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 전시되었던 <에릭 요한슨 사진展>이 지난달 성공리에 막을 내렸다. 전시는 널리 알려진 그의 작품들뿐만 아니라, 이번에 처음 선보인 최신 작품과 그의 스튜디오를 재현한 공간, 아이디어 노트 및 촬영 소품들, 작업 과정을 보여주는 ‘Behind the Scenes’ 영상까지 구성이 다채로웠다.
The only thing that limit us,
is our imagination.
(우리를 제한시키는 유일한 것은
우리의 상상력이다.)
에릭 요한슨의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 중 하나, <Go Your Own Road(2008)>
상상을 찍는 사진작가를 만나다
에릭 요한슨이라는 작가의 이름은 생소하지만, 그의 작품은 누구나 어디선가 한 번쯤 보았을 것이다. 그는 기발한 발상과 완성도 높은 후반 작업으로 상상 속 장면을 매우 사실적으로 구현해내어 ‘상상을 찍는 사진작가’로 불린다.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이 보송보송한 양털 같아’, ‘눈앞에 보이는 이 풍경은 누군가 비밀스럽게 펼쳐 놓은 장막 같아’, ‘조금씩 모양이 바뀌는 밤하늘의 저 달은 누가 매일 밤 교체해주기 때문이야’. 어린아이의 장난 같은 이런 생각들이 그의 창작물의 출발점이다.
It’s more about capturing the idea
than about capturing the moment.
(이것은 사실상 순간을 담는 것보다
아이디어를 캡처하는 것의 문제이다.)
순서대로 <Cumulus & Thunder(2017)>, <The Cover-Up(2013)>, <Full Moon Service(2017)>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것은 디테일이다
그의 작품 하나가 탄생하기까지 일련의 작업 과정은 실로 놀라웠다. 아이디어 스케치부터 세팅과 촬영(부분 촬영, 미니어처 촬영 등), 합성 및 이미지 보정까지,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데 길게는 1년 반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이번 전시에 그는 그의 대표작, <Full Moon Service(2017)>의 레이어도 공개했다. 보통 한 작품당 약 150개 이상의 레이어가 사용된다고 한다.
[에릭 요한슨의 작업 과정 및 기간]
1. 아이디어 및 기획(1~12개월)
2. 사진 촬영 (1/2일~1주일)
3. 이미지 프로세스 (1~6개월)
4. 작품 발표 (1년에 약 8작품 내외)
<Full Moon Service(2017)>의 작업 과정과 레이어들
'풍선을 타고 출근을 한다'는 환상을 표현한 작품인 <Leap of Faith(2018)>를 자세히 살펴보면, 점프대 표지판에 ‘One Balloon Per Person’, ‘Look before you jump’라는 재치 넘치는 문구가 적혀있다. 작가가 불가능한 상상을 가능케 하기 위해 얼마나 세심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았는지를 알 수 있다.
<Leap of Faith(2018)>, 사진의 디테일 확대
상상은 또 다른 상상을 낳는다
에릭 요한슨은 자신이 20세기 초현실주의 화가들(마그리트, 달리, 에셔)로부터 영감(Inspiration)을 받았다고 밝혔다. 불과 얼마 전에 에셔의 전시를 다녀온 나로서는 그의 작품과 에셔의 작품을 비교해보는 것도 새로운 재미였다. <Nightmare Perspective(2010)>는 서로 다른 시점에서 찍은 같은 공간의 사진을 상하로 배치하여 한쪽의 천정이 다른 쪽의 바닥이 된다는 점에서 에셔의 <Up and Down(1947)>을 연상시킨다. 에셔는 판화를 통해 초현실을 구현했고 에릭 요한슨은 같은 모티브를 사진으로 실험했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에셔의 <Up and Down(1947)>과 에릭 요한슨의 <Nightmare Perspective(2010)>
에릭 요한슨의 <The Architect(2015)>에 등장한 펜로즈의 삼각형(Penrose Triangle), 에셔가 작품에서 애용한 모티브 중 하나
그의 작품 또한 누군가의 작품에 영감이 된다. 차원이 다른 도로가 교차하는 작품, <Common Sense Crossing(2010)>은 영화 <인셉션>과 <닥터 스트레인지(2016)>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한 사람의 상상이 다른 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새로움을 탄생시킨다는 점에서 ‘상상은 또 다른 상상을 낳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릭 요한슨의 <Common Sense Crossing(2010)>과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2016)>의 한 장면
전시: 에릭 요한슨 사진 展
기간: 2019. 06. 05 (수) ~ 2019. 09. 15 (일)
장소: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전시: 에릭 요한슨 사진 展
기간: 2019. 10. 18 (금) ~ 2019. 12. 29 (일)
장소: 울산현대예술관 미술관
(울산현대예술관에는 서울에 전시되지 않았던 새로운 작품도 포함될 예정이라고 한다.)
*에릭 요한슨의 홈페이지(https://www.erikjo.com/)를 방문하면 그의 작품은 물론이고 Behind the Scenes 영상도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