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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군의 탐구생활 Feb 21. 2023

과학자의 자격

내가 과학자가 될 상인가?

난 어렸을 때부터 과학자가 되고 싶었다. 거대한 우주부터 길가에 흔히 보이는 작은 풀까지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각각의 이유가 있는 게 신기했고 움직이는 원리를 아는 것이 재미있었다. 그렇게 난 나의 미래를 정했고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운이 좋게도 과학으로 밥 먹는 단계에 이르게 되었다.


우여곡절 가운데 내가 계속 던졌던 질문은 어떤 사람이 과학자가 돼야 하는가?라는 것이었다. 학부를 마치고 대학원 그리고 포닥 생활까지 거치면서 연구가 제대로 풀리지 않을 때마다, 그래서 남들보다 뒤처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내가 과학을 하기에 적합한 사람일까 하는 생각이 끊임없이 들었기 때문이다.


똑똑함과 끈기

과학을 잘하려면 훌륭한 질문을 던지고, 여러 가지 훌륭한 가설들을 세우고 또 그것들을 뒷받침할만한 실험들 (대부분은 슬픈 결과만을 주는..)을 훌륭히 수행해 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러기 위해선 똑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학창 시절 공부를 잘하고 좋은 학부에 간 사람들이 결국 좋은 논문도 내고 교수도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 말이다.

하지만 학계에 있는 여러 사람들을 보니 출신 학부의 순위와 연구의 수준이 꼭 일치하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끈기 역시 중요한 요소였다. 발견이라는 것은 수많은 실험의 반복이었고 반복한 만큼 실패의 횟수도 증가했다. 가설을 입증하기 위한 실험의 성공률이 10% 라고 한다면 1번의 성공을 10번의 성공을 만들기 위해 100번의 실험이 필요하였다. 그만큼 고된 일의 연속이기에 좌절을 몸으로 받아내고 버티는 사람이 좋은 연구고 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하였다. 흔히 말해 강한 사람이 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은 사람이 강하다는 말이 적용되는 분야가 과학이었다. 하지만 인내력만 강하다고 좋은 과학을 할 수 있을 리가 만무하고 고된 일을 계속하려면 무엇보다 스스로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동기가 필요했다.


끊임없는 호기심

https://youtu.be/3smc7jbUPiE

위 동영상은 아인슈타인을 잇는 천재 물리학자로 불리면서 또 누구보다 유쾌한 인생을 살았던 리처드 파인만의 인터뷰 영상이다. 이 영상에서 파인만은 자석이 서로 밀어내는 힘을 설명해 달라는 질문을 받는다. 이 질문에 파인만은 그 다운 생각으로 답을 하는데 그 가운데 나는 왜라는 질문에 대한 태도가 보통 사람과 과학자가 될 사람의 차이를 알려준 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파인만은  ‘빙판에서는 왜 넘어지는가?’라는 질문을 예시로 들었다. 답은 미끄러워서다. 보통은 이 답을 듣고 만족한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왜 빙판은 미끄러운가 라는 질문이 생기기도 한다. 거기에 대한 답은 물은 얼면 팽창하는데 사람이 서서 생기는 압력이 팽창을 막아 다시 물로 돌리기 때문이다. 대부분은 이 단계까지 이해한다. 하지만 소수의 누군가는‘ 왜 다른 물질들과 달리 물은 얼면 팽창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렇게 하나의 답은 또 하나의 질문을 낳게 되고 더 깊은 개념으로 들어간다. 바로 이러한 과정이 과학자가 하는 일이다. 하나를 이해하면 또 다른 질문이 나오고 그에 대한 답을 찾는 식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끊임없는 호기심 그리고 답에 대한 갈망이다. 자연에 대한 호기심과 질문을 계속할 수 있는 사람은 과학자의 되기 위한 충분한 소양을 갖춘 것이다. 똑똑함과 끈기는 답을 잘 찾기 위한 보조제가 된다. 하지만 아무리 똑똑하고 교수 자리에 있을지라도 호기심이 사라졌다면 그 사람은 훌륭한 직업 교수일지언정 과학자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내가 가진 호기심

나 역시 그랬다. 똑똑하지도 않고 끈기도 뭔가 부족하고  스스로의 자질에 계속 의심을 품지만 그래도 내가 이일을 계속할 수 있었던 건 평생을 가져온 호기심과 질문이다.


보통의 아이들은 질문이 많지만 유독 내 아들은 질문이 많고 그중에 상당수는 자연에 대한 질문이다. 지진은 왜 나는지 태풍은 왜 생기는지? 태풍은 주기적으로 오는데 지진도 그런 건지? 다섯 살 나이의 아이가 던지는 질문이라기엔 질문 내용이 신기했는데 내 어머니께선 나도 어렸을 때 질문이 많았었다고 하셨다.


논문이나 발표를 들었을 때 느끼는 만족감과 거기에 새로 생기는 질문들 그리고 답을 찾은 과정들의 반복이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다  


학계를 떠나 산업계로 들어왔을 때 다른 환경에 대한 호기심이 새로 생겼다. 신약 개발은 어떻게 하는지? 신약개발을 잘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 그런 조건을 만족하려면 조직을 어떻게 구성하고 의사 결정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지속적인 신약개발을 위한 수익 창출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에 대한 질문이 계속 있었고 그에 대한 답을 찾고자 연구 부서에서 기획부서로, 벤처에서 글로벌 회사로 움직였다. 많은 책을 읽기도 하고 블로그등에 글을 남기는 것도 질문에 대한 내가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었다.


과학을 하는 사람이 이 일을 업으로 삼아도 될지 고민한다면 자신에게 해보자.


나는 호기심이 많은 사람인가?



오랜만에 세줄 요약..


과학자가 되기 위한 첫 번째 자질은 많은 호기심과 끊임없는 질문이다.

똑똑한 머리와 끈기를 가지고 있다면 더 많은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은데 도움이 된다.

다행히 난 호기심은 많고 좀 더 많이 알고 끈기 있게 일을 해나가면 계속해서 과학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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