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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연미 Aug 19. 2019

엔딩에 대하여

영화 <미스터 스마일(2018)> 리뷰

*본 리뷰에는 영화의 주요 내용과 개인적인 관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연말이라는 시기는 은퇴라는 단어와 불러일으키는 심상이 비슷하다. 연속된 것의 엔딩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작년 연말에 개봉한 <미스터 스마일(The Old Man and The Gun)>은 선댄스 영화제의 창립자이자 배우 로버트 레드포드(Robert Redford)의 은퇴작으로 알려진 영화다. 그의 60년 영화 인생의 엔딩을 장식한 작품. 그가 이 영화를 그의 은퇴작으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 영화를 찍으며 그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영화는 8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전대미문의 은행털이범 ‘포레스트 터커(Forrest Tucker)’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그는 항상 깔끔한 정장에 젠틀한 매너로 은행을 털어 ‘은행털이 신사’로 불렸으며, 30번 이상 검거되고 18번 탈옥에 성공해서 70대까지 은행강도를 했던 전설적인 인물이다. 그야말로 외길인생이다. 영화의 원제는 <The Old Man and The Gun>이지만, 그는 폭력을 사용하지 않은 강도였다. 만면에 미소를 띠고 점잖게 은행을 터는 그의 모습에서 범죄임에도 어떤 품위가 느껴졌다고 하면 아이러니일까?


영화에서 그를 쫓던 경찰은 다음과 같은 말로 그를 묘사한다. 

It’s not about making a living,
it’s about living.


그에게 은행강도는 ‘생계를 위해서 하는 일이 아니라, 사는 것 그 자체’라는 것이다. 그런 그도 씨씨 스페이식(Sissy Spacek)이 연기한 한 여성을 만나며 은퇴를 고려하지만, 역시 ‘사는 것 그 자체’가 되어버린 일에서 은퇴는 불가능하다. 또다시 정장을 차려 입고 중절모에 가방을 들고나가는 그의 모습에는 자못 비장함까지 묻어있다.  


<미스터 스마일> 스틸컷 *출처 _ Google


USA 투데이는 영화 <미스터 스마일>을 '로버트 레드포드의 커튼콜 같은 작품’으로 소개했다. 로버트 레드포드 그 자신도 인터뷰에서 이 영화를 “영화 팬들과 안녕을 고하기에 완벽한 작품”이라고 언급하면서 은퇴 의사를 내비쳤다. 하지만 영화 속 포레스트 터커처럼 그에게도 영화는 ‘사는 것 그 자체’이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그도 포레스트 터커처럼 다시 영화계로 돌아오지 않을까? 그의 팬들에게 어쩌면 이 영화는 그의 복귀에 대한 희망이 될지도 모르겠다. 


배우의 은퇴와 영화의 엔딩이 묘하게 겹치면서 여러 의미의 끝(ending)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일상적이고 연속적이었던 것들에 작별을 고하는 기분. 로버트 레드포드에게 바치는 헌사가 가득한 이 영화를 보면서, 엔딩이라는 것이 반드시 슬픈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미스터 스마일(The Old Man & The Gun)> 해외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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