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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그조띠끄 김서윤 Nov 20. 2023

내 첫 브런치 북에 쓰고 싶었던 이야기에 대한 미련

실존했던 행복한 고통 대신 가열찬 밝은 희망만을 이야기했어야 했을까?




"내 첫 브런치북을 발행하며 찌꺼기처럼 남아버린 아쉬움

......... 도대체 뭘 쓰고 싶었던 건가요?"



데드라인을 단 두 시간 남겨두고 

앞서 쓴 글 한번 제대로 읽어 볼 겨를도 없이,

헐떡이며 브런치북을 완성하고 응모를 했다.

그게 내 간곡한 올해의 목표였다. 


비록 문체는 거칠어지고 

내용은 부자연스레 축약되고 

잘 쓰고픈 욕심에 엉망진창이 되어 버렸지만, 

목표가 더 중요했다.  


완성을 못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 버릴 것만 같아서.












서울 아차산 자락, 대지 33평의 1979년식 작고 오래된 단독주택을 리모델링했습니다. 이곳에서 '싱글'로서의 제 삶을 단단히 지탱해 주고 저의 가치관과 예술 취향을 담은, 오롯이 제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채워진 사적이고도 공적인 공간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손볼 곳 투성이의 남루하게 낡아버린 집, 반면에 턱없이 부족한 예산이었지만 제 본업인 공간 디렉터의 노하우를 적극 활용하여 어디에도 없는 예술적인 감도의 집을 무모하게 아니, 용기 있게 도전했습니다. 이 지난했던 리모델링 과정은 '나'를 더 잘 알아가는 심리적 치유의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보편적이지 않은 삶의 궤적을 그려온 방황 많던 스스로와 화해하는 과정이었으며 더 나이 들기 전에 '나 다운 삶 : season2'를 공고히 구축해 나가는 리추얼한 의식도 되었습니다. 



마치 예술가의 아뜰리에처럼.

미학적 패러다임과 지적인 관념을 관능적이고 신비롭게 화폭에 담아낸 19세기 낭만적 상징주의 화가 귀스타브 모로의 집이자 작업실을 내내 환영처럼 간직했습니다. 그의 작품처럼 "환상과 퇴폐 사이, 혹은 이 세상이 아닌 그 어딘가 비일상적인 곳"을 꿈꾸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다른 누군가에게도 정서적 안식처가 될 만한 그런 곳이라면 얼마나 근사할까요? 이 집에 어울리는 향을 사르고 음악을 틀고 책을 펼쳐내며 조용히 차든 와인 한 잔이든 기꺼이 내어 줄 수 있는 삶을 기대합니다.








 오롯한 내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담아낸, 예술이 깃들어진 집을 만들어 간다는 것

'집은 이래야 한다'라는 고정관념이나 유행하는 인테리어의 강박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취향과 저마다 지닌 예술적 시각으로 하나의 설치 미술 작품 같을 수는 없을까요?



 자신의 정체성을 함축하는 집을 만드는 과정에서 비로소 '나'란 사람과 친해지고 진정으로 원하는 삶의 방향성을 찾는다는 것

타일 하나, 조명 하나 그리고 수전 하나를 선택하면서도 '나'란 사람과 '내가 좋아하는 것' 그리고 여행지에서 영감을 받은 예술 작품과 이국의 정취를 떠올렸습니다. 수십 년간 정들었던 동네를 떠나 물리적인 터전을 옮기고 오래된 집을 리모델링하면서 저 자신도 리모델링되어가는 경이로운 과정이었습니다.



  '리모델링한다'는 표제 너머 누군가에게 레퍼런스가 되는 삶을 구도하며 가치 있게 나이 들어간다는 것

과거의 시행착오를 이야기하고 내가 거든 성취를 자기 안에만 가두는 것이 아닌, 나의 지나간 시간을 살고 있을 이들이나 같은 세대 친구들에게 건네는 위로들... 그들을 응원합니다.



 작은 공간 하나가 무채색으로 정지된 듯한 이 동네와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킬 수도 있다는 신묘한 신화 같은 것

마치 예술가의 시각적 상상력이 작동하여 만들어진 듯한 저의 집이 이 지역의 문화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자유롭게 유희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도 있을까요?









 획일적인 아파트나 유행하는 인테리어에 대한 강박 대신 본인의 아름다움에 대한 취향과 라이프 스타일을 바탕으로 자신에게 꼭 어울리는 개성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은 사람

 그런 공간을 만들어 가는 과정 속에서 스스로를 더 잘 알게 되고 진정으로 행복한 삶의 방향성을 찾고자 용기 한 번 내보고 싶은 사람


 그렇게 공간이 한 인간의 삶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사람 사는 거 다 똑같아. 다 그렇게 살아."라는 말을 결코 좋아하지 않는 사람


 단독주택에 한번 살아보고픈 싱글들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재산과 재능을 바쳐 '나'와 '나의 일'의 정체성을 담은 공간을 만들겠다고 결심한 어떤 순간부터 우여곡절 끝에 겨우 제대로 된 업체를 만나 본격적인 공사를 시작하기까지의 과정


 호기로운 낭만으로 시작한 나의 도전에 잔인한 야만만이 스며들던 모순적 봄날들



- 1979년식 오래되고 낡은 단독 주택을 매입했습니다

- 나를 환영(幻影)하고 있는 공간에 대한, 지나친 환상을 품었어

- 한 나르시시스트와의 쓰디쓴 연애와 달콤한 이별

- 드디어 거짓말처럼 신사동 집이 팔렸다

- 아줌마는 싫어요... 비록 과년한 나이이긴 하지만

- 이 집 그냥 다시 팔 수 없나요?

- 뭐라고!? 우리 집이 리빙잡지에 소개될 수 있다고?

- 다락이 사라진 집의 거실엔 높은 박공 천장이 드러났다

- 섣불렀던 집 철거와 그새 벌써 산화된 꿈

- 어느 순간 급습하여 떠나지 않는 내 허기에 관하여

- 가져가지 말아요... 그거 제 가방이에요






■ 숨 막히는 습기와 더위, 모든 걸 뚫어 버릴 듯한 모진 빗줄기 속에서 느릿느릿하게 진행되던 ‘이런 일은 처음이에요 ‘라는 업체 말들만 흔하게 부유하던 공사 기간 그리고 끝이 없는 고단함


내 가장 애정하는 계절 여름, 햇볕에 흠뻑 젖고 싶었지만 현실은 눈물과 장맛비에 질척하게 젖어들고 말았다. 



- 설치미술 같은 예술가의 아뜰리에를 이 집에 구현한다면

- 이국의 여행길에서 체화한 영감으로 완성한 집 디자인

- "대표님만 믿고 갑니다!" 드디어 재개된 공사

- 지중해를 품은 푸른빛 타일이 우리 집 거실에 넘실거린다

- "이런 일은 처음이에요"라고 말하는 수많은 업체

- 8월 중순, 방충망도 에어컨도 없는 집으로 이사를 했다






■ 에어컨도 방충망도 아직 설치되지 못한 집에 입주하여 외부 공사와 내부 스타일링을 하던 시간. 내가 가진 가구와 오브제를 집안 곳곳에 배치하며 그 사물들과 조우하던 과거를 다시 한번 여행했다. 


 ■ 드디어 완성이 되어 가는 이 공간에 대한 기대감과 나는 예전보다 행복해지긴 한 걸까 싶은 권태로움을 느끼며 과거와 중첩된 혼미한 현재를 사는 사이 가을은 이미 지나가고 있었다. 찰나였다




- 먼지구덩이 속, 유미주의자의 빈티지 인테리어 예찬론

   

  빈티지 스타일링 _빈지티 가구 : 심미적이면서 실용적인 빈티지 가구 고르는 팁

  빈티지 스타일링 ②_해외 벼룩시장 소품들 

  빈티지 스타일링 ③_유럽 미술관에서 가져온 전시 포스터와 예술 서적, 엽서

  빈티지 스타일링 ④_명상을 위한 인센스와 스머지 스틱 

  빈티지 스타일링 ⑤_책 : 모든 시선 끝에 책이 걸리는 공간

  빈티지 스타일링 ⑥_프리저브드 플라워 & 드라이플라워 

  

       

- 방수, 방수, 방수, 방수에 대한 짙은 악몽을 꾸곤 했다





■ 공사를 잠시 중단하고 겨울의 창백한 대기 속에 침잠했다. 공사 소음 대신 라흐마니노프가 흘렀다. 공사 분진 대신 샌달우드 향내가 퍼졌다. 모든 걸 멈춰버리고 그저 흐르는 대로 살아본 이 집에서의 겨울이 끝나갈 즈음 보완해야 할 공정들이 자연스레 정리가 되었다.


■ 작은 마당에 함박눈이 소복하게 쌓여가는 아득함을 풍경으로 두고 그렇게 평생 좋아하지 않던 계절 겨울을 꽤나 다사롭고 안온하게 보낸 첫겨울이었다. 지난겨울은 좋았다.




- 갑자기 발 밑에서 바람이 분다. 폴딩 도어에 얼음이 얼었다.

- 이 집에서의 첫겨울, 라흐마니노프가 흐른다

- 이제 사람들을 초대해 볼까?

겨울, 누군가가 내 마음을 잠시 흔들어 놓았다. 안될 일…. 그렇게 유난히 길었던 2022년을 보내 버렸다

- 겨울의 끝자락, 서울의 다양한 문화예술공간을 탐방하며 이 집이 지닌 인문예술 살롱의 가능성을 보았다. 






 ■ 몇 가지 미뤄둔 공사를 마무리했다. 오랜만에 진심으로 행복하다 느꼈다. 그리고 어이없게도 금세 불행해졌다. 집만 완성되면 당연히 사라질 줄 알았던 그간의 온갖 불안감이 봉인 해제되었기 때문일까. 이 집이 리모델링되는 사이 내 삶은 전혀 리모델링되지 않은 것만 같은 헛헛함, 나란 사람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았다. 모든 게 쓸쓸한 허상 같았다. 


■ 이 집이 하나의 설치 미술 작품처럼 리모델링되길 원한 것과 같이 내 삶 또한 예술적으로 리모델링되고 싶었다. 하지만 이 오래된 집에 자꾸만 손볼 곳이 생겨나는 것처럼 삶 또한 한 번에 전복되진 않는다. 한 단계 한 단계 낯선 이국의 땅을 반짝이는 호기심으로 여행하듯 소요유하며, 평생을 두고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서서히 리모델링해나가면 되는 것이다.

다시 한번 시작이지 않을까. 무릇 시작에는 신비한 힘이 깃들여 있으니까.



- 지붕 공사를 위해 또다시 대출을 받았다

- 이 골목을 바라보는 내 시선을 풍요롭게도 참혹하게도 만드는 이웃들

- 봄날의 방황 : 얻은 것과 잃은 것의 인색한 무게를 재며 봄볕을 걸었다

- 집도 삶도 여! 전! 히! 리모델링하고 있습니다

- 폐쇄적인 집보다는 관계가 벌어지는 열린 작업실을 만들어 갑니다

- 우리 집으로 여행 오세요










① 인테리어 리모델링 & 공간 스타일링 1:1 상담 이벤트


② [이그조띠끄 하우스] 1박 2일 이용권

: 누군가의 사적인 공간을 마음껏 즐겨보세요!


"원하는 인센스 향을 피우고 소장된 책을 꺼내 읽고 

복층에서는 원하는 영화를 보세요. 

요리와 함께 와인 한 잔 마시며 분위기에 취해 보셔도 됩니다. 

아, 해 질 무렵 잠시 아차산 둘레길을 걸어보는 것도 

인상적인 기억을 남길 거예요. 초록 내음이 진동한답니다."


③ 홈파티 초대권

: [이그조띠끄 하우스]에서 우리 같이 홈파티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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