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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군의 탐구생활 Aug 09. 2022

대기업에 가야 하는 이유

내 능력을 스스로 증명하지 않아도 된다

이미지 출처 - Education Malaysia For students



석사든, 박사든 대학원 졸업을 앞둔 사람이 산업계로 진출할 경우 선택지는 벤처 혹은 대기업일 것이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대부분의 사람은 대기업 입사로 첫발을 내딛고 싶을 것이고 벤처에 먼저 발을 내딛고 싶은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 같다. 그 이유는 대기업이 주는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과 각종 복지, 그리고 네임밸류로 표현되는 자긍심 가득한 소속감까지, 대기업이 주는 장점이 많다. 


물론 벤처를 우선 택하는 사람도 많다. 상대적으로 빠른 의사결정과 자유로운 분위기를 기대하여 벤처로 오는 사람도 있고 월급 조금 더 받는 것보다 스톡옵션으로 큰 기대를 하는 사람도 많다. 


나는 지금 현재 벤처에 재직 중이고 대기업은 다녀 본 적이 없지만 누군가 나에게 조언을 구한다면 다음과 같이 말할 것이다.

"최대한 노력해서 큰 회사에 입사하세요"



핵심은 연봉이나 복지가 아니다.

수많은 벤처 회사들의 홈페이지에서 주요 리더들을 소개하는 글을 보면 대부분의 경우 구성원들의 출신 학교나 출신 회사(대부분의 경우 대기업)와 해당 회사에서의 근무 년수를 강조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가시적 실적과 매출이 나타 가기 어려운 상황에서 회사의 가치를 증명하려면 구성원의 역량이 중요하기 마련인데 구성원이 어느 회사에서 얼마나 일했는지가 구성원 역량의 바로미터로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 회사에서 어떤 일을 했고 어떤 성취를 이루었는지 쓰여 있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 벤처 기업의 운영진으로써 외부인에게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큰 성취는 지금껏 다녔던 회사가 얼마나 큰지, 내가 거기서 얼마나 일했는지와 같은'타이틀'이 제일 중요하다는 걸 보여주었다. 타이틀 그 자체가 개인을 증명하는 도구로 쓰였다. 



자신이 얼마나 똑똑한지 스스로 증명하지 않아도 된다

비슷한 사례를 출신 대학에서도 찾을 수 있다. 언젠가 읽었던 글에서 저자는 우리가 명문 대학에 가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자신이 얼마나 똑똑한지 스스로 증명하지 않아도 된다'. 만약 누군가 서울대를 나왔다면 학점이 비록 높지 않더라도 자신이 서울대 출신이란 걸 누군가에게 알리는 순간 타고난 인재로 인식이 된다. 이러한 꼬리표는 어딜 가든 따라다니며 실제 일을 엉망진창으로 처리하지 않는 이상 그 사람의 보호막이 되고 또 좋은 평가를 위한 부스터가 되기도 한다. 반면 하위권 대학 출신의 사람이 자신의 역량을 증명하려면  자신을 끊임없이 증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대학 재학 중에도 수많은 공모전과 대회의 입상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야 하며 사회생활 중에도 자신의 부족함이 출신 대학이 '후져서'가 아님을 나타내기 위해 더 많은 노력과 성취가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은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또 다른 타이틀을 거머쥐게 될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자, 우리가 회사에 한 명의 인원을 충원한다고 생각해보자. 한 명은 대기업 계열사 출신이고 한 명은 바이오 벤처 출신이다. 두 명의 근무년수가 같다면 대부분은 대기업 계열사 출신을 선호할 것이다. 이것은 개념적으로도 그렇고 실제 내가 겪었던 일이기도 하다. 벤처 기업이 우후죽순으로 많이 생겨나고 있는 시기에 제대로 프로세스가 돌아가지 않는 벤처회사에서 근무했다면 몇 년을 근무했더라도 업무능력이 제대로 갖춰져있지 않았다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모든 변수가 똑같다는 가정하에는 대기업 출신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열심히 일한 바이오 벤처 연구원들은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판단 기준이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다. 수많은 사람들의 역량을 객관화된 지표로 판단하기에는 타이틀만큼 중립적인 것은 없기 때문이다.



역량의 정량화

그렇다면 바이오벤처 출신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솔직히 말하자면 기회가 된다면 큰 기업으로의 이직을 추천하고 싶다. 한 번에 가기 어렵다면 중견 기업을 브리지로 활용해서 대기업의 경험을 쌓으라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여러 사정상(나이나 기타 등등) 대기업으로의 이직이 쉽지 않다면 '역량의 수치화'를 통해 타이틀을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이력서를 쓸 때 혹은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만들 때 두루뭉술한 설명은 도움이 안 된다. 수치화된 디테일이 있는 업무 경험 기술이 중요하다.  in vitro assay, cell assay 등등으로 기술하는 것과 000 kinase assay 셋업, 0000개 물질 이상의 SAR 수행의 차이는 크다. 궁극적인 목표는 나의 경력이 최소한 자신의 업무에서 잘 짜인 프로세스 하에서 실질적인 성취로 이루어졌음을 쌓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소속이 대표 타이틀이 되기 어렵다면 경험이 타이틀이 될 수 있게 잘 정리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이글은 절대 바이오 벤처에 오지 말라는 글이 아니다. 자신의 커리어에서 성취는 중요하고 그 성취는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어야 하는데 소속이 주는 타이틀은 내가 무엇인가 할때 큰 자산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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