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는 것은 나, 찾는 사람도 나

[시 읽기] 박연준, '저녁엔 얇아진다'

by 이연미


저녁엔 얇아진다


침대에 앉아 바지를 벗고 양말을 벗으며

나를 찾는다

부풀거나 야윈, 나라는 조각들

발치에 개켜두고


찾는 것은 나,

찾는 사람도 나


책상 위에 접혀 있는 것

변기 속으로 빨려들어간 것

고양이가 핥아먹은 것

모두 다 나


무너지는 산을 등으로 막아야 하는 것도

나,


- 박연준, ‘저녁엔 얇아진다’




[단상]

요즘 같은 날씨엔 정말로 '저녁엔 얇아진다'. 외출하고 돌아와 두툼한 겨울 외투와 목도리, 모자 등을 하나둘 벗어놓고 나면 말이다.


시인은 자신을 부풀리고 보호하던 겉모습을 벗어 버리고 본질인 '나를 찾는다'. 그러나 벗어놓은 것들도 모두 '나'를 구성하는 ‘나라는 조각들’. 내 물건, 내 행위, 내 흔적이 '모두 다 나'임을 깨닫는다.


결국 나밖에 없다. 내가 처한 상황을 인내하거나 극복하는 것도 나. '무너지는 산을 등으로 막아야 하는 것도' 오롯이 나의 몫이다.


KakaoTalk_20260110_135554185.jpg 박연준 시집, <사랑이 죽었는지 가서 보고 오렴>(문학동네)




*이미지 출처: 아티스트 무나씨 <모호> 전시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