다. 처음 생산하는 농산물이니 소비자도 새로이 확보해야 하는데, 그 대상으로 자신이 몸담았던 직장 동료들을 떠올리는 것이다. 어쩌면 당연해 보이지만 너무 큰 기대는 하지 않아야 한다. 당연하다 여기는 순간 상처받을 각오도 해야 한다. 욕심에 비래해 상처도 커질 수 있다.


과거 직장 동료들을 농산물 판매 대상으로 확신하지 말아야 한다. 설령 처음 몇 번은 구매가 이루어지더라도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결코 지속될 수 없다. 그들을 나무라거나 서운해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변심한 것이 아니라 현실에 충실한 것이다. 어쩌면 그 구매조차도 필요하지도 않은 농산물을 과거 인연이라는 이유만으로 손을 내밀었을지도 모른다. 오히려 감사해야 할 일이다. 


귀농창업 후 한 번쯤은 홍보글을 보낼 수 있다. 그러나 거기까지로 만족해야 한다. 더 이상 반응이 없으면 리스트에서 과감하게 삭제해야 한다. 권유하지 않아도 필요한 사람은 알아서 철 따라 연락을 해온다. 필요하지도 않은 홍보글이 지속된다면 얼마나 부담스럽겠는가. 입장 바꿔놓고 생각하면 결론은 명확하다.


홍보물을 보낼 때도 요령 있게 해야 한다. 편리함을 이유로 단톡 등으로 일괄 발송하면 득 보다 실이 더 크다. 너무도 성의 없어 보인다. 부득이 보내야 한다면 개개인 따로따로 보내야 한다. 단체 발송된 홍보물을 받아본 경험을 떠올려보면 이해하게 된다.


밴드, 카톡방, 카페 등을 통한 홍보도 조심해야 한다. 단체 성격과 전혀 상관없는 내용을 올리면 안 된다. 다들 아는 사이이니 이해해주리라 생각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단체에 가입한 목적 자체를 의심받을 수도 있다. 필요하다면 상관성 있는 글을 올리면서 말미에 링크를 걸어두는 정도로 그쳐야 한다. 일독을 강요하지도 않고 관심 있는 사람들은 방문할 수 있도록 했으니 말이다. 


다시 한번 강조한다. 지난 인연에 대해 미련을 버려야 한다. 홍보물조차도 상대를 배려해야 한다. 단 한 번 구매에도 감사하고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간접 사인이 오면 물러서야 한다. 서운해할 일이 아니다. 과거는 과거일 뿐이다.




# 공짜는 없다


힘들여 생산한 농산물 절대 공짜로 주지 마라. 


시장에서는 콩나물 한 봉지도 돈을 내고 사면서, 지인이 생산한 농산물은 공짜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도 대가를 치르면서 어찌 인연에게는 빈손을 내민단 소린가. 분명 어색한 일이다.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필자도 실천하기가 쉽지는 않다. 산골 외진 곳까지 찾아온 인연들에게 뭐라도 나누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귀한 인연을 빈손으로 보내는 것이 편치 않기 때문이다. 농민이라면 누구라도 비슷한 맘이리라. 


필자는 현재 곶감 외에는 별다른 농사가 없기에 이 같은 고민이 적지만, 과거 오미자 농사를 지을 때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이 적지 않았다. 나름 해결책으로 동원한 방법이 판매용 상품 외 규격을 줄인 선물용 샘플을 별도로 만들어 농장을 방문한 귀한 인연들에게 선물로 제공했다. 손실도 크지 않으면서 손님을 빈손으로 돌려보내지도 않았기에 나름 만족스러웠다. 


생산품이 무엇이든 누구라도 비슷한 고민을 하게 되리라 생각한다. 생산물에 따라 다양한 해결책을 직접 고민해보기 바란다. 공짜로 주지 말란다고 먼 곳까지 찾아온 인연을 빈손으로 보낼 수는 없지 않은가. 더불어 샘플만 받아가는 방문객도 없었기에 그다지 믿지는 장사는 아니다.


또 다른 가격 정책은, 제시한 가격을 유지하되 단체 선물 등 규모가 있는 경우 일정 개수를 서비스로 제공했다. 일반 공산품은 한 번 올라간 가격이 내려오기가 쉽지 않지만, 농산물은 일단 내리면 올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흔히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 변동폭이 크다고 말하지만, 귀농인이 직접 생산한 소량의 먹거리를 제한된 소비자를 대상으로 판매가 이루어질 경우에는 그렇지가 않다. 올리기도 쉽지 않지만 내려간 가격을 올리기는 더욱 어렵다. 필자도 귀농 10년이 다 되어서야 단 한 번 가격을 인상했다.


짧게는 한 계절 길게는 수 계절 동안 애써 생산한 농산물이라지만 귀한 인연에게 마냥 야박할 수 없는 딜레마를 생각한다면, 이 문제는 농민을 찾는 인연들이 스스로 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록 텃밭에서 가꾼 생산물일지라도 부디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구입하시길 권한다.


사족)

물론 가족에겐 예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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