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연미 Aug 21. 2019

일곱 살 보리가 바라보는 세상

영화 <콩나물(2013)> 리뷰

*본 리뷰에는 영화의 주요 내용과 개인적인 관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윤가은 감독의 신작 <우리집(The House of Us, 2019)>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윤가은 감독은 그녀의 첫 장편 영화 <우리들(The World of Us, 2016)>로 청룡영화제 신인감독상 등 국내외 유수한 영화제에서 수상을 하며 주목을 받고 있는 여성 감독이다. 매 작품마다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를 감독 특유의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낸다.  


윤가은 감독의 장편 영화 <우리들(2016)>과 <우리집(2019)>




내가 윤가은 감독을 처음 알게 된 건, 그녀의 단편영화 <콩나물(Sprout, 2013)>을 통해서다. 러닝타임 20분의 단편이지만, 웃음과 감동, 반전 스토리까지 담겨있는 수작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미소를 짓게 하는 아역배우의 사랑스러운 연기도 이 영화의 매력이다.   


영화 <콩나물>은 생애 첫 콩나물 심부름을 하는 7살 여자아이 보리의 좌충우돌 동네 탐험기다. 할아버지 기일에 콩나물을 준비하지 못한 엄마를 대신해 보리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콩나물을 사 오겠다며 외출을 감행한다. 심부름을 가는 아이의 앞에 이 작은 동네는 온갖 장애물(공사현장, 커다란 개 등)과 유혹(놀이터, 아이스크림 등)이 가득하다. 보리는 기지를 발휘해 장애물을 헤쳐 나가기도 하고, 때로는 7살 아이답게 유혹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뛰어놀다 아차 하고 다시 가던 길을 간다.


그 와중에 길 가다 만난 할머니의 일손을 도와 드리기도 하고, 동네 어르신들 앞에서 재롱잔치도 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보리의 여정은 그렇게 계속된다. 도대체 콩나물은 언제 사러 가나 싶을 때쯤 보리는 시장에 도착한다. 하지만 정작 무슨 심부름을 왔는지 잊어버리는 바람에 빈 손으로 왔던 길을 되짚어 집에 돌아온다. 


영화 <콩나물> 스틸컷


엄밀히 말하면 보리는 빈 손은 아니었다. 보리의 손에는 해바라기가 들려 있었다. 이 부분에서 감독은 아이의 상상으로 펼쳐지는 예쁜 판타지를 하나 보여준다. 해바라기와 관련된 반전 에피소드는 실제 영화를 보며 확인하기를 바란다. 


영화 <콩나물> 스틸컷


영화를 보면서 관객은 보리가 만나는 세상을 보리의 시선에서 바라보게 된다. 이미 사회에 대한 경계심을 갖게 된 우리 어른들에게 보리의 모험은 다소 무모하고 위태로워 보인다. 우리에게는 낯선 공간과 낯선 사람이 위험으로 인지되지만, 때 묻지 않은 아이에게는 그저 탐험의 대상인 것이다. 어쩌면 아이는 이처럼 자신의 세계가 확장되는 작은 경험들을 쌓으며 성장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영화 리뷰에서 ‘아이는 콩나물처럼 쑥쑥 자란다’는 내용을 봤다. 감독이 하고 많은 심부름 중에 콩나물을 선택한 이유가 있겠구나 싶다.  


영화 <콩나물(Sprout)> 포스터


매거진의 이전글 주체적인 삶에 대하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