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에 대한 흔한 오해는 경험 자체를 성장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가 싶다. 회사에서 진행하는 수많은 일과 관계에 대한 경험이 온전히 나의 성장으로 이어진다면 좋겠지만, 실상 성장으로 전환되는 나의 경험은 아주 작은 부분을 차지한다고 본다. 진짜 성장을 위해서는 '경험'과 '축적'의 차이를 구분해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단순히 무언가를 겪었다는 사실만으로 자신이 성장했다고 믿는 것은 오히려 객관적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저해한다. 이러한 경험이 진정한 역량이 되기 위해서는 그것을 내재화하고 체계적으로 쌓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이 '축적'의 개념이다.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면 '경험'은 "보거나 듣거나 느끼면서 겪는 것 또는 거기서 얻은 지식이나 기능"을 의미한다. 반면 '축적'은 "지식, 경험, 자금 따위를 모아서 쌓음 또는 모아서 쌓은 것"을 말한다. 이 정의에서 우리는 중요한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경험이 단순히 겪는 것이라면 축적은 그것을 의도적으로 모으고 쌓는 행위를 포함한다.
의도적으로 무언가를 쌓는 것은 '목적'이나 '목표'가 있음을 그리고 집중함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말콤 글래드웰의 '1만 시간의 법칙'은 이러한 사례를 보여준다. 단순히 1만 시간 동안 어떤 일을 반복하면 전문가가 된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시간 동안 의도적이고 집중적인 연습을 통해 지식과 기술을 축적해 나가는 과정을 강조한다. 이는 '경험'이 아닌 '축적'의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가 회사와 일상에서 겪는 수많은 경험이 자동으로 우리의 능력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 경험을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 깊이 생각하고, 그것을 다음 상황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조금 더 나아지기 위해 고민하는 과정과 실제 개선된 시도가 성장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사례는 회사에서도 찾을 수 있다. 연차와 능력이 비례하지 않는 사람이다. 분명 더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행하는 업무 범위와 완성도는 부족한 사람이 있다. 매일 업무를 반복하면서 아무런 변화 없이 시간을 보내왔다면 그것은 단순히 '경험'에 불과하다. 반면, 매 프로젝트마다 새로운 도전을 받아들이고 실패와 성공을 분석하며,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고 꾸준히 학습하는 사람은 자신이 경험한 것보다 더 나은 역량을 보여준다.
후자의 사람은 스쳐가는 '경험'도 '축적'으로 접근하고, 본인의 성장을 위해 활용하는 방법을 고민한다. 지속적으로 자신의 성장을 고민하고 실행함으로써 진정한 의미의 성장을 이룰 수 있다.
"나는 지금 무엇을 축적하고 있는가"에 대해서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 진정으로 무언가를 축적하고 있다면 그것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나의 사고와 행동에 반영될 것이다. 비슷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자연스럽게 이전과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하게 되고, 더 효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반면 이러한 접근과 행동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경험'을 충분히 '축적'하고 있지 못하고 있을 수 있다. 이 부분을 깨우친다면 '경험'에 대해서 다시 정의하고 '축적'이 가능하다고 본다.
'축적'의 과정은 분명 쉽지 않다. 1만 시간의 법칙만 보더라도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고 느껴진다. 먼저 내가 진행한 일을 회고하며 인사이트를 도출하고, 다음 업무에 적용하는 루틴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하자. 그 시간이 쌓였을 때 1만 시간만큼의 의미가 만들어질 것이다. 오늘 내가 경험하는 모든 일들을 '경험'으로 끝내지 말고, 나에게 어떻게 '축적'할 수 있는가로 바라보자. 접근의 전환만으로도 '축적'을 시작할 수 있다고 본다.
모든 일이 경험이지만, 이 경험이 나의 의미 있는 성장으로 전환되려면 지금과 다른 '축적'하는 접근이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