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이네에서 생긴 일 3
나는 사막을 좋아한다.
사막에 가기도 전부터, 나는 그곳에 꼭 한번 가보고 싶다는 강한 열망이 있었다.
내가 사막에 가고자 했던 이유는 단순했다. 그곳엔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저 바람에 흩날리며 이리저리 모양을 바꾸는 모래만 있을 뿐 어떠한 건물도, 소음도 그리고 사람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곳.
사막에 우두커니 서 있는 건 마치 망망대해에 떠있는 느낌이 아닐까 생각했다. 아름답지만 막막해 보이는 그 공간 속에서, 자연에 압도되기보다는 그 웅장함에 감탄하게 될 것 같았다.
베트남 여행을 가기 2년 전, 호주 한가운데에 위치한 사막인 울룰루에 가본 적이 있다.
그곳은 나의 관념적 사막과는 달랐다. 모래 언덕이 아닌 연갈색의 수풀이 빽빽하게 있었으며 곳곳에 나무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주 사막 여행은 내가 여태 했던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고 즐거웠던 여행이었다.
사막 한가운데에서 밤하늘을 지붕 삼아 침낭에 의존하여 밤을 보내고, 사람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은 산을 타는 것. 비록 사막의 모습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달랐을지언정, 내가 했던 것들은 내가 사막에 꿈꿔왔던 것들이었다.
호찌민 행을 결정하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베트남에 사막이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베트남 친구의 추천으로 어찌어찌 무이네에서 2박 3일을 보내게 되었지만, 막상 뭘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결국 나는 '무이네에서 해볼 만한 것'을 검색했다.
그 검색 결과 중 하나가 사막이었다. 그곳은 내가 오래전부터 머릿속에 그려왔던, 붉은 혹은 하얀빛의 모래가 가득한 사막다운 사막, 즉 거대한 사구였다.
호주 사막에서 그 어느 때보다 짜릿한 경험을 했지만, 그곳이 내가 상상하던 사구 사막은 아니었기에 약간의 아쉬움이 있었다. 그래서 그 여행 이후, 언젠가 꼭 모래가 끝없이 펼쳐진, 내가 여태 미디어에서 봐왔던 사막과 똑같은 곳에 꼭 한 번 가보겠노라고 생각을 하고 있던 차였다.
그렇기에 무이네에 사구 사막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마자 나는 바로 사막에서 일출을 볼 수 있는 지프차 투어를 예약을 했다. 사막을 이렇게 또 가게 되다니. 심지어 예상치도 못한 베트남에서. 설렘에 잠도 잘 오지 않았다.
일출을 보기 위한 투어였기에 픽업 시간은 오전 4시 50분이었다. 2시간도 채 제대로 자지 못했지만 나는 신나는 마음으로 숙소를 나섰다.
숙소 앞에 도착한 지프차를 타자 차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무래도 비수기라 그런지 그룹 투어였음에도 결국 나 혼자 투어를 가게 되었다.
사막으로 향하는 지프차 안, 해가 생각보다 빨리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곳에 거의 도착했을 땐, 이미 해가 거의 다 떠오른 시점이었다. 사막 일출을 놓쳤다는 아쉬움이 스쳤지만, 아무렴 어떠랴 하고 생각했다. 지프차에서 내릴 때까지만 해도 나는 여전히 들뜬 마음이었다.
문제는 사막 입구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사막에 들어가는 입구에 걸어가 보니 사람들은 사막 투어용 ATV를 기다리고 있었다. ATV를 타고 사막 중심까지 가는 구조인 듯했다. 투어 상세 설명에 별도로 뭔가를 결제해야 한다는 말이 없었기에 나는 바로 ATV를 타려고 했다. 그러자 입구에 서있던 직원들이 나를 막아섰다. 그들은 나에게 사막에 가기 위해선 ATV를 사용료를 내야 한다고 했다. 비용은 대략 만 오천 원 정도였다.
나는 고개를 돌려 투어 가이드를 바라보았다. 그는 직원들에게 돈을 내라는 듯, 나를 향해 ‘Money’라고 말하며 손짓했다. 나는 이미 사막 투어 비용을 냈으니, ATV에 돈을 내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러자 그는 그럼 사막에 들어갈 수 없다고 말했다.
여기까지 와서 사막도 못 본 체 돌아갈 수는 없었다. 예상치 못한 추가 비용에 당황스럽고 짜증도 났지만,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ATV 사용료를 내고 사막 안쪽으로 향했다.
한 번도 오토바이를 몰아본 적이 없던 나에게 ATV를 타고 사막 안쪽으로 이동하는 경험은 꽤나 짜릿했다. 모래 언덕의 굴곡을 느끼며 길을 따라 운전해 가니 사막이 펼쳐졌다. 이미 사람들은 가장 높은 언덕 위에 올라가 사진을 찍고 있었다.
사막 자체는 꽤 아름다웠다. 그러나 그곳은 내가 상상하던 사막이 아니었다.
일단 사람이 너무 많았다. 무이네 사막이 특히 한국인들에게 유명한지,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국어로 대화하고 있었다.
그들은 대부분 하얀색 옷을 입고 있었다. 하얀색 원피스 혹은 하얀 셔츠에 하얀 바지.
사막에서 사진을 찍는다고 했을 때 흰색은 가장 포토제닉 한 색깔일 것이다. 실제로 그들의 모습은 모래의 황금빛과 선명한 대비를 이루며 잘 어우러졌다. 어쩌면 내 관념 속 사막의 인물들도 저런 모습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내가 원했던 사막이 아니었다. 내가 원했던 건 그저 사막 어딘가에 철푸덕 앉아 모래바람을 느끼며 가만히 있는 것이었다. 나는 사막을 느끼고 체험하고 싶었다.
무이네 사막은 그를 위한 장소가 아니었다. 이곳은 사막을 소비하기 위한 곳이었다. 미디어에서만 봐왔던 사막에 와서 사진을 찍고, 잠시 즐길 수 있게 만들어진 관광용 사막일 뿐이었다.
나는 그게 틀렸다고 말하고 싶진 않다. 어떤 이들에게 사막은,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 삼아 사진을 찍으며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추억을 남기는 공간일 수도 있다. 단지 그건 내가 바랬던 사막은 아니었다.
이러한 무이네 사막의 모습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호주의 사막의 경우, 실제로 그곳에 거주하여 살고 있는 아낭구족 원주민이 있다. 그곳은 관광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들의 역사와 문화가 공존하고 있는 장소이다. 따라서 이곳을 여행하는 것은 원주민의 문화와 성지를 보존하는 것을 우선순위로 하며 그들이 사는 곳을 체험하고 배우는 것에 가깝다.
반면 무이네의 사막은 삶의 터전이 아니다. 물론 사막 인근에 거주하며 생업을 이어나가는 사람도 있지만 그들은 사막 '안'에서 살지 않는다. 그들에게 사막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상업적 공간, 즉 관광객을 대상으로 소비되는 장소에 더 가깝다. 그렇기에 무이네의 사막은 관광객을 위한 사막에 더 가깝다.
무이네 사막 투어를 마무리하며, 나는 내가 원하는 여행이 무엇인지를 보다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나에게 여행은 휴식이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기 위한 것도, 유적지나 역사적 명소를 둘러보기 위한 것도 아니다. 나에게 여행은 나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잠시 엿보기 위한 것이었다.
내가 여행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이 맞나 의문을 가진 적이 있다.
여행에 돌아와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면 '000을 갔는데 ㅁㅁㅁ을 안 갔다고?' 하는 말을 종종 듣곤 했다. 가봐야 할 곳을 가보지 않았다는 생각에 어딘가 부족한 여행을 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무이네 사막에서 느낀 실망은 그게 아님을 알려주었다. 여행에서 '가봐야 할 곳'은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만 있을 뿐이다. 내가 즐겁다면, 꼭 가봐야 하는 곳에 가는 것보다 그저 길거리 음식을 한 손에 들고 동네 뒷산에 가는 게 더 값지고 의미 있다. 결국 여행은, 스스로의 즐거움을 위해 하는 것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