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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연미 Aug 10. 2019

달나라에 대한 상상이 현실로

앤디 위어의 <아르테미스>를 읽고

*본 서평에는 책의 내용 일부와 개인적인 관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2019년은 아폴로 11호가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지 50주년이 되는 해다. 최근 미국 NASA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2024년까지 달에 우주인을 착륙시켜 한동안 머물게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여기에 더해 향후 사람이 정기적으로 달에 왕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지구인들의 달나라 관광 여행이 가능해질 날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미래를 현실화한 SF 소설이 바로 앤디 위어의 <아르테미스>(알에이치코리아, 2017)다. 컴퓨터 공학도였던 앤디 위어는 전작 <마션(The Martian)>의 성공(2015년 리들리 스콧 감독이 영화화했다)으로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게 된 작가다. 이번에는 화성이 아닌 달을 배경으로 작가 특유의 과학적인 검증과 수학적인 계산을 거쳐 극히 현실적인 상상의 세계를 구현해냈다.


소설 <아르테미스>는 인류가 달에 건설한 최초의 도시, ‘아르테미스’를 배경으로 거대 범죄에 어쩌다 얽혀 버린 천재 주인공의 고군분투 생존기를 담고 있다. 주인공 재즈 바사랴는 아르테미스의 최하층 여성 짐꾼으로 담배, 라이터 등의 소소한 금지물품을 밀반입하는 범죄자다. 어느 날 재벌 사업가 트론 란비크의 백만 슬러그(슬러그는 아르테미스의 화폐 단위다) 짜리 범죄 제안을 수락하면서 일이 꼬이게 되고, 살해 위협까지 받으며 범죄의 배후를 추적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아르테미스 도시 전체가 위험에 빠지고, 재즈 바사랴는 도시도 구하고 본인도 지구로 추방당하지 않기 위해 두뇌를 풀가동 해 해결사로 나선다.  


이 책은 SF 소설이 작가의 전문 지식과 철저한 고증으로 뒷받침될 경우, 얼마나 사실적인 세계를 구축해낼 수 있는지를 확실히 증명해준다. 작가는 달의 도시 아르테미스를 구체화하기 위해 가장 먼저 구 형태의 ‘버블’ 다섯 개로 구성된 아르테미스 도시를 그림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지구의 1/6인 달의 중력에서의 사람들의 생활 방식, 알루미늄 생산 산업의 부산물인 산소를 활용한 도시의 공기 시스템 등을 설명한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버블의 중심에 있는 계단통은 지구와 똑같이 생겼다. 폭이 좁은 계단은 한 단의 높이가 21 센티미터였다. 따라서 관광객들도 별 불편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관광객이 찾지 않는 구역의 계단은 한 단의 높이가 50 센티미터 이상이다. 달의 중력이란 그런 것이다. (중략) 15층의 계단을 걸어 오른다니 어쩌면 끔찍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이곳에서는 그리 큰 일이 아니다. 숨조차 차지 않으니까. (p.23)


구 형태의 ‘버블’ 다섯 개로 구성된 아르테미스 도시


그밖에도 도시의 화폐 ‘슬러그(지구에서 달로 1g을 옮길 수 있는 화폐단위)’와 통신장비 ‘기즈모(인터넷 서핑, 결제, 위치 추적 등이 가능한 장비)’, 아르테미스 인의 음식 ‘겅크(해조류)’ 등 정교한 설정들을 이야기 곳곳에 배치해 현실감을 더한다. 특히 달을 방문한 지구인들의 관광 명소 ‘아폴로 11호 착륙지점’의 EVA 체험(우주복을 입고 버블 밖 달 표면을 유영하는 것)에 대한 묘사는 너무 생생해서 독자를 사건에 끌어들여 현장에 갖다 놓는 느낌이 들 정도다. 책을 읽어가면서 스펙터클한 장면들이 영화처럼 머릿속에 펼쳐진다.


소설의 강한 몰입에는 매력적인 캐릭터의 힘도 크다. 재즈 바사랴와 다양한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는 서로 뒤엉키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책을 읽는 내내 어떻게 사건이 마무리가 될지 궁금증을 자극한다. 게다가 명석한 두뇌를 가지고 있지만 절대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는 실수투성이의 주인공이 이 소설을 더 현실적으로 만들어 준다. 


콤팩트를 손에 들고 금고의 문을 향해 입으로 후후 불었다. 모든 표면에 화장품 가루가 층을 이루어 앉았지만 버튼 가운데 세 개는 다른 곳보다 더 많은 가루가 묻어 있었다. 0과 1 그리고 7이었다. (중략) 흠. 세 개의 숫자로 이루어진 네 자릿수의 비밀번호라. 눈을 감고 약간의 암산을 해봤다. 가능한 조합은…… 모두 54가지였다. (중략) 그래! 진 추는 <스타트렉>의 팬이었지. 1,7,0,1을 누르자 금고가 딸깍 열렸다. NCC-1701은 우주선 엔터프라이즈 호의 등록번호다. 그런 걸 어떻게 아느냐고? 어디선가 들었던 것 같다. 나는 기억력이 좋다.(p.241)


<아르테미스>는 퍽퍽한 현실에서 상상력이 메말라갈 때 읽으면, 세상을 확장하고 생각을 자극하는 재미있는 소설이다. 이제 달에는 절구 찧는 토끼가 아닌, 사람들이 복작대며 살고 있을 것 같다. <아르테미스>도 <마션>처럼 곧 영화화될 예정이라고 하니 영화와 소설 원작을 비교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아르테미스> _ 앤디 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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