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서 자전거는
오토바이와 도로를 공유한다

2편. 대만 가오슝 자전거 여행 _ #. 3 첫 번째 라이딩

by 이연미

대만 가오슝 자전거 여행 _ #3. 첫 번째 라이딩

(2018년 10월 7일~14일)



낯선 나라에서의 라이딩은 늘 긴장감을 동반한다. 아무리 국내에서 정보를 수집해 간다고 해도 그 나라의 교통신호 체계나 도로 상황까지 세세하게 알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다행히 대만 친구 한 명이 가오슝에서 자전거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고 그 자신도 자전거를 즐겨 타는 라이더이기에 도움을 청할 수 있었다.


가오슝에 도착한 첫날, 우리는 그 친구를 만났다. 거의 10년 만에 만났는데도 반갑게 맞아준 친구는 라이더의 동지애를 발휘해 대만 도로에서의 라이딩 Tip과 현지인들이 즐기는 자전거 루트 등 실질적인 정보를 알려줬다. 대화 중에 오토바이 이야기가 나오면서 나는 슬슬 대만에서의 라이딩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자전거는 오토바이 도로에서 달려야 돼!”


“오토바이들이 저렇게 달리는데 저 틈에서 자전거를 타야 된다고?”


“응! 그래도 걱정할 건 없어.

대만 사람들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오토바이를 탔기 때문에 알아서 자전거를 잘 피해 갈 거야~ 하하”


친구는 애써 나를 안심시키려 했지만, 어쩐지 차보다 오토바이가 더 위협적으로 보이는 게 사실이었다. ‘이륜차의 나라’라고도 불리는 대만은 보통 차량이 달리는 도로 우측에 오토바이 전용 도로가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오토바이 도로는 차선의 구분이 없어 속도가 제각각인 오토바이들이 무리 지어 달렸다. 상대적으로 속도가 느린 자전거는 가장 우측에서 달리면 되지만, 가끔 우회전하는 차량이나 정차하려는 택시가 이 도로로 끼어들기도 해서 무척 위험해 보였다. 실제 달려 보기 전엔 오토바이 틈에서 자전거를 타는 게 어떨지 도무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자전거로 오토바이 도로를 달리는 건 우려했던 것처럼 위험하진 않았다. 친구가 장담했듯이 오토바이를 모는 대만 사람들은 노련했고, 자전거가 느리다고 타박하거나 위협 운전을 하지도 않았다. 다만 오토바이와 도로를 공유하는 것에는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하나 있었다. 바로 오토바이가 내뿜는 매연. 특히 신호라도 걸려서 사거리에 멈춰 서면 앞뒤로 늘어선 오토바이가 뿜는 매연에 엔진의 열기까지 더해져 숨을 쉴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대만이 자전거 타기 좋다더니…’ 어쩐지 속은 기분이 들었고, ‘이렇게 매연을 마시며 자전거를 타겠다고 대만까지 온건가…’ 의문이 들었다.


20181009_153659_HDR.jpg 신호에 정차 중에는 오토바이 매연 때문에 숨을 쉴 수가 없다


다행인 건 도심만 벗어나면 오토바이 숫자가 줄어들며 자전거를 타기에 좋은 환경으로 바뀐다는 것이었다. 차량의 운행과 분리시켜주는 별도의 도로가 있는 것은 확실히 안전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조금 고생스럽기는 했지만 오토바이와 함께 달려본 것도 평생 잊지 못할 라이딩으로 기억에 남았다.


1539536929540.jpg
1539536922855.jpg
도로 우측에 구분되어 있는 이륜차 전용 도로


우리는 친구의 조언에 따라 가오슝의 현지 라이더들이 즐긴다는 루트를 워밍업 라이딩으로 결정했다. 가오슝 시내에서 약 30km 떨어진 불타기념관까지의 왕복 코스다. 간 김에 불타기념관 관광도 겸하면 여행의 하루 일정으로 딱 맞겠다 싶었다.


오전에 일찍 출발했는데도 역시 시내를 빠져나오기까지는 힘이 들었다. 오토바이의 매연 공격에 속수무책이었고, 교통신호가 많아서 졸지에 인터벌 트레이닝(높은 강도의 운동 사이에 불완전 휴식을 넣어 일련의 운동을 반복하는 신체 훈련 방법)이 되어버렸다. 물리적인 이동 거리에 비해 곱절로 힘이 들었던 라이딩이었다.


게다가 목적지에 도착해보니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불타기념관이 휴관인 날이었다. 라이딩에 신경 쓰느라 정작 방문지의 오픈 일정은 확인하지 않은 것이다. 애써 달려왔는데 밖에서만 들여다보고 돌아가야 하다니 힘이 빠졌다. 기념관 바로 옆에 위치한 절을 둘러보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지만, 어쩐지 오늘의 라이딩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것 같아 허무했다.


1539140074379.jpg
1539537225653.jpg
휴관일이었던 불타기념관 앞에서 라이딩 기념 사진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라이딩 자체가 이번 여행의 목적이었다. 무사히 그리고 즐겁게 자전거를 탔으니 그걸로 만족이었다. 가오슝 시내로 돌아가는 길은 올 때와는 다른 루트를 선택했다. 이왕이면 대만의 다양한 풍경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우여곡절이 많았던 대만에서의 첫 라이딩을 마무리하고 우리는 대만 현지에 완벽 적응했다.


IMG_20181010_100443_325.jpg
IMG_20181010_100600_086.jpg
가오슝에서 불타기념관까지 왕복 58km 라이딩

[자전거 타러 어디까지 가 봤니_2편. 대만 가오슝 자전거 여행]

#4. 두 번째 라이딩_ '대만의 최남단에 도착하다'가 이어집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