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젊은 부자들> 이신영
목요일 아침 일곱시의 북클럽에서 선택한 세번째 책, 조선일보 이신영 기자가 쓴 <한국의 젊은 부자들>의 부제는 '100억 대 회사 만든 61인의 현재진행형 성공기'이다. 혹 하는 것도 잠시 왠지 모를 불편함이 따라왔다.
'100억 대 회사를 만들면 다 성공인가?'
이번 책은 우리가 지금까지 읽어왔던 책(아니타 로딕의 <영적인 비즈니스>, 칼리 피오리나의 <힘든 선택들>)과는 달리 어떤 의미에서는 가장 트렌디하면서도 어떤 의미에서는 60여건의 사례가 나오다 보니 얕고 산발적인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런데 왜 이 책을 선택했을까?
'요즘 꽤 잘 나가는 회사의 대표들이니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 이런 궁금증을 해결하려는 목적보다는 비즈니스에 접근하고 빌드업하는 방식이나 수많은 위기의 경계를 넘나들며 기회로 전환하는 방식들을 단편적이나마 다양하게 접하다 보면 여러 상황을 빌미로 '나는 이럴 때 어떤 선택을 하는 사람일까? 우리 조직은 어떤 선택을 하는 조직일까?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성은 무엇일까?' 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 던질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제 막 스타트업을 시작했거나 작은 조직에 속한 리더로서 100억 매출은 좀 비현실적일 수 있지만, 그래도 우리 주변에 그나마 꽤 가까이에 있는 사례자들을 통해서 말이다.
한달만에 만난 우리는 그 사이 영국으로 연수를, 노르웨이로 출장을, 퇴사 후 편안한 휴식을 취한 멤버들의 근황을 들으며 시작했는데, 첫번째 화두는 '회고할 수 없는 바쁨'이었다.
요즘 저는 너무 바빠서 일을 하는게 아니라 '쳐내는' 느낌이에요. 회고할 수 없을 정도로 바쁘다 보니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나, 이걸 하는게 맞나, 우리 분명 무언가를 함께 하려고 모인 조직인데 이게 정말 우리가 원하는 것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조직 생활을 해봤다면 누구나 한번 이상 느꼈을 고민이다. 주와 부가 바뀐 것 같은, 덜 중요하지만 급한 일 때문에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이 자꾸 밀리는 것 같은 생각에 조직에 대해 리더에 대해 회의가 들었던 경험, 참 많았다. 그래서 이야기 주제는 자연스럽게 조직이 존재하는 이유, 우리 조직과 업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창업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대기업을 어떻게 넘어설 수 있느냐는 겁니다. 두 가지를 잘하면 됩니다. 첫째, 자기 업의 핵심을 이해하는 것, 둘째 과도할 정도로 고객의 요구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배기식 리디북스 대표
왜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서 조직을 이뤄서 일할까?
개인 혼자의 힘만으로는 어려운 일을 하고 싶을 때, 조직을 구성하고 함께 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맞는 일을 만든 다음, 여기에 공감하는 다른 구성원들이 또 합류하면서 모두가 공유하는 목표, 비즈니스, 시스템, 문화들이 형성되며 조직이 탄생한다. 우리는 비즈니스나 리더십을 말할 때 조직을 가장 빈번하게 언급하지만 한가지 잊지 말아야 할, 변하지 않는 사실 한가지는 조직은 결국 자기결정권이 있는 개인들의 모인 이해집단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조직의 방향성 내지는 업의 본질이 흔들릴 때 하나로 똘똘 뭉쳐있는 것처럼 보였던 개인들이 점차 유리되면서 뿌리 자체가 흔들리거나 때로는 무너지는 것을 자주 발견하곤 한다.
가끔 몇몇 리더들은 우리 구성원은 같은 목표를 향해 한 배 또는 버스에 탄 크루라고 여기며 구성원 개인의 헌신 또는 희생을 쉽게 요구하지만 실은 혼자만의 생각일 때가 많다. 구성원 역시 리더가 나와 동료들을 이끌어서 원하는 목적을 실현시켜줄 것이라 생각하며 쫓아가지만 점점 방향을 잃고 우왕좌왕할 때마다 조직 생활에 대한 회의를 느끼기도 한다.
그런데도 왜 우리는 조직을 이뤄서 일할까? 조직은 여러 개인이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기 때문에 만들어진다는게 사실일까? 공동의 목표를 위해 같이 달린다는게 정말 가능한걸까?
구성원들이 이런 고민을 시작하는 경우는 대부분 그 조직에 워닝 사인이 울리는 것 과 같다. 결국 리더의 역할로 귀결되는데, 리더는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까?
"사실 언제 망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잠이 안 올 때도 많아요. 그래도 창업은 인생의 '안전지대'를 계속 넘어서는 희열 넘치는 도전입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매일 관성을 깨며 사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정세주 눔 대표
조직에 대한 고민이 많은 구성원들, 대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현직 대표부터 중간관리자까지 구성이 다양했기 때문에 조직을 잘 리드하기 위한 대표의 역할부터 때로는 더 어려운 대표의 고충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다. 우리의 이야기가 세상의 모든 구성원 또는 대표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지도 않고 그럴 수도 없다. 그러나 2017년 10월 현재를 살아가는 젊은 리더들이 보다 건강한 조직과 리더십을 생각하며 나눈 경험과 인사이트를 공유한다.
제가 아는 어떤 스타트업은 대표가 분기에 한번씩 조직의 미션, 목표, 진행상황에 대해서 구성원들과 터놓고 얘기한다더라고요, 소위 말해 '대표뽕'이랄까? 같은 방향을 보고 달리려면 필요한 것 같아요.
리더가 매일같이 하는 말이 행동과 일치됐을 때 힘이 생기는 것 같아요. 괴리되는 순간, '내가 여기서 무엇을 누구를 위해 일하고 있나'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구성원들이 하는 일에 대해 최종 책임만 져주고 중요한 것 아니면 내려놔야죠. 가끔 내가 너무 잔소리꾼처럼 구는 것 같다고 느낄 때가 많은데 팀원들에게 '대표가 나를 못믿는구나'라는 시그널이 될 것 같아요, 그런데 자꾸 지금 말해야 할 것 같은 순간들과 싸우느라 힘이 들죠.
파워 관계는 위에서 아래로 흐를 수 밖에 없어요. 구성원들이 말을 안해도 대표의 말 한마디, 눈빛 한번 세세하게 지켜보고 영향을 받는다는 걸 스스로 인식 내지 인정하고 방법을 찾아야해요.
사실 대표들도 구성원 눈치볼 때가 많잖아요. 혹시나 상처받지 않을까, 오해하지 않을까 조심하게 되고.. 공과 사를 구분해서 성숙하게 커뮤니케이션하고 관계를 유지하는 연습을 모두가 해야 할 것 같아요.
성인이면 누구나 자기 결정권을 보장받고 싶어하잖아요. 그래서 피드백과 지시 내지는 명령을 명확히 구분하는 연습을 리더들이 해야 해요. 구성원이 오너십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자기 영역을 침해받는다고 생각하지 않도록 말이죠.
리더라면 사과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본인이 틀렸을 때, 혹은 잘못했을 때, 대표라서 그래도 되는 건 없으니까요. 진심으로 사과하고 감사해하는 리더가 되어야 해요.
조직은 무엇보다 일을 하기 위해 모인 것이니까요, 업무와 역할 그리고 책임 정의를 명확히 해야 위기 관리도 가능하고 서로 신뢰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어댑티브 리더십 워크샵에 참여하는 한 멤버가 '자발성을 가진 성숙한 개인'이라는 말을 했을 때, '앗! 바로 그거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동안 자율적이고 성실한 개인들이 모인 성숙한 조직을 구성하는 것을 꿈꿔왔다. 책임과 신뢰에 기반한 자율을 조직의 코어 밸류로 삼고 싶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북클럽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어떤 궁극의 가치를 지향하며 조직이 됐든 비즈니스가 됐든 실존하는 무언가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나의 일하는, 살아가는 방식'을 직시하는 것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들고 싶은 조직의 성질이 분명해도 그걸 구성하는 요소가 이를 실행할 조건이 되지 않으면 헛된 망상일 뿐이니까.
우리는 다시, 나는 어떤 사람이고, 일을 할 땐 어떠며, 리더십을 발휘할 땐 어떤 평가를 듣고 스스로를 어떻게 느끼는지 고민해보기로 했다. 고민이 다 끝났을 수도, 더 심화됐을 수도 있지만 한달 후, 전세계 1천여곳이 넘는 조직이 선택한, Bossless한 경영 시스템을 설명한 책 <홀라크라시>를 읽고 다시 만나기로 했다. 다음번 북클럽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오갈지 정말 기대된다.
WEConnect는 프로페셔널 여성들의 지속가능한 경제활동과 역량강화를 돕는 소셜벤처입니다.
본 북클럽은 사회혁신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여성들의 사유와 토론을 통한 성장, 폭넓은 네트워크를 활용한 기회의 확대를 돕는 커뮤니티를 지향하며, 2017년 파일럿을 거쳐 2018년에는 정식 런칭할 예정입니다.
혹시라도 추가적으로 더 궁금하신 점이 있으시다면 이메일 부탁 드립니다:) jin@weconnec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