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학교로 다시 돌아가고 싶었던 걸까?
가끔씩 회사에서는 임원들의 주최로 세미나나 교육이 비정기적으로 열리곤 한다.
최근에 초청된 연사는 미국에서 포닥 과정을 마치고 이제 막 한국 교수로 임용된 분이었다.
그분의 포닥 PI는 내가 학위 동안 연구했던 한 유전자 연구의 대가이기도 했고 발표 주제도 흥미로웠기 때문에 기대감이 있었다.
발표도 많이 재미있게 들었고 질문도 몇 개 했었다. 발표와 질문 과정에서 그 박사님의 열정적인 설명을 듣다 보니 참 많은 일을 하셨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불현듯 내가 학교에서 보냈던 때가 떠올랐다. 그리고 곧 순수과학에 대한 애정이 다시 내 안에서 끓어 오름을 느꼈다. 논문에서 연구주제가 떠오르며 그 가설을 얼른 검증하고 싶었던 그때, 가설이 맞을 때의 그 쾌감과 희열! 그런 걸 잊고 산지 오래되었는데 세미나를 통해 다시 느끼게 된 것이다.
회사에 온 지 삼 년 남짓밖에 안되었지만 그동안 기초 연구 뒷 단계의 개발 과정에 대한 재미를 많이 느꼈고 열정도 많이 생겼었다. 신약 개발의 승인을 염두에 두고 기초 연구를 살펴보는 '탑다운'방식의 마인드셋도 적절히 훈련되어 가고 있었던 중이었다.
그렇지만 아직 내 안에는 잊고 있었던 기초 과학에 대한 흥미가 아직 남아있었나 보다. 후배에게 농담 삼아 이제 학교에서 연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도 돌아갈 생각이 별로 안들 정도로 회사 생활도 나름 보람이 있다고 말했었는데 나를 좌절의 구렁텅이에 떨어뜨릴 때도 있었지만 가설괴 검증을 통해 새로운 발견을 했을 때의 그 즐거웠던 감정은 아직 남아 있었나 보다.
하지만 자세히 기억해 보면 역시 어렵고 힘들고 그만두고 싶었던 때가 더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이제 회사에 와서 논문을 내고 새로운 실험을 끊임없이 해야 하는 압박감은 없어졌으니 오히려 즐거운 마음으로 논문들을 재밌게 읽을 수 있게 된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이제 새로운 발견에 더해서 약의 개발이라는 새로운 관점도 더해져서 논문을 바라보게 되었으니 내공이 더 넓어지고 깊어졌을지도 모른다.
이런 생가을 하다 보니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내가 맡은 일을 다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짧았지만 옛 추억과 그때의 좋은 감정을 강렬하게 느꼈던 시간.. 오랜만에 듣는 기초과학 주제의 세미나는 그렇게 새로운 활력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