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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 Mar 10. 2017

천년만년 변하지 않는 사랑에 열광하는 그대에게

지고지순한 사랑에 대한 분석

한국 드라마에서는 항상 사랑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는 말에 알 수 있듯, 우리나라 사람들은 사랑을 매우 중시 여긴다. 특히 한 사람에 대한 순정적이고 독실한 사랑을 꿈꾸는 감수성 가득한 환상. 이를 위한 온갖 로맨틱한 장면이 넘실넘실 넘쳐나는 미디어의 세상을 어렸을 때부터 접하고 자란 세대들은 이를 통해 자신만의 연애관을 견고하게 쌓아놓는다. 하지만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여러 번의 연애경험과 주변에서 접하게 되는 간접 경험을 통해 서서히 무너뜨린다. 현실은 우리가 꿈꿨던 것들과 달랐다고...


변하지 않는 순정은 있을까? 이보다는 왜 우리는 이러한 순정을 바라고 꿈꾸게 되는 것일까?


연애를 하고 싶을 때의 나를 돌이켜보자. 왜 연애가 하고 싶은가?

외로워서? 행복해지고 싶어서? 사랑받고 싶어서?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 상대와 사랑하는 마음을 주고받고 싶기에 연애를 한다.

이게 그나마 내가 생각하는 제일 모범적인 답안이다.


이렇게 연애를 시작한다. 점점 마음이 깊어간다.

그런데 상대가 의식불명에 빠졌다. 그리고 비가 오는 날이면 나랑 육체가 뒤바뀐다.

며칠 동안 생각한 끝에 눈물로 유서를 쓰고 의식불명의 상대를 자동차 옆 자리에 태워 비가 오는 저 어딘가로 달린다.

그렇다. 드라마 시크릿가든의 내용이다.

재벌 3세의 백화점 사장인 남자 주인공(김주원)이 가난한 스턴트우먼 여자 주인공(길라임)을 위해 목숨을 바치려 한다. 남자 주인공은 스스로 선택했다. 사랑하는 여자와 몸을 바꿔 의식불명에 빠지기로.


가슴에 칼 한 자루가 박힌 채로 불멸을 살며 신부를 기다려온 도깨비가 있다. 가슴에 박힌 칼을 도깨비 신부가 빼는 순간, 그는 그토록 원하던 무(無)로 돌아갈 수 있다. 900여 년의 세월이 흘러 신부를 만나 사랑을 하게 된다. 신부와 있는 것이 너무 행복해 무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그런데 칼을 빼지 않으면 도깨비 신부가 효용가치가 없어져 죽는다. 게다가 머나먼 과거의 적(敵)인 악귀가 나타나 도깨비 신부에게 해를 가하려고 한다. 그 자를 죽이려면 가슴에 꽂힌 칼을 빼내어 죽여야 한다.

그렇다. 드라마 도깨비의 내용이다.

도깨비(김신)는 도깨비 신부(지은탁)의 평온한 삶을 위해 칼을 뽑아 악귀를 죽인다. 그리고 여자 주인공과 약속한 첫눈이 내릴 때 돌아오기 위해 지독한 눈보라와 공허만이 존재하는 중천에 남았다. 남자 주인공 스스로가 선택하였다.


김주원, 김신 이 두 남자는 스스로 희생을 선택하였다. 사랑하는 연인을 위해 삶을 포기하는 희생.

이것이 현실에서는 쉽지 않음을 우리는 알기에 두 주인공에게 열광했다. 인간은 자기 보호 의식이 있기에 커다란 스트레스나 힘듦이 생기면 외면하려고 한다. 하물며 자신의 목숨이 걸려있는 상황에서 본능적인 자기 보호를 누르고 삶을 포기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들의 상대인 길라임과 지은탁을 보자.

길라임은 김주원의 의식이 회복된 후, 그의 어머니에 맞서 "아드님 제게 주십시오, 제가 행복하게 해드리겠습니다."라는 희대의 걸 크러쉬 대사를 남기며 절대 헤어질 수 없다 한다. 심지어 아이 셋을 낳고도 여전히 시어머니께 문전박대를 당한다.

지은탁은 기억에서도 지워진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10년 동안 비 오는 날에 가슴 절절히 아파하며 흐느낀다.


그렇다. 그녀들도 무언가를 포기했다. 시어머니의 인정, 10년 간 기억도 없이 미친 듯이 오열하며 지샌 비 오는 밤. 어느 것 하나 가벼운 것이 없다.


지고지순한 사랑은 가시밭과 같은 희생을 밟고 견디어야 비로소 조금 누리는 것이다.

깊고 큰 사랑의 크기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자, 그 자만이 환희의 미소를 지을 것이니.


무한한 욕심의 유혹을 물리치기에 인간은 나약하므로 실제 현실에서는 조강지처와 어린 자식까지 버리고 부잣집 딸과 결혼하는 '청춘의 덫'과 같은 사례가 더 많을 거 같다. ("다 부셔버릴 거야."라는 명대사로 유명함.) 그렇지만 비록 부잣집 남자와 재혼하는 여주인공도 가슴에 묻은 자식 때문에 항상 행복하지는 않았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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