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군의 탐구생활 Aug 18. 2020

연구만 잘해서는 안된다.

유연해야 할 때와 엄격할 때

학교 연구소와 회사 연구소의 가장 큰 차이점은 구성원이 만드는 구조일 것이다.


학교는 선후배등으로 이루어진 위계가 있긴 하지만 결국은 나와 교수의 직접적 상하 관계가 제일 중요하고 의미가 있다. 내가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나 스스로의 노력이 제일 중요하고 지도 교수와의 관계가 중요하다.


하지만 회사는 내 위로도 팀장, 실장을 거치고 쭉 올라가야 최고 관리자가 나오는 기나긴 위계 라인이 있고 다양한 팀들이 하나의 목표를 위해 일을 하고 있다.


여기서 어려움이 발생하는데, 신약개발이라는 큰 하나의 목표 하에 수많은 사람들이 일을 하지만 그와 동시에 각자가 세부적으로는 다른 목적과 동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로의 이해관계는 항상 충돌하기 마련이다.


학교에서는 외톨이가 되더라도 싫은 사람과 모른 체 지내는 게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작은 목적을 위해서라도 많은 사람을 거쳐야 하고 협력을 구해야 하기 때문에 슈퍼맨이라 하더라도 혼자는 어렵다.


나 역시 학위 때는 그랬었다. 내가 보기에 나쁜 사람이랑은 멀리하며 지냈고 내가 목표한 바를 이루기 위해서는 나 혼자 애쓰는 시간이 많았다. 그래도 어느 정도는 괜찮았던 것 같다.


회사에서는 달랐다. 나는 약물을 생물체에서 테스트해야 하지만 약물을 디자인하고 합성해주는 팀과의 협력은 필수적이었다. 언젠가 필요할지 모르는 도움을 위해선  약효 테스트 부서 내에서도 팀 간 교류를  잘 유지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마음이 상하고 더디더라도 안 보고 지내면 말지라는 태도를 보일 순 없었다.



언제 어디서 누군가의 도움일 필요할지 모른다. 속으로야 무슨 생각을 하든 최소한 겉으로는 잘 지내야 했다. 말 한마디라도 살갑게 붙이려 노력했고 실없는 소리로 안부를 묻기도 했다.


부서 간 커뮤니케이션만큼 중요한 것은 상하 간 커뮤니케이션이다. 

내가 얻은 결과에 대해 올바른 평가받고 싶거나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나보다 권한이 더 많은 사람의 도움이 필수다. 이 통로를 어떻게 잘 활용하느냐는 중요하다. 실험 결과를 내 소유물이라고 생각하고 바로 최고 결정권자에게 말할 수 없다. 이런 중간과정을 거치는 것은 때로는 번거롭기도 하고 신경 써야 할 것도 많지만 회사 내에선 연구 결과만큼 중요한 게 절차의 중요성이다. 


절차를 벗어나 행동했을 때의 결과는 때로는 참혹하다.

얼마 전 상사와의 불화로 인해 팀원이 감축된 체 타 부서로 좌천성 발령 이난 팀 리더가 있었다. 그 리더 입장에서는 억울한 면도 있을 것이다.  새로 온 관리자는 제대로 이끌어 주지 못하고 일만 떠 맡겼기 때문이다. 불만이 있던 팀 리더는 상사와 잦은 마찰을 일으켰고 마지막에도 인사이동에 대한 불만을 가지고 상사를 뛰어넘어 바로 최고 관리자에게 찾아가는 우를 범했다. 최고 관리자는 중간 단계를 뛰어넘어 자신에게 찾아온 직원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억울함이 있더라도 체계와 절차를 벗어난 행동은 인정받기 어렵다. 


자신에게 있어 제일 중요한 목표가 무엇인지 항상 생각해야 한다.


자기 실험과 자기의 팀만이 전부가 아니다. 회사를 유지하는 건 시스템과 시스템을 지탱하는 사람이라는 자원이다. 이를 잘 이해하고 잘 활용해야 하며 때론 달래 가며 관리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작가의 이전글 흔한 연구원의 보람 찾기 여행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