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일곱 첫 장 끄트머리를 접으며
한 해가 지났다는 말을 하기에도 꽤 많은 날이 지나버린 2월의 세 번째 날이다.
제주에 오면 생각을 하게 되고 나를 돌아보게 된다. 어제 불현듯 섭지코지 근처의 밤바다에 차를 세우고 파도를 바라보는데 나 올해 뭐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내일은 나의 삶을 한번 열심히 들여다보자.
어떻게 살 것인가 끊임없이 생각하지 않으면 사람은 그냥 살게 된다. 그냥 살게 된다는 것은 말 그대로 '살기'만 하는 것이다. 먹고 잠을 자고 일을 하러 나가고 주어진 것을 하면서 살아간다. 물론 이 행위는 신성하고 중요한 삶의 요소지만 인간에게는 또 다른 것들이 필요하다. 사람은 자기 객관화를 통해 자기 자신의 안이 아닌 밖에서 자기를 바라본다. 그리고 좋은 삶을 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한다. 이 고민은 사람을 '잘' 살게 한다. 잘 사는 삶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겠지만 난 더 풍부하게 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삶은 각기 다른 시간으로 사람에게 주어지고 유한하다. 세상은 거대하고 아름다운 자연으로 나를 에워싼다. 그리고 그 안에 역사와 문화 예술이 얽혀 세상이 이루어진다. 이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잘' 사는 삶은 보다 풍부하게 이 모든 것들을 느끼고 이해하는 것이다. 하나 더 보태어 나의 흔적이 다른 이에게 느껴야 할 자극이 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거기까지 가지 않아도 충분히 좋은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삶에서 저런 자극들은 나를 기쁘게 하는 요소다. 좋은 작가의 작품을 만나면 기쁘고 또 자연 속에서 아름다운 한 장면을 만날 때 행복하다. 그런 나에게 잘 사는 것은 보다 더 자주 아름다운 것을 만나기 위해 여행하는 것이다. 꼭 짐 싸서 떠나는 여행은 아니어도 많이 움직이고 새로운 곳에 갈수록 난 행복하다.
여기까지 생각을 하고 나면 현실적인 문제로 생각이 와 닿는다. 그럼 어떻게 나는 노인이 되어서까지 행복하게 여행을 하며 살 수 있을까? 돈을 벌고 결혼을 하거나 또 다른 가족이 생기거나 하는 변수가 발생함에도 변치 않을 수 있는 내 단단한 행복을 만들고 싶다.
하나는 예술이 해답이 될 것이다.
나는 내가 다른 이에게 자극을 줄 작품을 만들어낼 사람은 아니고 좋은 자극을 찾아 그걸 즐기는 거면 족하다.
둘은 내 일을 잘 해내는 것이다.
이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에 국한되지 않는다. 돈을 벌고 또는 돈을 만들어내는 다른 일을 하는 것인데 이게 저 하나와 이어진다면 더 좋을 것이다. 2019년에는 이 둘을 좀 더 열심히 해보고 싶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잘 해내고 동시에 다른 일을 성공시키고 싶다. 꼭 시작하지 않더라도 그 자질을 쌓아 올리고 싶다.
셋은 좋은 사람과 함께하는 것이다.
사람은 불완전하다. 그렇기 때문에 두 사람이 만나고 세 사람이 만난다는 게 어떤 영원한 행복을 약속할 순 없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럼에도 사람은 좋은 사람과 함께해야 하고 이건 내가 위에서 이야기한 '자극' 중 하나가 된다. 풍부한 경험이 되고 그게 나의 영역을 확장시킨다.
넷은 건강한 삶이다.
건강한 삶은 내가 내 삶의 고삐를 잡고 있는 삶이다. 아침엔 침대 이불을 정리하고 나와야겠다고 생각하고 귀가 후에 어질러진 침대를 바라보며 약간의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고삐 풀린 삶이다. 이불을 펴는 건 간단한 행위지만 매일 하기 어려운 행동이다. (나에게는) 그래서 1월 1일부터 유일하게 고쳐내고 있는 습관은 아침마다 이불 펴기, 저녁에 맥주를 먹는 횟수를 줄이기. 이렇게 두 가지다. 이 두 가지는 내 건강을 지키고 동시에 내가 고삐를 쥔 삶의 초석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쓰고 보니 지키기 어렵지도 거창하지도 않은 신념 다짐이지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생각을 글로 옮기는 것, 그 글을 내 공간에 게시하는 건 또 다른 문제다. 게시를 하면 자꾸 읽게 된다. 글을 쓰면 글을 쓰는 과정에서 내 생각이 단단해지고 풍부해진다. 생각하는 것과 움직이는 것, 조금 더 움직이는 것은 큰 차이를 불러온다.
나의 스물 일곱에 더 건강한 자극과 변화가 일어나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