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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연미 Nov 16. 2020

그냥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것

[시 읽기] 잭 런던 '먼지가 되기보다는 재가 되리라'



먼지가 되기보다는 재가 되리라

     

                                                   잭 런던     


먼지가 되기보다는 차라리 재가 되리라.

마르고 푸석푸석해져 숨 막혀 죽기보다는

내 생명의 불꽃을

찬란하게 타오르는 불길 속에

완전히 불태우리라.

활기 없이 영원히 회전하는 행성이 되기보다는

내 안의 원자 하나하나까지

밝은 빛으로 연소되는

장엄한 별똥별이 되리라.

인간의 본분은 그냥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것

나는 단지 생을 연장하느라

나의 날들을 허비하지는 않으리라.

내게 주어진 시간을 쓰리라.     


- 시선집 『시로 납치하다』 (류시화, 더숲, 2018)

 



[단상]

위의 글은 시로 발표된 작품은 아니다. 작가 잭 런던이 죽기 얼마 전 친구들과 기자 앞에서 유언처럼 남긴 말이라고 한다. ‘먼지가 되기보다는 차라리 재가 되리라’는 시구처럼 잭 런던은 뜨겁게 타오르는 삶, 밝은 빛으로 연소한 별똥별 같은 삶을 살았다고 한다. 류시화 시인은 해설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인생의 어느 시기에 우리는 자신이 무난하게 회전하고 있음을 느낀다. 그 느낌은 삶이 우리에게 보내는 신호이다. 무난함은 늪이다. 우주가 지탱되는 것은 행성들이 안정적으로 회전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디선가 끝없이 초신성들의 폭발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것이 우주에 새로운 입자들과 질료를 제공한다. 삶도 주기적으로 자신을 깨우는 폭발이 일어나야 한다.” (p.224)     


삶이 안정적인 궤도에 올랐다고 그냥 존재하기만 하는 것은 시인의 말처럼 인간의 본분이 아니다. 초신성처럼 폭발하는 순간들, 별똥별처럼 찬란한 빛으로 불타오르는 순간들이 있어야 삶은 활기가 넘치게 된다. 그때야 비로소 우리는 생을 허비하지 않고 주어진 시간을 살아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 출처: Unsplash



<시로 납치하다> (류시화, 더숲,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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