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는 방법
돌아보면 내 커리어의 강점은,
직원 30명도 안 되는 작은 조직과 수천 명이 일하는 대기업을 모두 경험해봤다는 점이다.
대기업에선 자주 이런 말을 듣는다.
“늘 혁신을 외치지만, 결국 안전한 길만 간다.”
누군가는 이런 상황을 보며 말한다.
“기업가 정신이 없다.”
정말 대기업엔 기업가 정신이 존재할 수 없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다. 그리고 아니다.
ITT를 이끌었던 해럴드 제닌은 말했다.
“기업에는 기업가가 없다.”
그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대기업 CEO는 연 10~20% 수익을 안정적으로 내야 한다.
실패는 막대한 책임, 소송, 평판 리스크로 이어진다.
무엇보다 그들 역시 피고용인이기 때문이다.
커리어를 걸고 모험하기 어렵다.
그래서 대기업의 혁신은 ‘시스템 기반’이다.
모험보다는 계산된 실행.
직관보다는 검증된 구조.
이 과정에서 기업가 정신은 조직의 중심에서 멀어진다.
그렇다면 대기업에서는 기업가 정신이 불가능할까?
아니다.
실무자에게는 기회가 있다.
실패의 여파가 작기 때문에,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시도를 해볼 수 있다.
단, 중요한 전제가 있다.
해결하려는 문제는 ‘당신’의 것이 아니라,
의사결정자의 머릿속에 있는 것이어야 한다.
전혀 새로운 문제를 제안하면 거절당한다.
하지만, 이미 그들이 고민 중인 문제를
기발하게 해결하는 방법을 제시하면 다르다.
그 순간, 실무자도 ‘기업가’가 된다.
그렇다면, 기발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오는가?
쓸모없어 보이는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블랙스톤 창업자 스티븐 슈워츠먼은 말했다.
“많이 알수록 더 넓은 시야를 가지게 되고,
더 많은 연결점을 만들 수 있다.”
우리는 다람쥐처럼 도토리(정보)를 모아야 한다.
바쁠 때도 에너지의 10%, 여유가 있을 땐 30%는
직접 관련 없는 분야에 써야 한다.
그렇게 모은 정보가 어느 날,
누군가의 고민을 해결하는 연결점이 된다.
시스템에 한계가 있다고 해서
내 사고까지 제한할 필요는 없다.
그 안에서 기업가처럼 생각하고 움직이는 사람,
바로 그런 사람이 조직을 바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