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 '일'이라고 적었지만 여기서 '일'은 다양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직장에서의 업무일 수도 있으며, 개인의 학업일 수 도 있다. 어쩌면 '일'보다는 '업'이라는 말이 더 맞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사회초년생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때는 '업'에 대한 이해보다는 '일'이 더욱 와 닿는 개념이었기 때문에 지금도 '업'보다는 '일'로 이야기하려고 한다.
그리고 사회초년생 때 구분한 일의 3단계는 나의 인생에서 무척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일의 첫 번째 단계는 '하고 있는 일'이다.
'하고 있는 일'은 다시 말해서 '맡은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회사에서 내가 수행하고 있는 나의 역할(Role)이 바로 '하고 있는 일'이다. 예를 들면, 나는 시장의 동향 등에 대하여 월별로 콘텐츠를 기획하여 회사의 Market Intelligence 플랫폼에 기재하고 있으며, 분기별로는 시장 동향 분석 리포트를 발행하고 있다. 이처럼 정기적으로 맡아서 수행하고 있는 일은 '하고 있는 일'의 범주에 들어간다. 또한 비정기적으로 발생하는 업무(기업의 비즈니스에 따라 발생하는 모든 업무)들 역시 나의 역할(Role)에 정의되어 있다면 이 또한 '하고 있는 일'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하고 있는 일'은 조직의 모두에게 적용된다. 사원부터 임원까지 조직의 모든 사람들에게는 그들이 해야만 하는 역할이 있고,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이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회사를 움직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하고 있는 일'은 보통 회사에 입사해서 받는 R&R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입사 후 자신의 역할을 스스로 정하는 직원은 보통 없기 때문이다.
'하고 있는 일'은 반복적인 일이라고도 할 수 있다. 회사가 유기적인 시스템처럼 흘러가기 위해서는 각자가 자신의 위치에서 충실히 역할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회사는 반복적인 프로세스에 의해 돌아간다. 하지만, 반복적인 성격 탓에 '하고 있는 일'은 그 중요성이 매우 간과되고 있다. 실제로 반복되는 일에 대하여 회의감을 느끼거나 견디지 못하고 새로운 자극을 찾아 조직을 떠나는 모습도 심심하지 않게 봤을 것이다. 그렇다고 이들의 행동이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나 역시도 새로운 일에 대한 자극을 항상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스로 하고 있는 일의 중요성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똑같은 상황을 야기시킬 확률이 더 높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에 경각심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하고 있는 일'은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회사 내 모든 일의 기초가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회사의 전략이나 R&D, 비즈니스 제휴 등은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는다. 회사에서 외부에 공개되는 산출물들을 보면 굵직굵직한 일들이 수없이 쏟아져 나오지만, 이 모든 일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영업전략이나 마케팅 전략, R&D 결과물이 마치 제목을 쓰면 본문이 바로 채워지는 마법은 절대 일어날 수 없다.) 이 모든 것들이 가능한 이유는 회사의 모든 임직원들이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지금 하고 있는 일 하나하나가 회사의 비전 달성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하고 있는 일'은 재미없을 수 있다. 하지만, 일의 재미는 일이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찾는 것이며,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의 가치와 중요성도 스스로 정의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언젠가 면접에서 '생각했던 일과 실제 해야 하는 일은 다를 수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그때 내 답변은 '내가 하고 있는 일 모두가 회사의 발전에 기초가 된다고 생각한다. 회의 진행을 위한 복사마저도 회의 시작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였다. 그리고 지금도 이러한 생각은 변함이 없다.
그리고 이제는 일의 2단계인 '할 수 있는 일'을 계속 찾는 중이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이야기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