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하지 않으면 놓치게 되는 것들
돌이켜 생각해보면 정말 부끄러운 일이 있다.
2016년 1월, 은행 퇴사를 한창 고민하던 시기에 포털 사이트에 여러 키워드로 검색을 한 적이 있다. 지금 보면 나의 퇴사 고민에 대한 생각과 의견을 네이버에서 찾는 꼴이었으니 얼마나 바보 같았던가. 지금 생각해봐도 낯 뜨거워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만큼 당시 내가 처한 상황이 속 터지고 답답했으리라. 또한 책임을 져야 하는 인생이 나뿐만이 아니라 아내와 6개월 된 딸아이까지 포함된다는 막막한 시기였음을 기억한다.
예상대로 내가 원하고 기대한 답변을 찾을 수는 없었지만 나의 행동에는 분명한 근거가 있었다. 누군가 비슷한 고민을 한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고 이 정도의 무게감 있는 고민이라면 어떻게든 글로 남겨두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마치 일기처럼. 그러면 누군지 모를 이가 했던 비슷한 고민을 통해 나의 내일을 어렴풋하게나마 들여다볼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퇴사 고민의 맥락은 유사할지 모르겠으나 저마다 처한 상황은 특수한 것이고 일반화하기 어렵기에 내가 기대한 '정답'을 내줄 수 있는 답변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때였다.
'아, 그럼 내가 그런 기록을 남겨보자.'
앞으로도 조직에서의 퇴사와 그로 인한 고민은 줄어들지 않을 테니까.
치열한 고민의 흔적은 어떤 형태로든 기록되어야 한다. 문자로 된 기록의 축적은 책이 될 수 있고 앞으로 누군가의 삶의 방향을 이끌어줄 수 있다. 살면서 중요한 순간마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당시의 나는 보이지 않는 내일을 비추는 아주 희미한 불빛이라도 찾아내고 싶었다.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하며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 담긴 이의 글과 책만큼 치열한 삶의 고민과 사유가 담긴 도구는 찾기 어려울 것이다. 몰입하는 독서를 하게 된 이유 그리고 하루의 삶을 기록하게 된 이유는, 더 이상 바닥이 없을 거라 생각했던 상황에서 내게 위로가 되고 용기가 되어준 책처럼, 나 역시도 누군가의 삶과 성장에 도움이 되는 글을 쓰고 싶었기 때문이다. 특정한 상황에서 떠오른 생각과 관련된 기록을 찾아가며 사고의 지평을 넓힐 수 있었고 미숙한 실수와 실패가 발생할 확률을 낮춰주기도 했으며,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는 일에 시간과 열정을 투자하여 에너지를 소진시키는 행동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었다. 일상의 혜안을 가지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 글을 통해 위로받는 나 자신이 다시 태어난다는 강한 느낌이 든다.
그것이 진심 어린 마음과 깊은 생각이 담긴 글의 진정한 가치라고 믿는다. 사소한 의미라 할지라도 기록하는 행위가 누적되면 그것이 역사가 되고,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에 선사하는 값진 선물이 될 수 있다는 심리적 만족감은 내가 꽤 쓸모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은 생각이 들게 해 주며 이로 인해 나의 자존감은 단단해지기도 한다.
쓸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적어도 내게
감사한 오늘을 통해 내일로 성장하고 있다는 확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