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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연미 Apr 22. 2020

조지 오웰의
여섯 가지 글쓰기 원칙

조지 오웰의 에세이 <정치와 영어>를 읽고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였던 조지 오웰은 당대 언어(영어)의 타락에 대해 심각한 문제의식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문명의 퇴폐적 풍조 때문에 언어 또한 어쩔 수 없이 쇠락하는 것이라고 체념할 수 없었다. 그가 이러한 현상을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이유는 생각이 언어를 타락시킨다면언어 또한 생각을 타락시킬 수 있다(p.271)’고 여겼기 때문이다.      


“우리의 생각이 어리석어 영어가 고약하고 부정확해지지만, 언어가 단정하지 못해 생각이 더 어리석어지기 쉬운 것이다. (...) 따라서 나쁜 영어에 대한 투쟁은 사소한 일이 아니며, 직업적인 문필가들만의 문제도 아니다.” (p.256)     


비록 우리는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조지 오웰이 이 글을 썼던 시대와도 한참 먼 후대에 살고 있지만, 오늘의 우리 언어가 겪고 있는 현실을 생각한다면 그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항상 경계하지 않으면 언어는 쉽게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에세이에서 오웰은 사회에 만연한 글쓰기 악습을 조목조목 예시를 들어가며 날카롭게 비판한다. 예를 들면, 필자의 수고를 덜어준다는 이유만으로 쓰이는 상투적인 비유나 전형적인 어구, 교양 있고 공평무사한 느낌을 주기 위해 쓰이는 젠체하는 용어, 비평 등에서 남용하는 무의미한 단어 등이 그것이다. 오웰은 이러한 표현을 ‘순전한 속임수(p.267)’라며 매섭게 질타한다. 그는 특히 정치적인 글이 언어의 타락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우리 시대에 정치적인 말과 글은 주로 변호할 수 없는 것을 변호하는 데 쓰인다. (...) 때문에 정치적인 언어는 주로 완곡어법과 논점 회피, 그리고 순전히 아리송한 표현법으로 이루어진다. (p.270)”


오웰은 산문의 경우에 단어를 가지고 할 수 있는 최악의 일은 단어에 굴복하는 것(p.274)’이라며, 의미가 단어를 택하도록 해야지 그 반대가 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는 글 쓰는 이들의 태도 변화와 의식적인 노력을 요구하며, 친절하게도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여섯 가지 글쓰기 원칙을 제안한다. 우리도 글을 쓰면서 유념하면 좋을 내용이라 그대로 옮겨본다.


1. 익히 봐왔던 비유는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2. 짧은 단어를 쓸 수 있을 때는 절대 긴 단어를 쓰기 않는다.
3. 빼도 지장이 없는 단어가 있을 경우에는 반드시 뺀다.
4. 능동태를 쓸 수 있는데도 수동태를 쓰는 경우는 절대 없도록 한다.
5. 외래어나 과학 용어나 전문용어는 그에 대응하는 일상어가 있다면 절대 쓰지 않는다.
6. 너무 황당한 표현을 하게 되느니 이상의 원칙을 깬다     


글쓰기의 나쁜 습관을 단번에 고칠 수는 없겠지만, 글을 쓰면서 잠시 멈춰서 위의 원칙을 스스로 질문한다면 조금 더 명료한 글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정치와 영어>는  조지 오웰의 산문집 <<나는 왜 쓰는가(한겨레출판, 2010)>>에 실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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