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듣기와 직접 업무 경험하기
리더로서 팀 내 다른 직무의 구성원과 함께 업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어려움이 있다면 '업무에 대한 이해도의 차이'가 아닌가 싶다. 현재 집중해야 할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을 구분하고 구성원의 동기부여를 위해 제안되어야 하는 일을 선택하는 리더의 기본적인 접근은 '이해'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하는데, 사람 개개인을 이해하는 것은 훨씬 더 복잡한 영역이기 때문에 그 직무의 업무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지금까지 사업이나 전략 조직을 담당하며 함께 일 했던 팀원의 직무를 돌아보니 CS&운영, 점포개발, 그로스마케터, MD, 디자인, 서비스기획, 개발까지 정말 다양한 직무의 팀원과 일을 해왔었다.
사업개발 직무로 처음 스타트업에 들어와서 플랫폼과 프로덕트 중심으로 일을 해왔기 때문에 서비스기획, 디자인, 개발 직무의 구성원과는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경험을 쌓아왔다면 CS&운영 직무의 경우 B2B 경험이 다수였던 만큼 낯선 영역이었고, 점포개발은 더더욱 한 번도 생각해 본 일이 아니었기에 모든 일이 낯설고 처음 겪어야 했다.
물론 서비스기획, 디자인, 개발 직무의 팀원과 한 팀으로 일을 한다는 것도 또 다른 경험이지만 이 부분은 프로덕트 조직으로서 고민을 다룰 때 다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리더로서 역할과 고민, 배움을 가장 많이 했던 것도 CS&운영, 점포개발 두 직무 모두 순차적으로 한 회사에서 담당하면서 새로움과 새로움의 시너지를 연속으로 겪었던 시기였다. 결과적으로 보면 이전 운영 기간과 비교했을 때 더 많은 점포를 개설하고 신규 사업 모델을 검증하여 매출에 기여했고, 경험이 부족한 리더임에도 트러블 없이 조직이 안정화되었는데 그 요인에는 '업무에 대한 이해도의 차이'를 좁혔던 노력이 유효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모든 구성원과 업무를 추진하거나 조직 관리에 있어 동일한 접근을 하고 있는데 그 첫 번째는 '먼저 듣기'이고 두 번째는 그 직무를 직접 수행하기이다.
1. 먼저 듣기
우리에게 익숙한 '듣기 평가'라는 문제 유형이 있다. 그 문제를 잘 풀기 위해서는 설명하는 내용을 잘 듣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함께 일 하는 협업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상황과 히스토리, 어려움과 앞으로 바라는 방향 등 팀원 개인의 측면과 조직의 측면에서 풀어야 할 과제를 선정하고 앞으로의 스탠스와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내 이야기가 아닌 구성원의 이야기부터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직무의 구성원들과 팀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한 일도 1 on 1과 구성원 전체 미팅이었다. CS&운영 구성원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도출한 가장 큰 문제는 우리가 하는 일이 회사에서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이었다. 실제하고 있는 일이 단순 CS를 넘어 매출을 만드는 계약 과정에 참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조직의 운영 효율화 측면의 지원과 개선 사항 등이 여러 이유로 프로덕트에 반영되고 있지 않았고 각종 클레임에 대응하면서 지친 상태였다.
상황과 입장은 복합적이고 복잡한 일이기에 넘어가고, 이러한 이야기를 듣고 내가 시도한 일은 조직에서의 정체성과 업무 효율화를 위한 근무 일정 조정이었다. 조직의 정체성의 변화 측면에서 역할을 보여줄 수 있도록 명칭을 변경하는 것과 더불어 유관 조직과 의견을 조정하고 협의할 수 있는 역할을 만들었다. 프로덕트 측면, 오프라인 영역에서의 고객 경험 등 전반적인 사항이 사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조치함으로써 일의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구조를 만들어갔고, 주간 단위 인입되는 문의 유형의 데이터를 분석해 '계약'이 실제 많이 일어나는 요일에 업무 비중을 높이도록 근무 스케줄을 조정하였다.
팀원의 목소리부터 시작한 일이 단순히 듣기로 끝나지 않고 반영되면서 차츰차츰 조직의 안정감이 높아졌고 조금 더 단단한 관계의 조직이 될 수 있었다.
이외 다양한 일들을 시도하였는데 그 모든 시작은 '먼저 듣기'에서부터 출발했다.
2. 직접 수행하기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있다. 근본적인 메시지는 '행함'의 임팩트라고 생각하는데 '먼저 듣기'로 이해를 높이더라도 업무에 대한 의사결정에 있어서 지지와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조금 더 직접적인 이해가 필요하는 것이다.
나 역시 상상과 생각만으로는 경험을 충족할 수 없기에 새로운 직무에 대해서는 최소 한 사이클은 직접 수행해 보는 것과 이후 본업을 진행하더라도 계속해서 참여할 수 있는 접점을 만들고자 했다.
고객 응대 업무를 직접 해보고 신규 지점 오픈 시 첫날은 꼭 지점에서 업무를 보며 고객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했다. 지점 계약 과정에 참여하고 계약을 챙김으로써 직무는 다르지만 하나의 팀으로서 함께 참여하는 동료로서 신뢰를 쌓아가고자 했다.
결과적으로 받았던 동료 피드백들과 업무 수행 기간 트러블이 없었던 것을 감안했을 때 업무 수행에 있어 나름 지지를 받았던 것 같다.
지금도 위 방식으로 일을 하고 있다. 팀 빌딩을 떠나 조직이 일을 하는 과정에서 먼저 듣기와 직접 일을 수행하기는 리더로서 중요한 의무와 책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