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요를 정성을 다해 포장한 선물
선물. 이 단어만 들어도 마음 한구석이 따스해지며 두근거린다.
고마움, 기대감 그리고 순수한 설렘이 함께 피어오른다.
선물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축하, 감사, 때로는 위로와 같은 주는 사람이 다채로운 ‘의미’를 담아 전달하는 매개체이기 때문에 긍정적인 감정을 일으킨다.
우리는 선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깊은 고민에 빠진다.
‘상대가 진정으로 필요로 할까?’, ‘이 선물을 받고 기뻐할까?’, ‘어떤 반응을 보일까?’ 온전히 상대를 생각하는 이 과정이야말로 선물의 본질에 가깝다.
선물의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남에게 인사나 정을 나타내는 뜻으로 물건을 줌. 또는 그렇게 준 물건
누군가 나를 생각하며, 자신의 시간과 비용을 들여 정성껏 준비한 것.
그런 상대의 노력을 알기에 우리는 감사함을 느낀다. 선물이 아니라 그 사람의 마음에
그런데 이상하다. 분명 감사해야 할 선물을 받았는데, 마음이 편치 않고 오히려 기분이 나빠지기까지 한다.
기뻐해야 하는데 기쁘지 않고, 고마운데 진심으로 고맙지 않다.
오히려 부담이라는 감정만이 마음 한구석에서 스멀스멀 피어나며 크게 자리 잡기 시작한다.
왜 이런 모순적인 감정을 느끼는 걸까? 내가 배은망덕한 사람인 걸까?
만약 모든 사람의 선물에 이 같은 불편함을 느낀다면 스스로를 돌아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유독 어떤 사람에게 받는 선물에서만 이런 모순적인 감정이 반복된다면,
그것은 더 이상 ‘나’만의 문제는 아닐 가능성이 크다.
‘주는 사람’이 그 선물에 조용히, 그리고 알아차리지 못하게 주입한 ‘특별한 의미’,
즉 ‘욕심’에서 비롯된 것 일 수 있다.
받는 사람을 위한 마음보다 더 큰 자신이 바라는 모습으로 만들고 싶은 욕심이 선물 속에 숨어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무의식 중에 선물이라는 아름다운 포장지에 자신의 바람을 슬쩍 끼워 넣는다.
부모님께서 건강했으면 하는 바람에 보약을 매번 준비하고,
연인이 좀 더 모델핏이면 좋겠다는 바람에 PT이용권을 선물하고,
자녀가 더 나은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매우 긴 고전문학을 건넨다.
받는 이는 초기에는 고마움을 느낀다.
'나를 생각해 주는구나' 하고 말이다.
그러나 이러한 ‘욕심이 포장된 선물’이 반복될 때,
받는 이의 마음속에는 의아함과 묵직한 부담감이 스며들기 시작한다.
선물은 본래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가 기뻐야 진정한 의미를 완성된다.
선물 속에 ‘내 욕심’이 짙게 배어 있다면, 그것은 더 이상 순수한 선물이 아니다.
‘선물’로 포장된 나의 욕심을 상대에게 강요하는 행위가 되고 만다.
받는 사람은 ‘이걸 왜 나에게?’라는 의문을 품게 되고, 이 불편함은 결국 관계에 미묘한 균열을 만든다.
미묘한 균열을 무시한 채 방치하고 자극이 지속되면 곧 큰 균열이 된다.
그리고 그 관계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산산조각 나게 된다.
‘받는 것만으로 감사해야 한다’는 것은 사실 주는 사람의 이기적인 논리다.
예쁘고 고마운 ‘선물’이라는 언어로 포장했지만,
그 본질은 상대의 변화를 요구하는 나의 욕심을 강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긍정적인 변화를 바라는 마음은 이해할 수 있다.
내 가족, 연인, 친구가 잘되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이 어디이겠는가?
하지만 그 바람이 지속적으로 상대에게 ‘강요’의 형태로 전달된다면, 그 관계는 결국 망가질 수밖에 없다.
선물을 고르기 전에 잠시 멈춰 서서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는 것이 어떨까?
이것은 ‘상대’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인가, 아니면 ‘내’가 상대에게 원하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