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나에게 '초능력'이 생긴다면?
어릴 적, 이불을 뒤집어쓰고 손전등을 켜고, 친구들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했던 주제가 있습니다.
하늘을 나는 능력, 투명인간, 순간이동…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웅장해지는 이야기들이죠. 어른이 된 지금 하기엔 조금 유치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질문이야말로, 한 사람의 가장 깊은 곳에 숨겨진 '원초적 욕망'과 '결핍'을 들여다볼 수 있는 가장 빠르고 재미있는 심리 테스트라고 생각합니다.
'욕망'은 개인의 이야기를 가장 원초적으로 보여주는 재료입니다. 그 안에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부족한 게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그리고 삶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지 등 수많은 정보가 함축되어 있으니까요. 오늘은 이 즐거운 상상을 빌려, 저의 가장 깊은 욕망을 먼저 솔직하게 고백해볼까 합니다.
저의 조금 이상하고, 아주 현실적인 초능력
저는 이 질문에 대해 단 한 번도 다른 능력을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저에게 초능력을 고르라면, 저는 무조건 마블의 '퀵실버'처럼 아주 빠른 신체 능력을 가질 겁니다. 그리고 여기에 완벽한 옵션이 하나 더 추가되어야 합니다. 바로 '완벽하게 통제 가능한 분신술'이죠.
제 분신들은 그저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깡통이 아닙니다. 저의 명령과 관리에 따라, 철저히 설계된 대로 초스피드로 움직여야 합니다. 왜냐고요? 완벽하지 않은 효율과 스피드는 안 하니만 못하니까요. 저는 효율성을 높이는 데 아주, 아주 진심인 편이거든요.
한 명의 나는 세상의 모든 책을 읽고 지식을 쌓는 동안, 다른 한 명은 새로운 사업을 기획하고, 또 다른 한 명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겁니다. 상상만으로도 완벽하지 않나요?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면서도 주변을 챙길 수 있고, 심지어는 충분한 휴식까지 취할 수 있는 거죠.
다른 멋진 능력들도 많지 않냐고요? 네, 많죠. 하지만 지금의 제 현생에 그다지 필요한 능력이 아니기에, 그리 매력적이지 않았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조종하는 능력은 어떨까요? 진정으로 그 마음을 얻는 것이 아니기에, 결국 세상 모든 것이 시시하고 재미없어질 겁니다. 모두가 나를 좋아한다고 말하지만, 그 안에 진심은 없는 텅 빈 세상. 종국에는 누구도 믿지 못한 채 깊은 무기력에 빠져 죽게 되겠죠.
결국 저의 욕망은 아주 현실적인 두 가지 키워드로 귀결되었습니다. 바로 '효율성'과 '생존'입니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뭔가 생존에 미친 사람처럼 들리네요. 네, 맞습니다. 삶만큼 중요한 건 없으니까요. 저는 '죽음의 순간'에 대해 종종 고민합니다. 어떻게 하면 가장 후회 없이, 편안하게 삶을 마감할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가장 안정적으로 죽을 확률이 높은 능력은 '분신술과 초스피드'입니다. 웬만한 예측 불가 상황은 다 대비가 가능하죠. 분신이 대신 위험을 막아주거나, 빠른 속도로 회피하면 되니까요. ㅎㅎ
농담이 아니라, 잘 죽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뜨지 못할 눈을 감는 그 순간, 주마등처럼 과거가 스쳐 지나갈 때 아무런 후회도 남기지 않았으면 합니다. 지금 현생처럼 박 터지는 삶이 아닌, 그저 모든 하고 싶은 일을 다 해봐서 아무런 미련도 없이, 그래서 죽음에 대한 두려움마저 초월한 상태로 생을 마감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변수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능력자가 되는 상상을 하는 거죠.
생각해보면, 저는 이 상상을 할 때마다 그저 '그런 능력이 갖고 싶다'에서 끝내지 않습니다. 오히려 '엄청나게 빠르고 많은 분신을 가진 것처럼, 지금의 나도 주변 사람들을 더 신경 쓰고, 내 커리어도 챙기면서, 다치지 않게 조심조심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낼 수 없다는 사실에 좌절하고 손도 대지 않으면,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잖아요?
그래서 저는 매일 글을 쓰고, 운동을 하고, 부모님께 전화를 드리고, 동생에게 치근덕거리고, 학원에서 수업도 열심히 하고, 아침에는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공부를 합니다. 어쩌면 나이가 들어서는, 지금의 이 꾸준한 노력이, 초능력이 해결해주길 바랐던 삶의 문제들을 어떤 식으로든 해결해줄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말이죠.
초능력은 능력을 넘어선 능력이지만, 그 능력을 꾸준히 꿈꾼다면 어떤 형태로든 그에 버금가는 힘을 쟁취할 수 있습니다.
인류의 역사는 항상 그렇게 발전해왔습니다. 이제 인간은 하늘을 날고, 바다를 가르며, 말보다 빠른 교통수단을 이용합니다. 과거에는 상상만 했던 일들을 하나씩 이뤄온 겁니다. 우리 세대에 못한다면, 다음 세대가 내 꿈을 이룰 발판을 마련해줄지도 모르죠. 지금 꾸는 꿈이 결코 아무 의미 없는 일이 아닌 이유입니다.
그래서, 당신의 진짜 욕망은 무엇인가요?
그 대답을 통해 여러분의 가장 깊은 욕망을 들여다보세요. 하늘을 나는 능력을 원하는 분은 어쩌면 답답한 현실로부터의 '자유'를, 시간을 멈추는 능력을 원하는 분은 숨 가쁜 일상 속 '여유'와 '안정'을,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을 원하는 분은 관계 속에서의 '이해'와 '교감'을 갈망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어떤 능력이든 여러분의 욕망을 자유롭게 펼쳐보세요. 그 어떤 주제보다도 여러분의 가치관을 잘 이야기할 수 있는 신선한 대화 재료가 완성될 겁니다. 그리고 상대의 가치관을 알아갈 수 있는 훌륭한 질문이 될 수도 있겠죠.
사람들은 이렇게나 서로 다른 방식으로, 다양하게 자신의 욕망을 채워줄 초능력을 찾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생각합니다. 나의 조금은 이상하고 유치해 보이는 이 욕망마저 "재밌다", "당신답다"며 사랑스럽게 봐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 그것이 진짜 '관계의 케미스트리'가 아닐까요?
여러분의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 숨겨둔 '욕망'은, 어떤 '초능력'의 모습을 하고 있나요? 서로의 가장 엉뚱하고 솔직한 욕망을 공유하며, "우리는 꽤 잘 맞는 사람들일지도 모르겠다"는 짜릿한 시그널을 발견해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