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나는 왜 실패를 기록하는가
수많은 종류의 책들 중 불신의 눈으로 바라보는 카테고리의 책이 있는데 바로 자기 계발서이다. 수많은 사람이 각자 자기의 상황이 있는데 계발서대로 한다고 성공을 할까 싶은 생각도 들고 과연 저자들 자신은 스스로가 성공했다고 생각하나 하는 삐딱한 생각도 든다. 성공을 바라는 평범한 사람들을 꾀는 책장사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회사에 온 후 역설적이게도 직장 생활에 대한 책을 몇 권째 탐독하고 있다. 십 수년간 넘게 몸 담았던 학계와 회사가 다르다는 걸 시간이 지날수록 느끼고 있는데 내가 참고할 수 있는 지침이란 게 책 밖에 없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책은 여러 방면에서 도움이 많이 됐었다. 아마 내가 현재 직장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하나하나가 더 와 닿았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본 책들의 저자 스스로도 오랜 직장생활을 통해 알아갔던 지혜들을 적은 것이기에 나에게는 꾀나 좋은 팁들을 전수해 줄 수 있었다.
하지만 결국 책의 저자들도 어느 정도 능력을 인정받은 사람들이고 그렇기에 책을 출판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희망의 본보기가 될 수 있지만 어쩔 땐 나 스스로의 미약함만 더 드러나 씁쓸한 미소만 지어질 때도 있다.
지금 현재도 내적으로 방황하고 괴리감을 느끼는 많은 연구자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는 현재 고군분투함에도 더디 나아거거나 돌아가는 누군가의 야이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민하고 노력하는 과정이 의미 있다는 걸 말해줄 이야기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오늘 그리고 다음에 이어질 글들은 내가 박사를 졸업할 시점부터 현재 바이오벤처에서 일하기까지의 과정의 내용이 담길 것이다.
성공한 이야기가 아니다. 어쩌면 좋은 기회를 통째로 날려버린 기회의 기록일 수도 있고 보잘것없는 커리어의 연속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화려한 커리어보다 평범한 커리어의 기록이 오히려 희귀하고 위로가 될지도 모른다. 브런치의 서두에 썼듯, 각자의 고민과 노력으로 고군분투하는 연구자들이 나 혼자만 외롭게 가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한 생각들로 앞으로 몇 개의 글을 써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