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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연미 Aug 20. 2019

주체적인 삶에 대하여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를 읽고

*본 서평에는 책의 내용 일부와 개인적인 관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민음사, 2004)>를 읽으면서 내 머릿속에는 한 가지 질문이 떠나질 않았다. 그것은 바로 ‘주체적인 삶이란 무엇인가’다. 


나는 과연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 남들이 나에게 기대하는 모습에 맞춰 순응하면서 살고 있지는 않은가? 내 삶의 중요한 결정들이 온전히 나의 의지에 따른 선택이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이 책의 주인공 제인 에어는 자신을 억압하는 환경과 속박하려는 타인들 속에서도 독립적인 자아로서 주체적인 삶을 살아간다. 




제인 에어는 부모를 여의고 외숙모의 집에 얹혀살던 열 살 무렵에도 자신을 향한 정당하지 않은 비난에 굴복하지 않고 대항한다. 그로 인해 기숙학교 로우드로 보내져 8년여의 시간을 보내지만, 자유를 갈망하며 익숙한 그곳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나는 실제 세계는 넓고 넓으며 희망과 두려움, 감동과 흥분 등의 다양한 영역이 그리로 들어가 위험 가운데서 삶의 참된 지식을 찾으려는 용기를 가진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였다. (중략) 나는 자유를 원했다. 자유를 갈망했다. (제인 에어 1, p.151~152)


이후 그녀는 가정교사로서 손필드 저택에 들어간다. 그리고 주인 로체스터와 낭만적인 사랑에 빠지지만 그의 부인이 (미쳤지만)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의 곁을 떠난다. 사랑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옳고 그름에 대한 자신의 신념에 따라 삶의 방향을 스스로 결정한 것이다. 


그러나 대답은 여전히 굴복하지 않는 것이었다. ‘내가 나를 걱정한다. 쓸쓸하고 고독하고 아무도 의지할 사람이 없으면 없을수록 나는 나 자신을 존경한다. (중략) 지금 내가 지켜야 할 것은 전부터 품어온 의견, 전부터 가지고 있던 결심뿐이다. 나는 거기에 꿋꿋이 발을 디뎌야 하는 것이다.’ (제인 에어 2, p.159~160)


이로 인해 그녀는 온갖 고난과 시련을 겪게 되지만 자신이 내린 결정을 번복하거나 후회하지 않는다. 또한 종교라는 명목 하에 자신에게 강요된 ‘선교자의 아내’ 역할도 거부하고 마음의 소리가 이끄는 대로 로체스터에게 돌아가 사랑을 완성한다. 


이와 같은 제인 에어의 자주적인 삶은 시대를 뛰어넘어 우리에게 전달하는 바가 크다. 개인의 자유와 독립성이 충분히 보장되어 있는 현재에도 우리는 우리의 주체성이 흔들리는 순간들을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 삶의 주인은 바로 자신이다. <제인 에어>는 너무나 당연한 이 명제를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보게 만든다.


<제인 에어> _ 샬럿 브론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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