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로서 역할을 잘 수행하고 조직의 성장을 잘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함께 일 하는 구성원에 대한 고민을 늘 가져야 한다고 본다. 특히 조직의 성장과 일의 능률에 있어서 '누구에게 위임할 것인가'는 매우 중요한 고민이라고 할 수 있다. 조직의 목표 달성과 구성원의 성장을 동시에 이끌어 내는 것이 리더로서 추구하는 방향이라고 본다면, 위임은 단순히 업무 분배가 아닌 조직의 미래를 좌우하는 중요한 결정이 된다.
특히 중간 관리자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시니어의 선별은 리더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과제이다. 리더마다 시니어를 판단하기 위한 기준이 다양하겠지만 내 경우 1) 조직 내 가장 어려운 문제를 풀어가는 역할을 담당할 수 있어야 하고, 2) 구성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3) 다음 리더로서 종합적으로 사고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만약 이러한 기준의 수립 없이 조직 내 경력이 가장 높은 시니어 구성원에게 위임하는 것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면 이는 결과적으로 조직의 성장에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다. "연차는 무시할 수 없다"는 말을 하기도 했지만 이는 경험의 가치를 인정하자는 것이지 맹목적으로 연차만을 기준으로 삼으라는 의미는 아니다. 중간 관리자로서 위임의 대상을 선정한다면 리더와의 핏뿐만 아니라 구성원의 지지와 신뢰가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
실제로 새롭게 조직이 세팅되고 파트를 구성할 때 각 파트의 가장 시니어를 파트장으로 보고 업무 전반의 커뮤니케이션을 수행했던 경험이 있다. 조직의 규모를 고려했을 때 효율적인 업무 운영을 위한 결정이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선택은 여러 파장을 내부에 만들었다. 이후 전체 구성원과 커뮤니케이션, 일의 과정에 있어서 더 많은 참여를 통해 조직을 재정비하면서 '증명'과 '신뢰'를 받는 구성원을 중심으로 업무를 운영하면서 점차 조직이 안정되었다.
이처럼 위임에 있어서 리더만의 판단은 조직의 안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아무리 경력이 높고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구성원의 신뢰와 지지를 받지 못하는 사람에게 업무를 위임하는 것은 전체 조직의 분위기를 해치고 성과를 저해한다.
물론 리더는 위임하는 구성원이 다른 구성원의 지지와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구성원과 진솔한 피드백을 서로 나누어야 한다. 그리고 변화하는 모습을 기대하고 믿어줘야 한다. 하지만 이 과정이 순탄하지 않고 지속적인 챌린지가 발생한다면 리더 스스로 판단에 실수가 있는지 재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위임 후 맹목적인 신뢰와 지지보다는 더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나누면서 지속적인 목표와 사고의 핏을 조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처럼 조직이 성장하기 위해서 리더가 해야 할 일은 조직 내 '신뢰' 관계를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행동을 통한 증명과 경청을 통한 판단의 재고는 리더가 '신뢰' 관계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태도이자 접근이라고 볼 수 있다.
다시 '누구에게 위임할 것인가?'에 대한 답은 결국 계속적인 증명의 과정을 의미한다. 위임은 단순히 업무를 나누는 것이 아니다. 조직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과정으로서 '누구와 함께 조직의 미래를 만들어가겠습니까?'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어쩌면 리더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결정 중 하나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위임은 업무를 넘기는 것이 아니라 책임과 권한을 함께 주는 것임을 리더 스스로 인지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위임은 무겁다. 위임의 책임은 늘 리더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