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서 뭐가 될래?" 그 질문
어린 시절, 어른들은 으레 묻곤 했습니다. "커서 뭐가 될래?" 그 질문에 저는 망설임 없이 '연기자'가 되고 싶다고 답했습니다. 조금 의외의 대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저는 "너는 공감 능력이 좀 부족한 것 같다"는 이야기를 꽤나 자주 듣는 아이였거든요.
어쩌면 그 부족함 때문에, 저는 오히려 연기자의 삶을 동경했는지도 모릅니다. 다양한 인물의 삶을 연구하고, 그들의 입장이 되어보는 과정을 통해, 타인을 이해하는 법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그런 학구적인 호기심으로 배우라는 꿈을 키웠습니다.
'재능의 벽, 그리고 예상치 못한 깨달음'
하지만 꿈과 현실의 간극은 컸습니다. 저는 사람의 마음을 머리로는 이해해도, 가슴으로는 느끼지 못하는 서툰 사람이었습니다. 대본을 외워 연기를 해봐도, 속에서 진정으로 우러나온 공감을 기반으로 한 연기가 아닌, 머리로 이해한 바를 그저 겉으로 표현하는 수준에서 실력은 좀처럼 늘지 않았죠. 재능의 벽은 생각보다 높고 단단했습니다.
솔직히 20대 후반에 들어서기 전까지, 저는 타인의 삶을 깊이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저의 공감 능력은 연기 연습실이 아닌,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자라나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지난 9년간 아이들을 가르치고 학부모님들을 상대했던, 치열한 '학원'이라는 삶의 현장이었죠.
수많은 아이들과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학부모님들을 만나면서,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삶과 사고방식이 존재한다는 것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배우게 되었습니다. 어느 순간, 나와 전혀 다른 사람의 인식 체계를, 그들만의 사고 과정 알고리즘을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이해하게 되는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딱딱하게 굳어있던 제 마음에, 다른 사람의 감정이 스며들기 시작한 겁니다.
'꿈은 변하는 것이 아니라, 자라나는 것이다'
어른이 된 지금, '배우'를 꿈꿨던 그 시절의 저와 지금의 저를 비교해봅니다. 정말 15%의 절대 변하지 않는 본질적인 저를 제외하고, 삶의 전반에 걸쳐 드러나는 85%의 모습은 모두 변한 것 같습니다. 그러니 어릴 적 내 모습을 기반으로 상상했던 저와 지금의 저는, 전혀 다른 사람일 수밖에요.
재능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접어두었던 배우의 꿈은, 그러나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다른 방향으로 저를 이끌었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얻은 '공감'이라는 새로운 무기를 바탕으로, 저는 이제 다양한 '연기자'가 필요한 콘텐츠를 직접 기획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음속에 새로운 꿈이 자라나기 시작했습니다. 언젠가, 지금의 저에게 꼭 맞는 배역이 생긴다면, 제가 직접 쓴 대본으로 연기해보고 싶다는 꿈 말입니다. 저의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룸메이트인 mk에게 연출을 맡겨서, 우리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원대한 꿈을요. 이제서야 비로소, 진짜 '연기'라는 걸 어느 정도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가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나니, 저는 과거의 꿈에서 멀어진 것이 아니었네요. 오히려 오랜 시간 꿈을 꾸어왔기 때문에, 지금의 새로운 꿈에 도달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여러분의 꿈은, 지금 어디쯤에 있나요?
여러분은 어릴 적 꿈에 얼마나 가까이 와 있나요? 혹은, '커서 뭐가 될래?'라는 질문에 쉽사리 답을 내리지 못했던 과거가 있으신가요?
미래에 대한 꿈을 누군가와 공유하는 것만큼, 그 사람과의 감정적 거리를 단숨에 좁힐 수 있는 대화도 없을 겁니다. 상대의 가장 순수했던 욕망과, 그것이 현실과 부딪히며 어떻게 변화하고 성장해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은, 한 사람의 인생 요약본을 읽는 것과도 같으니까요.
여러분의 내일을 함께 꿈꾸고, 그 꿈을 공유하며 실제로 이뤄나갈 수 있도록 서로를 응원해줄 사람들이 곁을 채워나가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혹시 그런 대화를 나눌 사람이 없다면, 이 글의 댓글창에 여러분의 이야기를 살짝 남겨주셔도 좋습니다. 혹은, 더 깊고 안전한 공간에서 서로의 미래를 응원하고 싶다면, '익스펙타클'을 찾아주세요. 당신의 서툰 꿈마저도, 가장 빛나는 시그널이 되는 곳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