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가 되길 원하는 사람
얼마 전에 조금 업데이트된 이력서를 사람인에 올렸다. 당장 이직을 할 건 아니지만 시장에서 내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할 수도 있고 많은 회사들의 최근 정보들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많은 헤드헌터들이 연락을 주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이런저런 생각들도 들었고 얼마 전에 겪었던 헤드헌터와의 일화를 통해 배운 바도 있었다.
지금 일하는 곳에 헤드헌터를 통해 들어왔기 때문에 나름 이득을 봤다고 생각하나 대부분의 경우 헤드헌터에 대해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 마련이다.
그 이유는 최근까지도 받은 오퍼들을 봐도 대부분은 나와는 별 상관이 없는 포지션이 많았기 때문이다. 약리 연구를 했던 사람에게 진단 업체 포지션을 내는 등 직무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는 것은 기본이고 책임급 연구원에 원급 포지션을 제시하고 심지어 서울에 살고 서울, 경기에 있는 회사를 찾는 사람에게 대전의 회사를 소개해주기도 한다. 이렇듯 대부분 한 명만 걸려라 식의 정보 뿌리기가 헤드헌터는 전문성이 떨어지고 어떻게든 한 명만 계약을 성사시켜서 높은 수수료를 받고자 하는 고정관념을 만들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부분 그냥 보고 넘기기가 일쑤인데 그래도 사회생활에서 제안을 준 사람의 이메일이나 문자를 무시하고만 있기 어려워 포지션이 맞지 않아 지원이 어렵다는 간단한 회신을 하곤 한다.
최근 그중 한 명에게서 통화를 할 수 있냐는 연락을 받았는데 무슨 일인가 싶었지만 퇴근길에 잠깐 통화를 했었다. 그분은 어떤 부분에서 포지션이 맞지 않냐고 물어봤고 나는 속으로 딱 보면 아는데 뭘 물어보나 싶어 황당했지만 나름 부드럽게 답변을 드렸다. 몇 번의 질문이 더 오고 갔는데 그 와중에 이분은 진짜 초짜 중에 초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연구소라는 딱지만 붙어있으면 연구원들이 다 일할 수 있는 정도의 배경지식만 있는 정도였다. 보통은 헤드헌터라는 특성상 직급을 높게 붙이게 되어 어지간한 사람은 다 이사, 전무인데 이 분은 아무런 직급 표시도 없어 초짜라는 생각이 더 확신이 들었고 이제 막 시작하셨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생각이 드니 통화가 유쾌할리가 없었다.
전화를 끊고 가만 생각해보니 이분이야 말로 용기가 있고 하려는 의지가 있는 사람이 아닌가 싶었다. 대부분은 포지션이 안 맞다고 하면 그러려니 하고 연결이 끊어진다. 이분은 자신이 초짜라는 걸 스스로도 알았을 테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알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거절 회신을 준 나에게 전화를 걸어 이것저것 물어보고 싶었을 것이다. 내 입장에서야 시간 낭비이지만 이분에게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입장을 바꿔서 나라면 어땠을까? 용기를 내어 전화를 했는데 상대방이 친절하게 도움이 되는 답변을 주었다면 역량도 향상됨은 기본이고 나머지 하루도 기분이 좋지 않았을까?
나 역시 하루하루를 생존하며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살고 있다. 한 헤드헌터에게서 짧게나마 동질감을 느꼈고 누구에게나 친절해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