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생활에서 말하게 하기
독서는 책과 친해지기 5단계(듣기, 생각하기, 말하기, 읽기, 쓰기) 중 4단계이다. 단계를 나눈 이유는 책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이다. 앞에서 이야기했지만 아이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하면 안 된다. 공부=책이라는 인식이 강하기에 강요하면 오히려 안 읽는다.
꼭 순서대로 할 필요는 없다. 사람마다 성격, 특성, 성향, 관심분야 등이 다르다. 마찬가지로 아이들도 다르기에 모든 단계를 처음부터 할 필요는 없다. 책 자체에 관심이 많은 아이에게 굳이 책을 듣게 할 필요는 없다. 단계는 책에 관심이 없는 아이를 위해 편의상 나눈 것이니 참고하면 된다. 책을 정말 싫어하는 아이라면 순서대로 하는 것을 추천한다.
제일 먼저 1, 2, 3단계를 할 것이다. 책을 듣고, 생각하고, 말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 책과 아이들의 관계를 조금은 가까워지게 할 수 있다. 그 후, 우리가 희망하는 독서가 시작된다. 여기서 의문이 들 것이다. 단계를 나눴는데 1~3단계를 한 번에 한다고? 왜냐하면 우리가 이용할 방법이 문답법이기 때문이다. 묻고 답하는 과정에서 듣기, 생각하기, 말하기가 계속 진행된다. 그러기에 1~3단계가 함께 진행되는 것이다.
처음부터 책을 활용한 문답법은 추천하지 않는다. 아무리 쉬운 책이라도 책 자체에 흥미가 없는 아이들에게는 고문이다. 어른 기준에 쉬운 책이지 아이들에게는 어려울 수 있다. 또한, 유튜브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1페이지를 보게 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러니 매우 쉽게 시작할 것이다. 바로 일상생활의 문답법을 활용할 것이다.
문답법을 활용해서 우리가 할 것은 하나다. 아이들이 말하게 하는 것이다. 정확하게는 '생각을 표현'하게 하는 것이다. '그냥요.' '몰라요.' 이런 식으로 가 아니다. 구체적으로 표현하게 할 것이다. 문답법의 목표는
소크라테스는 사람들에게 참된 지식을 직접 가르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대신 대화와 문답을 통해 상대자가 스스로 무지와 편견을 깨닫게 했다.
그리고 진리를 발견하게 하였다.
이다. 진리를 발견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아이들이 깨닫게 할 진리는 '알고 싶다'이다. 지식의 필요성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목이 마르면 물을 찾고 배가 고프면 음식을 찾는다. 마찬가지로 지식에 목마르고 고프면 채우고 싶어 진다. 지식을 채울 수 있는 방법은 찾게 되고 자연스럽게 손이 간다. 책으로! 문답법이 바로, 지식에 목마르고 고프게 하는 단계이다.
첫 단계는 아이들의 생각을 구체적으로 표현하게 할 것이다. 아이들과 이야기해 보면 느낄 것이다. 자신의 생각을 구체적으로 표현하지 못한다는 것을.... 이유를 물어보면 대부분의 답은 '그냥요' '몰라요'이다. '왜', '어떻게'를 말하지 않는다. 아니 못한다. 못하는 이유는 3가지이다.
1. 방법을 몰라서
2. 지식이 없어서
3. 틀릴까 봐
지금 단계에서는 1. 방법을 몰라서, 3. 틀릴까 봐 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을 표현할 수 있어야 지식에 대한 문답법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학원, 학교에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시간은 없다. 대부분 단순 지식, 문제에 대한 해답을 물어본다. 가정에서도 생각 표현에 대해 가르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숨 쉬는 것처럼 당연하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른들의 입장에서다. 아이들은 생각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모른다. 안 하는 게 아니라 몰라서 못하는 것이다. 몇 번의 예를 보여주면 아이들도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게 된다. 방법을 몰라서는 쉽게 해결된다.
하지만 틀릴까 봐는 조금 더 해결하기 힘들다. 틀렸다고 이야기하면 어떤 표정과 목소리일까? 대부분 냉철하거나 화에 가까울 것이다. 아이들은 틀렸다는 말에 어른들의 언어적, 비언어적 표현을 본다. 그리고 틀렸다는 것=좋지 않은 것이라는 공식을 만들게 된다. 처음부터 그런 것이 아니다. 가정이든 학교든 학원이든 그건 틀렸어,라는 말과 어른들의 표정을 많이 보았기에 본능적으로 이해한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이 차라리 표현하기를 포기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 내린다.
그래서 시작 전에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절대로 아이 말에 틀렸다고 말하면 안 된다. 그것이 틀렸더라도 일단 듣는 게 중요하다. 정말 틀렸다면 계속 물어보는 것이다. 문답법은 본인이 깨닫게 하는 것이다. 정말 필요하다면 도움을 줄 수 있지만 답을 주는 것은 아이의 표현력과 사고력의 씨앗을 짓밟는 행위이다. 그러니 답답하더라도 참고 견뎌야 한다. 이 과정은 인내심의 싸움이다.
가장 간단한 문답법은 아이의 하루 일과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어느 것이든 좋다. 일과에 관한 문답법이면 좋다. 이렇게 말하면 어려우니 예를 들어보겠다.
친구와 관계
아이들의 친구관계는 왔다 갔다 한다. 좋았다 싫었다 싸웠다 화해했다.. 이를 물어보면 된다. 질문의 시작은 간단하다. '오늘 누구랑 놀았어?' 또는 '이유는 친구 중 누가 제일 좋아?' 그러면 이제 답변이 나온다. '재석이요' 이제 시작이다. '왜 재석이가 좋아?' '그냥요!', '좋으니까요!'가 보통의 답변일 것이다. 당황하지 마라. 이럴 때는 예를 보여주는 것이 좋다. '엄마는 친구 중 성경이를 좋아해. 왜냐하면 엄마가 힘들면 항상 위로해주거든' 이런 식으로 구체적으로 말이다. 그러면 아이들이 처음에는 어려워한다. 왜냐고? 안 해봤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를 계속하다 보면 아이들이 구체적으로 말하기 시작한다. 그러면 그것을 꼬리 물어서 계속 질문하는 것이다.
점심 반찬, 오늘의 기분, 날씨, 수업 등 다양하다. 한 가지를 정해서 일상에 대해 이야기하면 된다. 이는 두 가지 효과가 있다. 아이들의 구체적 말하기의 첫걸음이다. 그리고 부모가 자신에게 관심이 있다고 생각한다. 매슬로의 욕구단계설을 보면 일단 안정의 욕구, 애정소속 욕구, 존중의 욕구가 만족되어야 자아실현의 욕구로 갈 수 있다. 자식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아이들의 안정감, 소속감, 존중감을 느끼게 한다. 그러면 좀 더 쉽게 마음을 열고 표현할 수 있게 된다.
처음부터 길게 할 필요 없다. 딱 5분만 매일 해보아라. 그러면 아이들의 놀라운 발전 속도를 볼 수 있다. 그리고 먼저 아이들이 물어보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첫 단계는 클리어한 것이다.
두 번째 단계는? 다음 글에서 알아보도록 하자!
2023년 한 해 동안 모두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마무리 잘하시길 바랍니다. 2024년은 2023년보다 더 행복하고 즐거운 일만 가득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