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 함께(與神同行). 귀인으로서 같이 걸으실래요?
원작을 읽은 자로서 주요인물을 빼고 각색한 영화가 그다지 매력이지 않았다. 그런데 이 영화가 대만에도 동시개봉되었고, 페북의 대만 지인들이 중국어로 하정우가 좋다는 반응을 남기는 것을 보면서 슬쩍 호기심이 일어났다. 끝내 역대 대만 개봉 한국영화 중 흥행 1위를 기록했다는 뉴스를 보는 순간, 보기로 결심했다.
개인적으로 판타지 장르를 좋아하는데,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포터 같은 새롭게 창조된 세계관이 너무 부럽다. 지팡이를 들고 '윙가르디움 레비오사'같은 주문을 외치던가 드래곤을 타고 날아다니면서 모험과 함께 보물을 얻고 아무도 모르게 세계를 구하다 쉼이 필요할 때 따뜻한 통나무 집으로 돌아오고 싶었다. 이런 환상이 가득한 세계를 동경했었는데, 반면 동양풍 판타지에는 흥미를 느끼지 못 했었다.
신과 함께는 다르다. 화려한 CG는 동양의 사후세계관의 오묘함을 드러낸다. 익숙한 듯하지만 처음 알게되는 민담(民譚) 속 이야기를 구현함으로써 동양 판타지 또한 미려할 수 있고, 광활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시원한 액션은 관객을 흥미진진하게 해 주며 저승과 이승을 오가는 자홍과 수홍 형제의 이야기 또한 속도감 있게 진행되도록 한다. 스토리도 인과응보를 강조하는 면이 많아 아시아권 관객들도 쉽게 동감할 수 있는 주제이다.
아쉬운 점들도 있다. 특히 마지막 반전의 내용은 눈물을 쥐어짜는 방향으로 진행하지만, 개인적으로 북받쳐오르는 약간의 눈물도 없었다. 그냥 삶이 그런 것이다 라는 자조어린 씁쓸함만 조금 느꼈을 뿐... 삶의 극단에 몰려 평범한 누군가도 할 수 있는 선택이며, 이를 이해하기에 받아줄 수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 감정의 과잉이 아닌 담백하게 묘사했으면 어땠을까?
영화 중반쯤에는 후속편을 보고 싶지 않다 생각되었는데, 마지막 장면을 보고나서 몹시 보고 싶어졌다. 아마 극 전개의 무게중심이 수홍으로 넘어가면서 진행될 때부터였는데, 가장 날 사로잡는 캐릭터는 이준혁 배우가 연기한 '박 중위'였다. 무리 안에서 리더쉽도 있고 좋은 사람이지만, 극한 순간에서 이기적인 인간의 본성을 보여주는 역할인데 웃으면 선해보이지만 잔인하게 돌변하는 순간 날카로운 눈빛과 담담히 다문 입매가 욕망에 사로잡힌 면모가 확 와닿아 후속편에서는 어떻게 변할지 궁금해졌다.
만약 원작의 팬이라면, 강림, 해원맥, 덕춘 삼인방의 캐릭터를 비교해보기 바란다. 원작에서는 젋고 스마트한 엘리트 느낌의 강림은 달변가변호사로, 과묵하고 꼿꼿한 장수 같은 해원맥은 단순무식 힘쌘 보디가드로, 셋 중 가장 느긋하고 여유로웠던 덕춘은 두 상사 사이에서 갈팡지팡하는 인턴으로 바뀌었다. 이들의 조합 또한 새롭고 산뜻하기에 새로이 함께 걷는 저승길이 나쁘지 아니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