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원에겐 최대한 확실한 내용만 전달하자
난 아직 하이레벨의 관리자도 아니고 한 명의 팀원이지만 오히려 팀원의 입장에서 좋은 상사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고 나중에 관리자가 되어도 잊지 않는다면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아 남겨본다.
입사 초부터 나를 꽤나 마음에 들어 하셨던 다른 팀 A 팀장님이 계셨다. 종종 가능성 있는 프로젝트를 말씀하시고 언젠가 같이 일하자는 말을 수시로 하셨었다. 나야 물론 그럴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높지 안 않기에 기분 좋은 칭찬으로만 듣고 넘겼다. 결국 그 프로젝트는 그 팀장님 팀원이 하게 되었다.
얼마 후에 내가 새로운 분야에 대한 소개를 하는 자리를 가졌었고 A팀장님은 그 주제가 맘에 든다며 데이터 위주로 다시 정리해서 소개해달라고 하셨다. 나는 우리 회사에서 그 프로젝트를 할 일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어쨌든 상사가 원하는 것이니 퇴근 후 집에서 정리해서 보내드렸다. 며칠 후 A팀장님은 내 정리 파일을 보았으나 지금은 실행하기 어려우니 잘 기억해 두겠다고 하셨다.
이런 일을 몇 번 겪다 보니 나는 A팀장님이 즉흥적인 생각을 말로 바로 뱉어내는 경우가 많고 말이 실행될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나야 다른 팀의 팀원이고 어차피 실행 가능성이 없었던 말이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 그만이었지만 A팀장의 팀원은 이야기가 달랐다.
B팀원은 새로운 사이트가 생김에 따라 곧 본사에서 지사로 갈 예정이었고 이것은 입사 때부터 계획된 것이라 큰 문제는 없었던 일이었다. 하지만 A팀장은 B팀원에게 1년 뒤에는 다시 본사로 올 수 있다는 이야기를 종종 하였는데 이게 B 팀원을 엄청 혼란스럽게 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출근지에 따라 집을 새로 구해야 하는데 1년 뒤에 다시 돌아올 수 도 있다는… 그 기준도 애매모호하게만 말했기 때문에 B 팀원은 몇 날 며칠을 애만 태웠었다. 우리들은 1년 뒤에 다시 돌아올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 같고. 그럴 것 같으면 팀장에게 아예 안 내려가는 안을 말해보라고 하였지만 그 팀원은 거의 신입이나 마찬가지이기에 그런 제안을 하기도 쉬워하지 못했다.
결국 확신을 얻기 위해 다시 상사에게 말했지만 팀원이 일 년간 보여줄 역량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문제 해결보다는 오히려 힘 빠지는 말을 들었다.
팀장들 중에는 즉흥적으로 업무적 방향을 정하거나 혹은 방향을 뒤집을 때가 많은 경우가 있다. 본인 입장에서야 큰 의미 없이 말한 거라 생각할 수도 있다 또 결정은 외부의 환경이나 정보가 변함에 따라 바뀔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팀원의 입장에서는 팀장의 말 한마디가 그리고 결정 하나가 팀장의 생각보다 훨씬 더 무겁게 다가온다. 일을 직접 실행하는 입장에서 방향이 애매모호하거나 쉽게 변한다면 팀원은 혼란스러워하고 업무의 능률과 의욕까지 떨어질 수 있다.
아마도 좋은 팀장은 자신이 지닌 무게를 생각하고 본인의 기준보다 더 확실할 때 팀원에게 전달하고 조변석개하지 않는 사람일 가능성이 놓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