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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 Jan 12. 2018

음악을 들으며 노트북에 글을 쓰는 지금

나의 음악감상 변천사(變遷史).

경제력이 생기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에 갈 수 있게 되었다는 거였다.


처음 김동률님의 콘서트를 갔을 때, 엔딩곡을 들으면서 눈물이 났었다.

그 콘서트 동안 불렀던 노래에서 고3의 나, 이어폰을 끼고 노래를 들었던 그 겨울의 버스정류장의 찬공기, 평생을 살아온 서울에서 낯섦을 처음 느낀 어느 봄날의 썰렁하며 건조한 바람이 고스란히 떠올랐다. 내 삶의 순간을 찍어놓은 추억의 사진 속에 항상 함께하던 음악들이었다.


아마 그래서일 것이다.

어차피 새로 발매하는 신보에 과거 히트곡을 더해서 부르는 콘서트를 할 때마다 열심히 티켓을 사는 이유가...

신곡만 듣고 가면 다 따라부를 수 있는 나의 머리에 새겨진 노래들을 따라 부르며

그 노래가 세상에 널리 불리던 시절의 내가 그리워일 것이다.


해가 바뀌기 전, 신곡을 발표한 이적님의 연말 콘서트를 갔다. 

달팽이를 들으며 바다를 가려는 모습에 눈물이 났고, 하늘을 달리다를 들으며 뜨거운 여름 태양 아래 바나나우유를 쪽쪽 빨아대며 뽈뽈 걸었던 21살의 나른함을 느꼈고, 그대랑을 들으며 나란히 걸었던 누군가를 떠올렸다. 


단, 내가 미리 들었던 신곡은 3곡이었다. part 1이라는 이름으로 3곡의 음원을 내놓은 것이다.

항상 CD를 사서 MP3 변환해서 듣기를 고집했것만, 이제는 세상의 흐름에 맞춰 단계별로 몇 곡씩 공개하기로 하셨나보다. 오래된 나의 가수들은 언제나 음반을 내주었고, 그래서 파일로 변환시켜도 트랙번호를 맞추어 들었기에 그냥 순서없이 듣는 음원 감성으로 치환됨이 어색했다.


그리고 어제 저녁 6시, 김동률님의 3년여 만의 신보가 나왔다. 총 5곡.

CD로도 발매가 되지만, 이제는 자연스럽게 음원 사이트 접속해서 다운을 받았다.

그나마 앨범으로 나와서 트랙번호를 맞추어 들을 수 있었다.


어린시절 마이마이에 넣어 듣다 다 돌아가면 뒤집어서 B면을 들었었다.

그 당시 기억의 습작은 A면 2번 트랙이고, 달팽이는 어느 면인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끝에서 두 번째쯤 있던 곡이었다.

듣고 싶은 곡을 들으려면 빨리 감기를 하거나 테이프가 상할까 좋아하는 곡이 나올 때까지 계속 틀어놓았다.


CD가 보급화 되면서 한 장의 CD 안에서 내가 원하는 곡을 조절해서 바로바로 들을 수 있게 되었다.

나에게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는 김동률 3집 3번 트랙이었고, 하늘을 달리다는 이적 2집 2번 트랙이었다.

심지어 트랙 1,2,3... 식으로 노래 제목 대신 트랙 순서로 노래를 기억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에 영감을 받아 이소라님께서 7집 수록곡 제목 전부를 트랙1, 트랙 2 이런식으로 이름붙였다.)


새로운 세기와 함께 음악 파일로 듣는 시대가 되면서 앨범의 의미가 서서히 없어졌다.

디지털 음원 하나를 내어 대중의 반응을 살피면서 활동하는 가수들이 생겨났고, 마치 옛날 일본 가수들같이 여러 개의 미니앨범을 모아 정식 앨범을 내기도 했다. 온라인에서 음원 구입이 가능해지자 수많은 거리의 음반 가게들이 문을 닫았고, 과거 CD 판매량으로 인기의 척도를 가늠했던 것이 다운로드 횟수로 바뀌었다.

무거웠던 워크맨과 CD플레이너는 자그마한 MP3 기기가 대신하게 되었다.


스티븐 잡스가 가져온 혁신,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대한민국 어느 곳에서나 인터넷 접속이 가능해짐과 동시에 스트리밍을 통해 노래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음악에 대한 문화방식을 바꾸었다.

노래는 소장해서 감상하는 것이 아닌 소비재 같이 소비하는 형태로 변했으며, 드라마나 영화의 OST 같은 배경으로 내려앉았다. 마치 커피숍에서 하루종일 틀어주는 음악과 같아졌다.


작금의 사람들은 노래다운 노래가 없다고 한탄한다.

목소리 하나만으로 심금을 울리는 가수와 노래를 그리워 한다.

(그래서 비긴어게인을 보고, 복면가왕을 보나보다.)

하지만 음악 하나만으로 20년을 넘게 가수로서 살아온 나의 가수들은 이제는 현대의 방식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게 흐름을 따라가는 듯하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조차도 이들의 음원을 들으며, 그땐 그랬지~라고 아쉬움을 되뇌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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