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치즈 머핀'입니다
여러분에게는 생각만 해도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지는, 그런 '소울푸드'가 있으신가요? 어떤 대단한 음식이 아니더라도, 유독 나에게만큼은 특별한 힘을 주는 그런 음식이요.
오늘은 저의 가장 비밀스럽고도 강력한 소울푸드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저의 소울푸드는, 조금 생소한 '콘치즈 머핀'입니다
'콘치즈 머핀'이 뭐냐고요? 이름 그대로입니다. 머핀 틀 맨 아래에 폭신한 머핀 반죽을 깔고, 그 위에 달콤한 스위트콘을 듬뿍, 마지막으로 고소한 모짜렐라 치즈를 소복이 뿌려 오븐에 구워낸, 저희 어머니의 시그니처 간식이죠.
어린 시절 어머니는, 제가 무언가 힘을 내서 해내야 하는 중요한 순간마다 이 간식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이 달콤짭짤한 머핀에는 유독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추억이 담겨 있습니다.
7살, 10시간의 한글 챌린지지와 간식
제가 이 음식을 제 머릿속에 '소울푸드'로 각인한 건, 2003년 가을, 7살 때의 일입니다. 당장 초등학교 입학이 코앞인데도, 저는 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르는 완벽한 문맹이었습니다. 웃긴 건, 글자는 모르면서도 엄마 아빠가 읽어준 동화책 수십 권을 통째로 외워서 마치 글을 읽는 것처럼 연기하는, 잔재주만 뛰어난 아이였다는 겁니다.
제가 다니던 유치원이 아이들의 창의성과 운동 능력 발달에 집중하는 '숲속 유치원'이었던 터라, 부모님도 저의 '까막눈' 상태의 심각성을 정확히는 모르셨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방학을 맞아 집에 오신 외삼촌이 재미 삼아 저의 공부 머리를 테스트해보셨고, 이내 경악하셨죠. "얘, 글자를 아예 모르는데?"
그제야 심각성을 깨달은 부모님과 외삼촌은 특단의 조치를 내립니다. 하루 날을 잡고 엄마, 아빠를 집에서 내보낸 뒤, 막내 외삼촌이 저를 온종일 붙잡고 한글을 가르치기로 한 겁니다.
그날 아침, 어머니는 비장한 표정으로 갓 구운 콘치즈 머핀 한 판을 식탁 위에 올려두고 집을 나서셨습니다. 배고플 때 먹으면서 하라고요.
그리고 정확히 10시간 동안, 저는 그 머핀만 먹으며 외삼촌의 스파르타식 한글 교육을 받았습니다. 젠장, 지금 생각하면 아주 어마무시한 양반들이었네요. 7살짜리 애를 10시간이나 가둬놓고 한글을 가르치다니...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저는 그날 한글을 깨쳤습니다.
마법의 물약이 된, 그날의 머핀
왜 그렇게 그날의 콘치즈 머핀이 잊히지 않을까요? 아마 너무나 힘들고 낯선 과업을 수행하며 먹었던 유일한 음식이라서 그랬을 겁니다. 눈물 콧물 쏙 빼는 힘든 순간에 맛본 달콤함과 고소함은, 그 어떤 진수성찬보다 강렬한 위로와 에너지를 주었죠.
그날 이후로 제게 콘치즈 머핀은 단순한 간식이 아닌, 일종의 '마법의 물약'이 되었습니다. 살면서 힘든 일이 생기거나, 도저히 해낼 수 없을 것 같은 과제 앞에서 지칠 때면, 저는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콘치즈 머핀을 해달라고 졸랐습니다. 신기하게도 그것만 먹으면, 엉켰던 머리가 팽팽 돌고, 막막했던 일들이 뚝딱 해결되곤 했습니다. 인생이 슥슥 풀리는 듯한 그런 느낌.
수많은 음식을 먹어왔지만, 그때 그 콘치즈 머핀만큼 저를 움직이게 하는 강력한 원동력을 가진 소울푸드는 없었습니다.
여러분의 '소울푸드'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나요?
이제 여러분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여러분의 소울푸드는 무엇인가요? 그 음식이 주었던 경험이 특별했을 수도 있고, 그저 그 맛 자체가 너무나 황홀해서일 수도 있겠죠. 무엇이든 좋습니다. 분명 그 음식에는 여러분의 이야기가 묻어 있을 테니까요.
항상 느끼지만, 나의 이야기가 선뜻 나오지 않을 때, 이렇게 하나의 소재를 실마리 삼아 기억을 더듬다 보면, 묻혀 있던 소중한 이야기들이 술술 나오곤 합니다.
나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이야기를 꺼내어 누군가와 나눌 때, 우리는 비로소 진짜 '연결'되었다고 느낍니다. 혹시, 여러분의 소울푸드에 담긴 따뜻한 추억과, 그 음식이 여러분에게 주었던 특별한 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필요하다면, '어둠 속의 시그널'을 찾아주세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하고 맛있는 이야기가 오가는 저희의 공간에서, 여러분의 이야기를 기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