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하는 하루 한 장
언제부터였을까?
우리가 사는 세상이 갈수록 흑과 백, 단 두 개의 돌만 존재하는 거대한 바둑판처럼 느껴지기 시작한다.
정치, 경제, 성별, 세대를 막론하고 모든 것이 선명한 흑과 백으로 나뉘어,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맹렬한 대결을 펼치고 있다.
바둑이란 서로의 집을 지으며 공존하는 지혜의 게임이지만, 지금 우리 현실은 상대를 판 밖으로 전부 다 밀어내야만 끝나는 '알까기'에 더 가까워 보인다.
내 편이 아니면 그저 다른 편이 아니라, 세상에서 사라져야 할 ‘악’으로 규정한다.
내 편의 주장은 무조건적인 ‘선’이 되고, 나와 다른 목소리는 증오의 대상이 되는 흑백의 세상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 대신, 서로를 헐뜯고 비난하고 밀어내는 데에만 온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진짜 현실이 정말 흑과 백만으로 이루어진 바둑판일까?
세상이라는 현실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캔버스에는 순수한 검은색과 완전한 흰색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사이에는 이름 붙일 수 없을 만큼 다양한 회색의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새벽의 안개를 닮은 옅은 회색, 깊은 밤의 그림자 같은 짙은 회색, 노을빛을 머금어 붉게 보이는 회색, 숲의 이끼를 닮아 푸른빛이 감도는 회색까지.
수많은 회색들은 자신의 특징에 따라 검은색에 가깝기도, 흰색에 가깝기도 하며 고유의 색을 뽐낸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어떤 이는 검은색에 가까운 신념을 가졌을 수 있고, 어떤 이는 흰색에 가까운 가치관을 품었을 수 있다.
또 어떤 이는 그 중간의 어느 지점에서 자신만의 회색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모두 다른 색을 지녔을 뿐, ‘틀린 색’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검은색부터 흰색까지 수많은 회색을 한 줄로 늘어놓으면, 그 경계는 점차 희미해져 결국 하나의 거대한 그러데이션을 이룬다.
저마다 다른 생각과 빛깔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사람’이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불리는 우리도 마찬가지다.
나와 다른 색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를 틀렸다고 말하며 미워하고 저주하는 지금의 모습이, 나는 슬프고 안타깝다.
서로의 색을 인정하지 않고 모두 바둑판 밖으로 밀어버리려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아름다운 회색들을 잃어가고 있는 걸까?
오늘 밤, 달빛은 아름다운데 무엇인가 처량한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