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포레스트, 김태리가 보여주는 청춘의 안식처.
김태리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애수'이었다.
데뷔작이 박찬욱 감독의 작품이었으며, 힘없는 하녀. 후속작 1987 역시 어두운 시대의 여대생. 맡았던 역할과 분위기에 사로잡혀 침전(沈澱)된 슬픔을 담은 눈망울이라 느꼈다.
리틀 포레스트는 이런 그의 새로운 면모를 볼 수 있는 영화이다.
첫 클로즈업부터 힘차게 자전거 패달을 밟는 장면을 보면 풀숲의 싱그러움이 가장 어울리는 청춘의 김태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미소 또한 반짝반짝 빛나기에 왜 그가 혜원을 연기하기로 했는지, 얼마나 기쁘고 즐겁게 촬영에 임했는지 화면 밖의 관객에게도 느껴진다.
영화는 차분한 바람같이 흘러간다. 당연스러워 존재조차 인지하기 쉽지않은 잔잔한 어느 날의 바람같이 각 계절의 제철재료로 차려지는 정감어린 음식들과 세 소꿉친구의 일상도 같이 흐른다. 배경이 농촌이기에 4번의 크랭크업으로 진행된 사계절의 촬영은 어린시절 시골 할머니 댁으로 내려가 탐구생활을 하다 도랑으로 가서 다슬기를 잡던 나의 일상처럼 아주 풍성하다. 그 사이사이 맛있는 음식을 해서 같이 먹으며 수다를 떨고 웃음 터지는 친구들과의 에피소드는 관객들도 함께 즐겁게 만든다.
이 평화로운 일상 안에는 혜원(김태리 분), 재하(류준열 분), 은숙(진기주 분) 세 청춘의 평범한 삶이 있다. 태어난 마을에서 한 번도 타지로 나가본 적 없는 은숙,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다 귀농한 재하, 노량진에서 임용고시를 준비하다 고배를 마시고 낙향한 혜원. 평소에는 서로 즐겁게 시간을 보내다 가끔 툭 던지는 말 한마디와 태도에서 둑이 터진 듯 감정이 흘러나온다. 영화 속에서 그 감정이 흘러나오는 뻘쭘한 정적을 잘 잡아내는데, 크게 강조되지 않고 일상처럼 자연스럽게 지나가는 연출이 임순례 감독의 강점인 듯 하다.
원작영화가 두 편으로 만들어졌기에 이를 한 편으로 압축하면서 극 중 인물들의 균형이 조금 아쉽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 중 재하(류준열 분)의 비중이 부자연스러웠다. 마치 왼발은 힘을 잔뜩 주고 힘빠진 오른발로 축구공을 차는 느낌. 혜원을 중심으로 재하와 반대편에서 스토리을 이루는 인물의 균형을 맞추기란 꽤 어려웠을 듯 하기에 두 편의 원작에서 나누어져 있던 내용을 한 편 안에 넣으려고 하니 어쩔 수 없었을 거라 자연스레 예상되었다.
이 영화의 재미는 다양한 음식의 향연인데, 이 또한 한국의 정서를 잘 드러내는 음식들을 잘 선정했다. 이와 다르게 혜원이 요리하는 주방은 모던한 주방이라 이질감이 들지 않고, 내 원룸에서도 해 먹을 수 있을거 같은 용기를 준다. 하지만 몇몇 음식은 생뚱맞거나 조리가 대중화되지 않은 것도 있어 집중을 방해하기도 한다. 너무 세련됨을 강조하지 않아도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음식을 선정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반면 전혀 알지 못 하는 음식이지만 대체불가하다 느껴져 오히려 상상 속 달달함이 더 달콤하기도 했다.
혜원이 덩그라이 세상에 남겨진 먼지 같았던 그 느낌, 나만 뒤쳐지고 낙오되었다는 그 순간, 우리의 청춘들의 자화상이다. (비록 청춘이 아닌 나도 그걸 느끼지만) 그가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어떻게 뿌리를 내릴지(아주심기를 할지) 무엇을 결정했든 방법보다는 마음가짐을 보여주는 이 영화는 잔잔한 위로가 되었다. 혜원은 아마 평화로울 것이다. 내 사랑 오구오구와 함께!