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취할 것인가
생각이 많아질수록 단순함을 막아 세우는 장애물들이 늘어난다.
이유가 생기고 핑계가 된다. 극단적인 단순함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가령 글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면, 글만 쓸 수 있는 환경으로 진입해야 하는 것이다. 휴대전화를 끄고, 인터넷을 차단하며 글만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책상 위는 글을 쓰는 도구 이외에 필요 없는 모든 물건들은 치운다. 그래서 인터넷이 차단되고 글만 쓸 수 있는 Freewrite 같은 제품도 나왔다. 비싸다. 그 비싼 금액을 지불하고서라도 글 쓰는 것에만 집중하고자 하는 수요가 있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지금 해야 하는 것에만 몰두하는 것을 어려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단순함을 유지하는 것은, 가장 나다운 것에만 집중해 가는 여정이다.
요즈음의 우리는 내 본연의 모습과 진실된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기가 매우 어려운 환경에 살고 있다. 언제든 쉽게 열어볼 수 있는 타인의 세상은, 나의 것과 비교해 봤을 때 특히 SNS 상에서의 모습은 말도 안 되게 화려하고 여유 있고 특별해 보인다. 그에 비해 구겨진 종이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나 자신의 하루가, 인생이 보잘것없다고 느껴진다. 그런 생각에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모든 것들이 하찮게 느껴지거나, 나만 바보같이 제자리인 것 같아 뭔가를 바꾸려 한다. 사실 타인은 잘못이 없다. 그것을 보고 읽고 느낀 내가 '해석의 주체'이기 때문이다.
누구는 저러고 살고, 나는 이렇게 산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런 사고가 누군가에게는 큰 노력이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스스로를 믿고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부족한 이들은 '타인의 외형'을 보고 해석하고 판단하고 나와 비교하기 시작한다. 큰 오류의 시작이다.
각자가 생각하는 삶의 방식과 우선순위는 결코 같을 수 없다.
누군가의 외형은 이런 내면의 생각이 외부로 발현된 것이고 전부는 아닐지라도 많은 부분 그러하기에, 살아온 궤적이 다른 나와의 절대비교는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이다. 알면서도 그것이 쉽지 않다. 좋아 보이는 것은 오랜 시간 혹은 힘들었던 과정에 대한 결과인데 우리가 보는 것은 과정이 아닌 결과이기 때문이다. 자신에 대한 기준이 명확히 서있는 이들은 이런 매혹과 진실된 매력을 구분할 줄 안다. 삶을 단순하게 정리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는 명상을 수년간 하다 보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관찰자적 시선'을 갖게 되는데 구분의 혜안을 얻게 된다.
단순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가치 있는 것을 알아볼 수 있어야 한다.
불필요한 것에는 신경을 쓰지 않아야 중요한 것을 할 수 있고 그래야 단순함을 유지할 수 있다. 단순함을 유지해야 마음의 공간과 물리적 공간에 여유가 생기고, 진짜와 가짜를 구별해 낼 수 있는 것이다. 그래야 내가 원하는 것들에 집중하기가 수월해진다. 생각에도 불필요함을 걷어내고, 내가 원하는 것들에만 초점을 맞추게 되어야 스스로의 삶을 낭비하지 않을 수 있다. 평소에 내가 관심을 두어야 하고, 많은 시간 집중하여 에너지를 투입해야 하는 주제가 명확할 때 우리는 단순하지만 중요한 것에만 몰입하여 살아갈 수 있다.
매일 가벼움을 만끽하며 사는 삶은 즐겁다. 가벼움이 반드시 행복의 조건이 될 수는 없을 테니, 가볍다고 행복하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여백이 있고, 중요한 점이 선명하게 찍혀있는 삶은 즐겁다. 그 여유로운 공간에서 나의 몸과 마음은 휴식을 취하고 새로운 내일을 준비한다. 잡념이 들어도 금세 알아차리고 다시 단순함을 지향하는 나 자신에게 집중한다. 중요하지 않은 것을 걷어내기 위해서는 용기와 절제가 필요하지만, 이후의 정돈된 삶을 떠올려본다면 한 번쯤 그 용기는 내볼 만한 것이 된다.
수십 년 치즈버거만을 점심으로 즐기는 워런 버핏, 평생 청바지와 검은 터틀넥 그리고 뉴발란스 운동화를 고집한 스티브잡스, 단순한 생활을 위해 매 끼니를 같은 메뉴로 한다는 필즈상 수상자 허준이 프린스턴대 교수 등. 비단 그들의 성공을 좇기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스스로가 가치 있게 여기는 무언가에 몰입하기 위해서는 이런 노력도 의미가 있는 것이 된다. 너무 많은 것들에 노출되고 접근이 쉬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어쩌면 너무 가혹한 숙제 같기도 하다. 그렇다고 삐삐를 갖고 다니던 90년대로 돌아가긴 어려울 것이다.
그러면 우리의 선택은 하나다.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취할 것인가. 내 인생 전체를 두고 봤을 때, 내가 유지해야 하는 단순함은 무엇이고 그것은 내게 어떤 의미인가. 그 한 가지에 몰두하는 단순함을 유지할 만큼 가치가 있는 것인가. 그렇다면 그 힘을 조금 더 내어보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