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담당자의 역할에 포함되는 것
"대표님, 이 사업은 어렵습니다."
입사 후 한 달, 첫 사업 추진 보고 자리에서 나는 이 사업은 현시점에서 리소스를 투입해서 추진해야 하는 사업이 아님을 보고 드렸다.
위와 같은 말을 하기까지 무척이나 고민이 많았다.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만에 사업의 성패에 대해서 판단하는 것이 타당한지, 사업 담당자로서 어떻게든 이 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해 노력을 더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을지, 사업 담당자가 사업을 쉽게 포기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을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론을 이렇게 내린 이유는 사업 담당자의 역할과 책임에는 사업을 성장시키기 위한 고민과 실행 외에도 사업의 추진이 타당한가, 전사적 관점에서 리소스를 계속 투자하는 것이 맞는가를 판단하고 의견을 말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더 집요하게 노력해서 불가능을 가능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할 수 있지만, 반대로 회사의 현재 상황과 리소스를 생각했을 때 사업의 가능성을 검토하여 더 의미 있는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정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다만 이러한 판단과 의견을 말하기까지 스스로 충분한 노력을 했는가와 동료들과 많은 고민을 나누고 이야기했는가에 대해서 스스로 충분해야 한다.
내가 이처럼 판단을 하게 되었던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현재 보유한 레퍼런스는 기업의 의사결정권자의 니즈에 의해 인바운드로 성사된 소수의 사례였다.
이미 소수의 성과를 바탕으로 고객 확보를 위한 시도 하였지만 실질적인 성과는 만들어내지 못하였다.
다수의 고객 및 동종 플랫폼에서 추진한 담당자와 인터뷰를 진행했지만, 고객의 페인포인트는 해소할 수 없는 모델이었다.
비혼 및 MZ 등 새로운 세대가 기대하는 조직 문화에 있어서 상충되는 서비스였다.
기업의 담당자 입장에서 의사결정권자를 설득할 명분이 충분하지 못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시장의 상황을 분석하여 '이 사업은 안됩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왜 어려운지에 대한 근거와 함께 앞으로 어떻게 사업을 가져가는 것이 나을지에 대한 방향과 할 일도 제시하는 것이다.
나의 경우 "대표님, 이 사업은 어렵습니다."에는 아래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기존 레퍼런스 히스토리와 실제 사용자 데이터 분석한 결과와 고객 및 담당자 인터뷰를 종합적으로 정리한 결과 현시점에서 리소스를 투자해서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기보다는 소수의 니즈가 있는 고객이 우리에게 인입될 수 있도록 채널을 만들고, 레퍼런스 기반으로 타겟 고객 대상의 광고와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우리 사용자를 중심으로 레퍼럴이 인입될 수 있는 구조로 운영하고, 사업 조직의 리소스는 새롭게 인입된 고객의 요구사항에 맞는 사업을 추가로 개발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 같습니다.
때마침 대표님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본 사업은 축소되었다.
이런 경험이 앞으로 얼마나 더 있을지 모르겠지만, 무조건적인 도전과 실행만이 답이 아니라는 것과 대안과 방향 역시도 함께 제시하는 것이 사업 담당자의 책임이라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요즘도 나는 사업 담담자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서 고민을 한다. 그 역할과 책임을 다하려면 어떻게 일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계속해서 고민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