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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그조띠끄 김서윤 May 27. 2023

루카스 크라나흐 [비너스와 큐피드]

우아한 비너스의 몸에 표현된 루카스 크라나흐의 관능적인 표현 양식



VOL.1


Venus and Cupid, CRANACH, Lucas the Elder

[비너스와 큐피드] 루카스 크라나흐

1531,  176 X 80 cm, Oil on canvas, Musees Royaux des Beau-Arts, Brussels

벨기에 왕립미술관 소장








벌에 쏘인 비너스와 큐피드... 이 관능적인 눈매의 비너스 옆에서 큐피드가 살짝 울상인 표정으로 비너스에게 뭔가를 애처롭게 호소하고 있습니다. 16세기 독일 르네상스 시대 화가였던 루카스 크라나흐의 이 작품은 그리스의 두 시인 아나크레온과 테오크리토스가 *아프로디테와 에로스(로마신화에서의 비너스와 큐피드)를 주제로 한 짧은 이야기로부터 가져 왔어요. 꿀을 훔치다 작은 벌에 쏘여 손가락 끝을 다친 큐피드가 그 고통이 얼마나 쓰라린지를 어머니인 비너스에게 설명하고 있는 장면이죠. 이에 비너스는 이야기합니다.


'너도 작지만 너의 화살로 인한 상처가 우리를 훨씬 더 고통스럽게 만든단다...'


모두 알다시피 큐피드의 화살은 종종 우리의 삶을 '사랑'이라는 허울 아래 깊고 잔인한 지옥으로 뒤덮어 버리니까요. 그래서 이 신화적인 에피소드는 불행이 될 수도 있는 '사랑 LOVE'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를 담고 있는 셈이죠. 작품 상단의 라틴어 구절은 이 이야기에 대해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고대 로마에서 4월은 그리스의 아프로디테, 즉 로마의 비너스에게 바쳐졌습니다. 사랑과 아름다움의 여신인 그녀가 자연의 모든 초목과 동물의 번식을 관장했기 때문이죠. 큐피드 Cupid는 라틴어로 '열정적인 욕망'을 의미합니다. 음... 결국 비너스와 큐피드는 도두 '육체적인 사랑'을 의미하는 셈입니다. 정신적인 것보다는 물리적으로 실존하는 육체, 그 살아있는 것에서부터 분출하는 '욕망''쾌락'입니다.


작품 속 우리를 응시하는 비너스의 수수께끼같은 미소는 처음엔 꿀처럼 달콤할지라도 이내 독침을 동반하는 사랑의 고통을 감히! 감당해낼 수 있겠느냐고 질문을 던지는 것만 같습니다. 물론 사랑은 자발적인 선택이 아니죠. 감당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판단내리기 이전에 이미 큐피드의 화살은 잔인하게 심장에 꽂혀 버립니다. 그 다음의 고통은 때때로... 벌에 쏘인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죠. 그렇기에 우리는 사랑에 빠지길 바라면서도 동시에 두려워하는 역설적인 감정의 혼란을 느낍니다.




저는 이 우아한 여신의 몸에 표현된 루카스 크라나흐의 관능적인 표현양식을 정말 애정합니다.


비너스의 긴 팔다리,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인체를 길게 묘사하는 매너리즘적인 특징을 살펴볼 수 있는 이 작품은 브뤼셀 왕립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어요. 제게는 더없이 다정하고 황홀했던 도시 브뤼셀, 네덜란드 여행을 마치고 브뤼셀에 첫 발을 내딛던 순간 그 찬연한 여름 태양 아래 "Bonjpur!~"하던, 그저 음악같기만 했던 프랑스어의 감미로움이 아직도 귓가를 간질거립니다. 


다시 읖조리고 싶다... Bonjour! Bonjour!...


이 작품은 크라나흐가 동일한 주제를 가지고 그린 약 20여점의 작품 중 하나로 엷게 드리워진 가볍고 투명한 베일이 비너스의 몸을 더욱 더 우아하고 신비스러운 에로티시즘을 발산하게 합니다. 이 시대 신화 속 여신을 그리는 것은 화가들에게 공식적으로 여성의 누드를 그릴 수 있는 중요한 소재였습니다. 기독교의 사회체제아래 여성의 누드를 그린다는 것은 철저히 금지되었기 때문이죠.





 




루카스 크라나흐는 작센 선제후의 궁정화가로서 독일 크라나흐(Kranach)에서 출생하였기에 그 지역 명칭을 따 '크라나흐'로 불리웠습니다. 그의 아들 또한 화가여서 이름과 함께 'the Elder'라고 함께 표기합니다. 독일 북부의 비텐베르크에서 공방을 운영하며 천여 점 이상의 작품을 배출했던 생의 전반에 걸쳐 부와 인기와 명예를 모두 가졌던 크라나흐는 여러 주제와 구도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며 그의 회화 양식을 완성했습니다. 이 작품처럼 특히 비너스와 큐피드, 아담과 이브의 매혹적인 이미지가 큰 인기를 끌었죠. 그래서인지 저는 유럽의 많은 미술관에서 그가 탄생시킨 이 아몬드 눈매의 여신들과 자주 조우할 순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의 전성기 작품들은 공간적인 깊이감이 거의 없고 정교하게 묘사된 어두운 배경앞으로 희고 가느다란 나체의 인물들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종교 개혁가인 마르틴 루터와의 두터운 친분으로 성경 삽화용 목판을 비롯해 각종 설교집, 기도서, 찬송가 등에 삽화를 그리며 종교개혁을 적극적으로 도왔던 그가 이런 고혹의 관능을 표현했다는 것이 살짝 이질적이면서도 보이는 것 이면에 깃들여 졌을 어떤 '정신적 상징'을 찾고 싶게 만듭니다. 특히나 마르틴 루터가 설교했던 종교개혁의 시작점인 비텐베르크 시 교회의 제단화는 사후 그의 아들(Lucas Cranach the Younger)이 완성할 만큼 필생의 역작이었습니다. 이 제단화는 '종교개혁의 제단화'로도 불리웁니다.




루터가 종교개혁을 글로 표현했다면, 크라나흐는 신앙을 그림으로 해석하고 표현해서 확산시켰다. 
루터가 종교개혁의 아이콘으로 만드는데 큰 몫을 한 사람이 크라나흐였다.

- 독일 신학자 마르고트 캐스만 (Margot Kabmann) - 



크라나흐는 1508년 작센의 선제후 프리드리히가 그에게 부여한 문장에서 가져온 날개 달린 용을 자신의 서명으로 사용했는데 바위투성이의 은신처 등 내밀히 작품 속에 숨겨두는 형태로 남겨두었습니다. 이 그림 속에서도 큐피드의 통통한 허벅지 옆 나무 위에서 찾아볼 수 있어요.




벨기에 왕립 미술관에서 가져온 이 크라나흐의 미술엽서를 투명한 크리스탈 상들리에 팬던트 위에 살포시 올려 두고 종종 지난 여행을 추억하곤 합니다. 이 빈티지한 공간 안, 깊은 나무 색감의 가구들과 컬러도 무드도 잘 어울리는 것 같죠? 오브제들의 빈티지한 미감 위로 르네상스 인문학의 지적인 멜랑콜리도 함께 중첩될 수 있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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