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통 팀장 Jan 24. 2018

다시 생각해보는 워라밸

 지난 1월 13일 서울시청 시민홀에서 '이그나이트청춘'에서 연사로 참여했다. '이그나이트청춘'은 주제에 제한 없이 자신만의 이야기를 20장의 슬라이드로 구성하여 발표하는 문화(해외에서도 이그나이트 라는 포맷의 행사들이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라고 할 수 있다. 특이한 점은 1장의 슬라이드가 15초마다 자동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5분의 제한된 발표시간 안에 이야기를 전해야한다는 것이다. 


 이번 글은 내가 '이그나이트청춘'에서 발표한 주제인 '다시 생각해보는 워라밸(Work & Life Balance)'에 대한 내용이다.


1. 워라밸(Work & Life Balance) = 일과 삶의 균형 -> 일과 삶의 분리

 우리 말로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용어로 일과 삶의 영역이 서로 침범하거나 침해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여기서 '균형'이라는 말에 대해서 나는 공감하지 못 했다. 그 이유는 지금의 워라밸은 오히려 '일과 삶의 분리'를 뜻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일이 퇴근 후의 개인의 삶에 침범하는 것에 대하여 너무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퇴근 후 카톡 지시, 주말 산행 등 다양한 일의 침해로 개인의 삶은 보존받지 못 하고 있다고 느끼면서 일에서 완전히 벗어나고 싶다, 회사에서 도망치고 싶다, 퇴사하고 싶다와 같은 분리만을 위한 워라밸로 이야기되고 있는 것이다.


2. 분리할 수 없는 일과 삶

 그러나, 일과 삶은 분리할 수 없다. 일 하고 있는 '나'와 퇴근 후의 '내'가 분리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마치 스위치가 온/오프되면 또 다른 인격이 출근 시간과 퇴근 시간을 기준으로 바뀔 수는 없는 것이다. 일에서 얻은 지식과 경험, 관계 등이 퇴근 후 내 삶에 영향을 주고, 퇴근 후 얻은 지식과 경험, 관계 등이 또 일에 영향을 주는 순환되는 형태라고 할 수 있다. 


3. 일과 삶이 동등한 가치인가

 나는 일은 삶의 아주 작은 하나의 요소일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꿈, 가족, 친구, 사랑 등에 비하면 아주 작은 한 부분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라밸은 일과 삶을 동등한 가치에서 비교하고 있다. 아마 일이 삶에서 차지하는 시간적 비중을 의미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시간적 비중이 아닌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를 기준으로 볼 때, 정말 일이 내 삶에 있어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생각을 바꿔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4. 누구에 의한 워라밸인가

 또 하나 워라밸의 주체가 누구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워라밸에 대해서 검색하면 워라밸이 마치 야근이 적은 기업, 퇴근 시간이 보장되는 기업처럼 워라밸의 주체가 우리 개인이 아닌 기업인 것처럼 나온다. 또 해마다 워라밸 우수 기업이라는 이름으로 정부에서 기업에게 상을 주고 있기도 하다. 여기에는 개인이 추구하는 워라밸에 대한 내용은 하나도 볼 수 없다. 우리는 워라밸을 제공 받고 있을 뿐이다. 만약, 우리가 워라밸의 주체라면 '2017년 연차소진왕', '올 해의 9 to 6 지킴이상' 등과 같이 개인에게 너의 워라밸은 훌륭했어 라고 인정해주는 것이 맞지 않을까. (물론 현재의 상황에서는 불가능할 것 같다.)


5. 우리가 워라밸의 주체가 되자

 이제 워라밸의 주체를 퇴근 시간이나, 퇴근 시간을 보장해주는 기업에서 찾는 것을 그만하고, 워라밸의 주체로서 '일'에 대하여 생각을 바꿔볼 필요가 있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일'은 '삶'의 한 요소일뿐이다. 삶의 주체인 내가 일을 통제하지 못 할 이유가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이 내 삶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일에서 즐거운 요소를 찾아야 한다. 아주 사소한 요소라도 분명 있을 것이다. 또는 내가 좋아하는 요소를 일에 포함시키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이 요소를 조금씩 키워가야 한다. 물론 쉽지 않겠지만 삶의 균형을 우리 스스로 만들기 위해 포기해서는 안된다. 바꾸지 않으면 바뀌는 것도 없기 때문이다.


슬라이드 20장의 내용을 요약했기 때문에 내용이 많이 빠졌지만, 결론은 워라밸의 주체가 우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워라밸 역시 Work and Life Balance가 아니라 Work for Life Balance, '삶의 균형을 위한 일'로 이해하면 어떨까. 일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일 역시 우리 삶의 한 요소로 인정하고, 일에서 의미를 찾아보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