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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탈 Sep 20. 2022

일주일짜리 감투

유쾌한 해프닝

# 일주일짜리 감투


부탁으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내겐 설렘이었다. 회사 직원도 아니면서 회사를 대표해 실무를 챙겼고 '상무'라 적힌 명함도 받았다. 관청 책임자와 미팅 시 딱 한 번 명함을 사용했다. 그리고 일주일째 되는 날 더 이상 명함이 필요치 않게 되었다는 말을 들었다. 일주일짜리 감투 시절은 그렇게 끝이 났다.


당장 대가도 바라지 않는 일이었지만 그 일이 설렘으로 다가온 이유는 10년이라는 세월을 건너뛰고 다시 일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농사일을 예외로 한다면, 귀농 후 10년 만에 해보는 일다운 일이었기에 조금은 상기된 상태였다. 지금까지 해보지 않은 분야의 일이었고 언젠가는 해보고 싶었던 생소하지만 재미있는 일이었기에 설렘은 당연했다. 거기에 지인을 도울 수도 있다는 자그마한 뿌듯함까지 더해졌으니 신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분명 아쉽고 서운한 일이지만 솔직하게 감정을 드러낼 수는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회사로서는 일이 잘 풀렸기 때문이다. 오히려 축하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아주 잘된 일이고 진심으로 축하 말을 전한다. 괜한 수고로움을 하지 않고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상황이 연출되었으니 말이다. 사업주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행운이 따른 것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앞에 놓인 다른 과제들도 더불어 술술 풀려나가길 소망한다.


유쾌한 해프닝으로 마무리된 일이지만 일에 대한 아쉬움은 여전하다. 적어도 10년 이상은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을듯한데 언제부턴가 퇴물 취급당하는 기분이다. 올해로 환갑이 되었지만 아직은 몸과 마음 모두 청춘인데, 적어도 20년 아니 잘못하면 30년 이상을 더 살아야 하는데 말이다.(*)


물론, 필자에겐 멋들어진 버켓 리스트가 있다. 하지만 상당기간 추가적인 경제활동을 해야만 이룰 수 있는 일들이기에 리스트를 지워나가기엔 아직은 요원한 상태다. 작가와 강연자로 살아가면서 버켓 리스트에 올려진 일들을 하나씩 해나간다면 더없이 행복하리라. 인생은 60살에 결정된다, (**)라는 말을 되새김질해본다.


비록 일자리는 사라졌지만 필자의 아주 작은 날갯짓이 사업주에게 행운을 불러오는 동인이 되었을지 누가 알겠는가. 어쩌면 그 기운을 동력으로 어디에선가 또 다른 기회가 찾아올지도 모를 일이다. 예리하게 모든 감각기관을 곧추세우고 기회를 엿보다 또 다른 행운이 다가오면 잽싸게 낚아채야겠다.


사족)

(*) 필자는 '아주 건강하게'라는 보장이 없다면 80 이상은 부담스럽다고 생각한다.

(**) '전명상'에서 따옴.

      스물에는 세상을 바꾸겠다고 돌을 들었고

      서른에는 아내를 바꾸겠다고 눈초리를 들었고

      마흔에는 아이를 바꾸겠다며 매를 들었고

      쉰에야 진정 바꾸어야 될 사람이 나임을 깨닫고 들었던 거 다 내려놓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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