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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군의 탐구생활 May 07. 2021

직장인으로서 스탠스

순응과 반항 사이

권위와 직위에 따르지 않고 옳고 그름만을 따지는 것이 진정한 과학자의 자세라고 배웠고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해 파이팅이 넘치는 학위기간을 보냈었었다. 하지만 그런 태도에는  뱀 같은 유연함과 지혜가 있거나 혹은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월등한 실력을 가져야 효과적이라는 것을 졸업 후에나 깨달았다.


이리저리 부딪히고 깨지고 난 후에 들었던 생각은 나를 관리하고 돈을 주는 사람이 나를 쓰는 데는 이유가 있고, 내가 해야 할 일은 그 목적에 부합하는 일을 훌륭히 수행하는 것이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포닥 기간 동안 그리고 회사 초기 생활에 반항아의 물은 빠져갔고 난 순응아가 되었다.


큰 문제가 없는 사항에 대해선 예스맨이 되었고  내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아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발휘하는 순간은 주어진 일을 성실히 수행해 나가는 동안 기회가 올 것이라 생각했다  


겨우 이렇게 좋은 직장인이 되나 싶었는데 이 생각에 돌을 던진 순간이 왔었다.


우리 분야에서 중요한 학회가 있었는데, 모아진 자료들에 대한 정리 및 발표를 윗분께서 지시를 하셨다.

프로젝트에 따라 두 갈래로 나누어졌는데 한 갈래는 내가 맡았고 다른 갈래도 누군가가 맡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분량이 조금 많아 부담이 되었지만 내 입장에서는 공부도 되고 또 지시 사항이니 불이행할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다른 주제에 대해서는 누가 발표를 준비하나 물었더니 거긴 발표자가 따로 없고 중요 사항에 대해서만 간략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하였다.


일인즉슨, 다른 갈래에서 지시를 받은 사람이 자신은 학회를 직접 듣지도 않았고 지금 여러 가지 업무들로 바쁜 일이 많은데 그런 것들을 정리한 여력도 없고 의미도 못 찾겠다고 말했다는 것이었다.  그 말을 한 사람은 나랑 직책도 같았고 더군다나 입사 한지도 얼마 되지 않았기에 그 발언은 나에게는 상당한 놀라움이었다.  


무엇이 맞았을까? 난 아주 크게 잘못된 일이 아니고서는 윗선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왔는데 다른 한 사람은 자신의 주관을 가지고 반대의 의견을 강하게 어필하였다.  


결국 발표는 나도 분량이 조절되었고 다른 쪽도 누군가가 맡아서 하게 되었지만 나에게는 며칠을 고민하게 만든 일이었다  


그리고 끝에는 내가 원래 가졌던 생각으로 돌아왔다


결국은 회사는 팀이다.  팀워크는 중요하고 그것을 해칠 때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법규를 위반한다든지 잘못된 데이터를 묵인한다든지 하는 일들은 그 자체가 중요하기에 무엇보다 우선해야 할 것이다. 팀워크의 중심에는 팀장이 있다.   위에 언급한 일들이 아니라면 팀을 이끄는 팀장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따르는 게 맞을 것 같다.


물론 예외는 있다. 앞서 말했듯  누구보다 뛰어난 실력으로 자신의 의견에 대한 굳건한 뒷받침이 있다면 어느 때나 상사의 의견에 반할 수 있을 것이다.


난 스스로 그렇게까지 뛰어나지는 않고 그 정도 되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을것 같다. 다소 힘에 부치고 머리로 이해가 가지 않더라도 결국 해내는 것이 나의 커리어에도 좋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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