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아이디어 공모전부터 창업 지원 프로그램들까지 예비창업자로서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느낀 몇 가지 문제점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거창한 제목에 비해 내용은 소소한 불평 수준이지만 관심이 필요한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1. 사업자 등록이 예비창업자의 목표는 아니다.
창업이란 회사를 설립하는 것과 사업을 영위하는 것 모두를 포함하는 개념임에도 불구하고 사업자등록이 창업에 있어 우선적으로 강조되는 분위기가 특히 정부 프로그램에서 팽배하다. 물론 프로그램 진행에 있어 신뢰를 위해 증빙할 수 있는 신분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제품, 서비스를 구체화하고 비즈니스를 고민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하는 예비창업자에게 마치 창업의 시작이 사업자 등록인 것처럼 느껴지게 하는 태도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실제로 내가 참여했던 프로그램의 관계자는 나에게 주최 기관에서 참여한 팀의 창업(설립) 유무를 체크하고 있어 확인을 위하여 연락드리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사업자 등록이 예비창업자의 창업 의지를 보여주는 기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왜 계속 사업자 등록에 집착하는지 모르겠다.
창업 프로그램은 좋은 비즈니스를 만들고 이를 달성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기업가를 발굴하게 목적이 되어야 한다. 회사 설립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2. ‘창업하겠습니다.’가 창업 의지는 아니다.
일전에 예비창업자를 대상으로 비즈니스 구체화 교육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에 지원하여 면접 심사를 받게 되었다. 분명 비즈니스 구체화 교육이 프로그램의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제출한 서류를 보던 심사위원의 질문은 내 비즈니스 아이디어의 내용이 아닌 ‘창업 의지가 부족해 보인다. 어떻게 생각하냐’였다. 순간 이게 무슨 소리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류에 ‘꼭 창업할 예정입니다.’라고 쓰기라도 했어야 하는 건지 어이가 없었다. 교육을 통해 비즈니스를 구체화하고 거기서 나온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창업을 준비하거나 피봇 하는 등의 선택을 하는 거지 미리부터 창업 의지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 건가? 아니 그걸로 창업 의지가 증명이 되는 건가? 여기서 창업 의지를 평가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는 접근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창업 의지는 ‘자신의 비즈니스에 얼마나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는가. 어떤 고민을 하고 있고, 어떻게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가’이지 ‘꼭 창업하겠습니다.’라는 문장이 아니다.
2. ‘문제->해결’은 기존 제품을 까라고 묻는 것이 아니다.
지원 프로그램 응모 양식에는 반드시 ‘문제->해결’ 항목이 포함되어 있다. 실제로 k-스타트업(창업넷)에서 제공하는 ‘창업사업화 표준사업계획서 양식’에도 어김없이 포함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제공되는 교육에서도 문제와 해결을 강조하다 보니 어느새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문제부터 찾게 된다. 내 비즈니스를 포장하기 위해서 기존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격, 품질, 방식 등에서 억지스럽게 문제를 만들어 낸다. 정말로 문제가 맞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가 바라봐야 하는 대상은 타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작은 불평이 아니라 ‘단절’이라는 문제를 ‘연결’로 해결한 것과 같이 더 큰 환경과 프로세스이다.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불평을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제품/서비스, 더 전문화된 제품/서비스, 더 가벼운 제품/서비스와 같이 ‘Better’로 접근하는 것이다. 예비창업자에게 요구해야 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라 ‘더 나은 비즈니스’ 여야 한다.
모든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일정 기준 이상이라면 대다수는 만족한다. 만족하지 않는 소수 역시 문제라고 받아들이지는 않는다는 것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3. 어이없이 끊기는 지원들은 주지 않는 것보다 못하다.
특허, 인프라 지원 등 거창하게 지원해주는 타이틀들이 있다. 예비창업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큰 혜택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제 이 혜택을 이용하는 것은 생각보다 까다롭고, 그 마저도 완전한 지원이 아닐 수 있다. 예를 들어 특허나 상표권의 경우 출원 이후에도 후속적인 지원이 필요하지만 대다수는 출원만 딸랑 지원하는 것으로 끝난다. 우선심사 제도나 의견 보정 등에 대한 지원은 거의 포함되어 있지 않다. 보통 정부 주도의 프로그램이 해마다 반복되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충분히 전년도 참여자가 출원한 특허나 상표권의 등록을 지원하는 형태로 지속성을 가질 수 있지만, 달랑 한 해의 행사로 끝내 버린다. 지속적인 관계 형성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일회성 이벤트로 종료된다. 인프라 이용 역시 입주 시, 창업 후와 같이 예비창업자에게 조건을 제시하는 케이스도 존재한다. 나 역시 프로그램 지원 기간 중에는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는 것처럼 인프라에 대한 소개를 들었지만, 갑자기 입주 시라는 조건이 생겨 이용하지 못한 경험이 있다.
특허, 상표권이라면 해당 제도를 정확히 이해하고 예비창업자에게 필요한 부분까지 고려하는 지원이 필요하다. 일회성 이벤트로는 상호 간의 신뢰를 형성할 수 없다.
4. 예비창업자는 당신의 실적 건 수가 아니다. 우리는 사업에 진지한 궁서체다.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정말 진지하게 함께 고민해주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우리 기관에서 몇 개의 팀을 선별했고 몇 명의 창업자를 만들어 냈다.’라고 실적을 자랑할 때가 아니다. 행사를 위한 프로그램이 아닌 창업자를 위한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기를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