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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군의 탐구생활 Sep 12. 2020

움츠려 들어도 괜찮아-2

한우물을 팔 것이냐 변신을 할 것이냐

돌이켜 보면 나의 커리어는 항상 두 갈림길 위에서의 고민이었던 것 같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을 계속할 것이냐 아니면 변모를 꾀해 새로운 커리어를 쌓아가느냐의 갈림길 말이다.


스위스에서 포닥 생활을 할 때까지만 해도 나에게 길을 하나였다. 


교수가 될지, 정출연의 연구원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겐 기초 연구자의 길만 놓여있었다.


그 이유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기도 했고 선배들 동료들의 대다수가 가는 길이였기 때문이었다.


내가 대학원으로 진로를 선택했을 때처럼 나에겐 다른 선택은 없었다.


포닥 생활을 2년 가까이할 때쯤 나에겐 새로운 길을 가야만 하는 상황이 생겼다. 


아내의 임신과 한국에서의 출산은 나에게 새롭고 강력한 변수로 작용했다. 


갓난아이를 다시 스위스로 데려오기도 힘들었고 비자를 받기까지 이제 막 태어난 아이를 혼자서 봐야 하는 아내의 고통도 감내하기 어려웠다.


조금만 더 버티면 논문을 쓸 수 있을 것 같았고 그러면 내가 원하는 기초 연구자의 길을 갈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모든 건 불확실이었고 기약이 없는 일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기반이 없던 나에게 당장의 한국에서의 거처와 다달이 월급을 줄 수 있는 바이오 벤처로 들어갔다. 


당연하게도 누구나 알고 있는 대기업을 가고 싶었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고 더군다나 나에겐 시간이 여유롭지 않았다.


한국에서의 회사생활은 정착이 아니라 아이러니하게도 나의 진로에 대해 처음부터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다니고 있는 회사의 특수적 문제와 일반적인 벤처회사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들이 겹쳐 나는 이 회사를 더이 상 다닐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이었다. 포닥도 제대로 끝마치지 못했고  회사생활도 1년 남짓이었다. 


대기업 인사과에 다니는 아내는 나의 커리어의 주기가 너무 짧다고 했다.


나는 한 기업에서 오래 머물러 전문성을 쌓아가는 사람들이 부러웠고 대단해 보였다. 


원치 않게 짧은 호흡을 가지고 가는 나의 커리어가 나 스스로 보기에도 얕아 보였다.


그렇지만 인생의 폭은 나의 예상보다 항상 넓을 수 있고 경력의 단점은 장점으로 승화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회사에서 생활하다 보니 실험실에서 연구자의 길 외에도 훨씬 더 중요할 수도 있는 다양한 직무들이 존재할 수 있음을 알았다.


BD나, RA업무를 비롯하여 연구기획 일등이 있었고 최근에는 벤처회사의 기술을 분석하고 투자를 담당하는 벤처 캐피털에서도 일할 수 있음을 알았다.


각각의 길을 갔을 때 나의 미래를 그려보는 것이 이제는 일상이 되고 있었다.


변신은 쉽지 않다. 새로운 경력으로 나를 인도해줄 회사를 찾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결국에는 연구자의 길을 계속해서 쌓아, 기존 경력을 강화하는 길을 갈 수도 있을 것이다.


아직은 많은 게 열려있다. 신중하게 때를 기다리면서 나에게 가장 맞는 길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머지않아 다음 길을 결정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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