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안 갈 건데 왜 공부해요?"라는 질문은 비겁하다

by M ent

한 우물만 파던 시대의 종말이 진행 중이다!

직업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 급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공무원, 회사원, 의사처럼 단일 직업을 말하는 것이 당연했다. 평생 한 우물만 파다 은퇴하는 것이 정석이었던 시절이다. 하지만 이제는 작가이면서 교사이고, 약사이며 유튜버인 'N잡러'의 시대다. 하나의 직함으로 나를 설명하기엔 세상이 너무 넓고 초라해 보인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직업 선택의 폭이 넓어진 점이 크다. SNS와 유튜브, AI의 등장으로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직업을 간접 경험한다. 직업에 대한 인식 자체도 달라졌다. 과거 프로게이머는 수명이 짧고 은퇴 후가 불투명하다며 기성세대의 우려를 샀지만, 지금은 다르다. 페이커(Faker) 같은 선수가 세계를 제패하며 e스포츠는 하나의 거대한 산업이 되었고, 은퇴 후에도 크리에이터나 지도자 등 무궁무진한 선택지가 열려 있다.


안타깝게도 고용 불안이라는 현실적인 이유 역시 N잡러 시대를 가속화했다. IMF 이후 정년보장은 옛말이 되었고, 소위 'SKY'라 불리는 명문대 졸업생들조차 취업 전선의 냉전사태에 고군분투한다.

좋은 대학에 입사해 대기업에 들어가고, 열심히 승진해서 내 집 마련을 하고 노후를 보장받는다는 성공 공식은 깨진 지 오래다. 선배들의 모습을 보며 나의 미래를 점쳐보지만, 현실은 서울에 자가 한 채 마련하기조차 벅차다. 이런 불확실성 속에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대학 학벌 이상의 '무언가'를 찾아 나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생들 사이에서는 이런 질문이 심심찮게 들린다. "굳이 대학 가야 하나요? 대학 안 가고 프로게이머나 연예인 할 건데 왜 공부해야 해요?"

내 답은 명확하다. 원치 않는 대학을 굳이 갈 필요는 없다. 성적에 맞춰서, 혹은 부모님과 선생님의 권유에 떠밀려 가는 대학은 십중팔구 자퇴나 방황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성공, 실패와 상관없이 후회와 원망은 함께 온다. 나 역시 그런 과정을 겪어봤기에 그 시간의 무의미함을 잘 안다. 전문직 라이선스가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오늘날 대학이 주는 메리트는 사실상 환경과 학연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안' 가는 것과 '못' 가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라는 점이다. 수능 올백을 맞고 서울대 의대를 안 가는 것은 내 선택이지만, 9등급을 받고 못 가는 것은 선택의 영역이 아니다. 공부를 해야 하는 첫 번째 이유는 내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 공부가 발목을 잡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진정으로 예술이나 스포츠에 매진한다면 교과서 위주의 공부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학생 본연의 위치에서 마주하는 공부는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 그 이상이다. 그것은 한 개인이 가진 성실의 척도다.

여기서 말하는 공부는 단순히 시험 성적을 뜻하지 않는다. 내가 있는 자리에서 내게 주어진 과업을 얼마나 꾸준히 해낼 수 있느냐를 판단하는 지표다. 결과로써의 성적은 지적 수준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그 과정에 임하는 태도는 온전히 본인의 몫이다.


연예인을 꿈꾼다면 연예인이 되기 위한 공부를, 화가를 꿈꾼다면 미술에 대한 탐구를 꾸준히 이어가야 한다.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과정을 성실히 밟아 나가는 것, 그것이 공부의 본질이다.


질문을 바꿔야 할 때다!

사실 "왜 공부해야 하나요?"라고 묻는 이들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저 지금의 공부가 귀찮고 재미없어서 회피하고 싶은 경우가 많다. "대학 안 갈 거니까 공부 안 해도 된다"는 말은 정당한 이유가 아니라 게으름을 가리기 위한 비겁한 핑계일 뿐이다.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한다. 질문이 바뀌면 삶의 태도가 바뀐다.

"왜 공부해야 해요?"가 아니라, "저는 XX가 하고 싶은데, XX와 관련된 공부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가고자 하는 길에 필요한 것을 찾아내고 그것을 성실하게 채워가는 힘. 그 힘을 기르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진짜 이유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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