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 정진규 '별'
정진규
별들의 바탕은 어둠이 마땅하다
대낮에는 보이지 않는다
지금 대낮인 사람들은
별들이 보이지 않는다
지금 어둠인 사람들에게만
별들이 보인다
지금 어둠인 사람들만
별들을 낳을 수 있다
지금 대낮인 사람들은 어둡다
- 시집 『별들의 바탕은 어둠이 마땅하다』 (문학세계사, 1990)
[단상]
환하게 불을 밝힌 도심의 밤하늘엔 별이 보이지 않는다. 외곽으로 나가서 주위의 불을 모두 끄고 어둠 속에 한동안 머물러야 별빛이 눈에 들어온다. 작고 점멸하는 빛의 무리. 고로 ‘별들의 바탕은 어둠이 마땅하다.’
지금 어둠의 시간을 겪고 있다면, 별을 잉태할 때라고 생각해보자. 분명 주변이 온통 깜깜한 어둠이어야만 보이는 빛이 있을 것이다. 대낮의 빛 아래 있는 사람들에겐 저 무수한 별이 보이지 않는다. 밝을수록 오히려 그림자만 더 어둡게 보일 뿐이다.
*사진 출처: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