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provisation and play are key ingredients to my practice, as is pizza. (즉흥성과 즐거움은 내 작업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피자만큼 말이죠.)
예전부터 조카들과 약속했던 외출을 감행했다. 목적지는 아트 갤러리, <슈퍼스타 존 버거맨>의 전시가 한창 진행 중인 M컨템포러리였다. 난 오늘을 기대했을 조카들을 위해 스케치북과 크레용을 준비했다. 전시를 보기만 하는 것보다는 그림을 따라 그려보는 액티비티를 하는 게 훨씬 더 즐겁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다행히 평일의 갤러리는 한적했다. 다른 사람들의 전시 관람에 방해가 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전시장을 우리가 전세라도 낸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조카들은 스케치북과 크레용을 들고 각자 마음에 드는 그림 앞에 엎드려 그림을 그렸다.
“왜 도깨비 그림밖에 없어요?”
작가가 아이들 낙서같이 장난스럽게 그린 상상의 캐릭터들을 보고 조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건넨 한 마디다. 그러고 보니 피자나 핫도그, 행성 같은 이미지에 눈이 달리고 뿔이 나고 팔다리가 나온 것이 도깨비 같아 보였다. 캐릭터들의 이름은 ‘걱정왕(Worry King)’, ‘일은 짜증나(Work Sucks)”, “침착해(Calm)” 등등. 작가의 위트가 가득 담겨있었다.
처음엔 나름 진지하게 그림을 따라 그리던 녀석들이 점점 그림은 뒷전이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더니 정신을 쏙 빼놨다. 갤러리 입구에서 전시장에서는 뛰면 안 된다, 큰 소리로 이야기하면 안 된다고 충고했던 것은 역시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아, 이 도깨비 같은 녀석들…’
속마음을 어떻게 알았는지 사진을 찍는데 아이들이 도깨비 흉내를 냈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조카들이 전시를 충분히 즐기고 있는 것 같아서 뿌듯했다. 전시라고 예술이라고 진지하고 정숙해야만 하는 건 아니라고 존 버거맨 작품들이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았다.
카메라 앞에서 존 버거맨의 캐릭터처럼 도깨비 포즈
네온 페인팅 작업과 대형 미디어 아트가 전시된 어두운 방은 아이들에겐 신기한 놀이터였다. 빛이 나오는 펜으로 그림을 그려볼 수 있어서 꽤 오랜 시간 그 방에 머물렀다. 전시는 ‘존 버거맨 그림에 색칠하기’, ‘작가의 책상에 앉아 보기’ 등 체험 프로그램도 적절히 있어서 아이들이 특히 좋아했다.
빛으로 그림 그리기 체험
전시 관람을 마치고 우리는 존 버거맨의 캐릭터가 그려진 티셔츠를 하나씩 사기 위해 아트샵에 들렀다. 아뿔싸, 아트샵에는 장난감도 가득한 것을. 조카들은 번갈아 가며 이것도 갖고 싶다 저것도 사달라며 울먹이더니 떼쓰기 시작했다. 결국 적당히 타협해서 클레이 장난감을 둘이 같이 갖고 노는 조건으로 사주고 나서야 갤러리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조카들과 헤어진 후 나는 도깨비에 홀린 것 같은 상태가 되어 버려 결국 아이스 아메리카노 그란데 사이즈를 벌컥벌컥 마셔야 했다. 그날 저녁, 올케는 클레이로 만든 캐릭터 인형들 사진과 함께 오늘 일찍 자기는 글렀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아트샵에서 구입한 티셔츠와 클레이 장난감
전시: FUN FACTORY, 슈퍼스타 존 버거맨 기간: 2019. 06. 14 (금) ~ 2019. 09. 29 (일) 장소: M컨템포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